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겨울밤에는^^^
기나긴 겨울밤 ...집 나와 낯선 곳에 등 붙이고 누우니 잠 안 오는 모양이구먼...내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줄테니 일어나 앉아 보게나...
바로 저 산 넘어 오면서 보았던 양지바른 곳 제일 윗자리에는 부부...그 아래 나란히 삼 형제 부부 묻힌 묘지 보았지? 내가 그 집안 내력을 좀 알고 있는데.. 한번 들어 볼텐가?
때는 바야흐로 이조 몰락 무렵...궁중에서 상감 총애 받던 상궁 한 사람이, 가까운 사람의 배려로 궁중을 몰래 빠져 나왔다네. 금 붙이를 제법 많이 몸 속 깊은 곳에 감춘 채...그리고 이 마을에 몰래 숨어 들어와...이 동네 젊은이를 만나 혼례를 치렀는데,
그녀는 끝까지 자기 신분을 감춘 채 가져온 금붙이로 논과 밭을 사서 아들 삼 형제 낳아 기르며 부유한 가정 꾸미고 살았는데.. 그러니까 그 젊은이는 농사 일 밖에 모르는 까막눈인데..자네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 들어 알고 있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은 이 여성이 남편 글도 깨우쳐 주고...가지고 간 금붙이로 남편 부자 만들어 준 거지...그리고 그들 사이에 아들 셋을 두었는데 모두 한 동네에서 오순도순 살았단 말일세.. 아까 그 묘지에 얽힌 사연 이제 알겠는가? 사실이냐고?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꼭 알아야겠는가?
그냥 긴 겨울밤 내가 들려준 이야기 재미있었으면 됐지 사실인지 아닌지 무슨 대수로운 일인가? 세상 돌아다니다 보면 글감 아닌 게 없다네...그러니 글깨나 쓴다는 사람이 집에만 쳐 박혀 있지 말고 오늘처럼 김삿갓 마음되어 나 따라 다니란 말일세... 내가 글감 무지무지하게 많이 들려 줄테니... 술 값만 조금 준비하면 될 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