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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재사파 문인들

김영관 2007. 2. 8. 07:56

 

 

 

  <영문학사>를 읽어 가다 보면 어느 시대에 유난히 한 작가의 이름이 찬란하게 그 빛을 발하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수많은 이름없는 작가군들의 이름이 존재하고 있음도 우리는 알 수가 있다. 다시말해 한 대가의 탄생을 준비하는 작가군과 그 대가의 작품과 유사한 작품을 모방하는 후진 그룹들이 그 대가 앞 뒤에 수 없이 많이 존재했음을 알 수가 있다는 말이다.
 

  셰익스피어 문학의 위대함은 여기서 새삼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그런데 셰익스피어와 같은 시대에 캠브리지, 옥스퍼드 대학 출신들의 소위 대학 재사파 문인들, 키드, 릴리, 말로이 등이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었다. 비교적 교육열이 낮았던 시절에 캠브리지, 옥스포드 출신 문인들이라면 그들의 지적 수준은 가히 영국을 이끌어 갈만한 지성을 갖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셰익스피어 극을 비하하고, 자신들의 문학이야말로 영국에서 최고임을 자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 그들의 빛은 사라지고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의 작가만이 후세에 그 빛을 찬란하게 발하고 있다.

  

 문학은 학벌과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수족관의 열대어를 보며 바다를 예찬하는 죽은 시 보다는 직접 해양 생활을 하며 바다의 숨소리를 들어 본 작가의 생동감 있는 시가 훨씬 더 생명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학벌은 대학 재사파들보다 못했을 망정 삶의 깊이와 고뇌면에서 그들을 능가했던 셰익스피어 문학이 훗날까지 생명력을 지닐 수 있다는 이야기는 후세에도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