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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노변 정담

김영관 2007. 1. 15. 07:43

  

 

 

 

 

 

  오후에 읍내 나갔다가 집에 오면서 들판 지나는데... 며칠 전에 내린 눈이 아직도 음지에는 그대로 쌓여 있더라구.. 그런데 그 위로 또 눈이 내리면...날씨 또한 만만찮게 춥더라구...그래도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하는 것 아니겠어? 그래야 다음 해에 풍년든다는 말 들어 봤지? 하여튼 이런 겨울밤에는 화덕 위에 고구마 구워 먹으면서 하는 이야기... 그게 그대로 살로 간단 말 안 있던가? 
 

  때는 바야흐로 일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서...일본 사람들이 이 나라에 와서 명당자리 될만한 맥이란 맥은 다 끊어 놓고...이 땅 들쑤셔 파헤치고 다니다가는.. 우리 나라에 금이 많이 매장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라네..

 

  일본 사람들이 우리동네 뒷산에도 금이 난다는 것을 알고서는.. 온 산 속을 파 헤집고 다녔는데...뒷산에 양질의 금이 많이 매장되어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으면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거지.. 금광을 파 들어갔는데도 결국 그 사람들이 포기하고 말았다네...그래서 그들이 후일을 기약하고 굴 문을 닫아 버린 건데..
어느 날 나도 모르게 호기심에 끌려 삽과 곡괭이를 가지고 가서 그 굴 문을  파헤치고 들어가 봤더니...굴 입구에 물이 흥건히 고여 있는데.. 바짓가랑이 적시며 웅덩이를 건너 들어갔더니...굴 안이 점점 더 넓어지더라구.. 내가 자유자재로 걸어 다닐 수 있을 만큼 말일세...며칠 후에 내가 다시 삽과 곡괭이를 가지고 들어가서...여기저기 파 보다가 드디어 금맥을 발견하고서는..

  

 그 뒤로 내 가정 형편이 훨씬 좋아 진 것, 그리고 아이들 모두 서울에다 유학 보낸 것, 자네 너무도 잘 알제? 그 돈이 다 어디서 났겠는가? 나같이 돈벌이를 제대로 못하는 놈이 어디서 그런 돈이 났을까 궁금했을 걸세....IMF 때 금 모으기에도 내가 제일 먼저 금가락지를 희사한 것 기억날 걸세.. 바로 뒷산 금광에서 파서 만든 건데 말일세...

 

  자네도 내일부터 그곳에 가서 금 한번 안 캐볼텐가? 자네한테만 들려주는 이야기이니...그리고 나는 내일 모레 아들 내외 따라 서울로  올라 갈 거라네.. 그래서 자네한테만 들려준 이야기이니 그리 알고 내일부터라도 생각이 있으면 그곳에 한번 가보게나...

 

 그게 사실이냐고? 사실인지 아닌지는 자네가 가보면 알 거고.. 그리고 작가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또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알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 자네 아직껏 몰랐단 말인가? 하여튼 마음씨가 안 좋은 사람 눈에는 금덩이가 안 보일지도 모르니... 그 땐 내 탓하지 말게나...자네 그 동안 품어 왔던 시커먼 양심을 깨끗이 세탁하고 가보는 게 좋을 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