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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불안케 하시면

김영관 2007. 1. 9. 17:55

  

 

 

 

  기사님, 편안하고 안전하게 승객을 모시겠다는 고속 버스 앞 유리창에 쓰여 있는 저기 저 글귀는 멋으로 달고 다니시는 건가요? 왜 자주 갑작스럽게 브레이크를 밟으셔서 승객들 모두를 불안케 하시는 건가요? 앞서 가는 자동차들이 갑작스럽게 차선을 바꾸어 끼어 들기 때문이라구요? 그래서 기사님께서도 화가 치밀어 오르셨다는 말씀이로군요.

   그렇다면 기사님께서 한가지 알아 두셔야 할 일이 있답니다. 저는 승차 중에 마음이 불안해지면 화장실이 엄청 급해진답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인데요. 빨리 버스를 저쪽 갓길에 세워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버스 안 승객 모두가 참으로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음을 미리 밝혀 두는 바입니다.

 

  차를 좀더 앞으로 빼서 안전하게 세워 주실 수 없겠는지요. 됐습니다. 제가 버스에서 내리면 기사님을 포함한 모든 승객들께서도 함께 내려 주셔야만 합니다. 저는 정해진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용무를 볼 때는 주변에 여러 사람들이 나를 보이지 않도록 가려 줘야 하거든요.

  어유 기사님, 그리고 승객 여러분, 모두 고생 하셨어요. 기사님께서 또 다시 나를 불안케 하는 운전을 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방금 전과 같은 상황이 재발될 수 있음을 경고해 두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