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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그날까지/한승연

김영관 2006. 11. 17. 09:43

 

 

 

내가 사는 그날까지

         한승연

눈을 뜬 아침
한 겹 속옷으로도 남아 있지 않은
가엾은 맨살의 비늘들이
아침이면 다시 살아
햇살 속으로 스미어
하루의 문을 연다
어디를 지쳐 돌아왔을까?
그 비늘 흩날리는 
내 살점들의 아픈 소리

이제는 다 가고 없는
빈 뜨락
멀리서 아스라이
그 언젠가 들어보던
숲 울창하던 여름, 그 새들의
노랫소리 들리는 듯
흩날리는 바람이
그리움처럼 맴돌고

아침햇살 속에서도
타관처럼 썰렁한 가슴은
결코
내 삶의 방관자가 될 수 없다는
가물한 눈빛으로
아득할 뿐인 길을 찾아
오늘도
출렁이며, 출렁이며 펄럭인다
           <등신불 수화>(2005 한 누리 미디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