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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인물의 <속마음 드러내기>

김영관 2007. 2. 2. 08:38

 

 

 

  극작가들은 주인공의 <속마음 드러내기>에 여러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무대 위에서 극 인물들이 주고 받는 대사나 몸 동작 등 모두가 극 인물들의 속마음을 파악하는데 중요하다고 말할 수가 있다. 그렇지만 극작가들은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관객들에게 극중 인물들의 <속마음 드러내기>를 시도하고 있음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셰익스피어는 방백이나 독백을 즐겨 사용했다.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햄릿은 "사느냐 죽느냐..."라는 유명한 독백을 통해 자신의 심중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가 창조해낸 악당 이아고는 주인공은 아니지만 수시로 방백을 통해 오델로를 골탕 먹일 자신의 심중을 관객들에게 드러내 보인다.

  그렇지만 입센을 위시한 현대 극작가들은 방백과 독백 사용이 극을 어색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여 이의 사용을 자제했다. 대신에 주인공이 속마음을 드러내 이야기할 수 있는 가까운 인물을 주인공과 함께 등장케 해서 그들의 대화를 통해 주인공의 속마음을 관객들 알 수 있게 한다. 주인공과 가까운 인물로는 유모라든가, 하녀, 친한 친구 등을 설정한다. 그런 인물을 가리켜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인물"(confident)이라고 한다.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불란서의 고전주의 극 <훼드라>에서는 남편이 전쟁터에 나간 사이 훼드라는 의붓 아들 히폴리터스를 사랑한다. 그렇지만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 보이지 못하고 고민하다가 자신의 유모에게만 이 사실을 털어 놓는다. 이럴 때 훼드라의 유모는 confident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 것이고 관객들은 이들의 대화를 통해 훼드라의 내면 깊숙하게 숨겨진 마음을 읽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내면 독백"을 관객들에게 알려주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유진 오니일의 <이상한 막간극>에서 주인공 니나는 끊임없이 내면 독백을 한다. 이것은 무대 위의 인물들과 나누는 대화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극을 관람하면서 관객들은 대사나 몸 동작을 포함하여 그 극에 관한 모든 것에 관심을 두어야 하지만 방백, 독백, 흉금을 털어 놓고 이야기할 사람(confinent)과의 대화에서 주인공의 속마음이 더 진솔하게 나타나 있음을 유의하면, 극 이해에 도움이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