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을 비워 주실래요?
이제 겨울 막바지 고비를 넘기려고 그러는지 일주일 내내 비 비람이 몰아 쳤답니다. 어제 오늘 모처럼 화창한 날씨에 집에만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지난 번 누드비치를 지나 레드락에 이르는 해안길 경치가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나서 친구 한 사람을 대동하고 다시 그곳을 찾았습니다. 갈매기 떼 한가로이 날고, 등대가 졸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평화로운 정경입니다. 수평선 너머로 희미하게 눈 덮인 남섬 산 정상이 보이고 남섬과 북섬을 정기적으로 오가는 페리호가 보입니다. 기차를 실어 나를 정도로 큰 배라고 합니다. ㅎㅎㅎ 그런데 그게 작은 방 아낙네가 억지로 큰방 마님을 밀어내고 안방을 차지한 격의 식물이라는 겁니다. 그게 뭐냐 면요, 우리나라 같으면 아카시아 쯤에 해당되는 나무라고나 할까요? 가시 금작화라는 것으로 영어로는 고스(gorse)라고 불리우는 식물인데 스코트랜드 사람들이 초기에 이곳으로 이해 올 때 가져온 것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이름 그대로 가시가 달린 식물인데 양 떼들을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 용으로 목장 주변에 심은 건데…번식력이 얼마나 좋은지 한번 뿌리를 박으면 그 생존과 번식력을 그 누구도 막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이 식물이 사는 곳에서는 뉴질랜드 토종 식물들이 죽어 버리거나 생기를 잃는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아카시아나 황소 개구리 쯤으로 이 나라 사람들은 가시 금작화 때문에 지금 골치를 앓고 있답니다. 들여 와서는 안 될 식물이 이 나라 산 곳곳에 안방 차지를 하고 있다며 두고두고 이곳 사람들이 후회하고 있다는 겁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해안 경치 이면에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는 씁쓸한 생각을 해보며 우리는 가던 길을 재촉했습니다. |
-지난 날을 회상하며 뉴질랜드 체류 시절 쓴 글을 개제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