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대장과 음유시인
예전의 시골엔 지금 같지 않게 사람들이 아주 많이 살았답니다.
그야말로 시끌벅적한 초등학교 좁은 교실에 6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데 그것도 한 학년이 무려 8개 반이 넘은 겁니다.
방과 후 우리들은 마땅한 놀이터가 없었는데도 조금도 개의치 않았거든요. 동네 앞 들판, 시냇가, 뒷산 등, 모두가 우리의 놀이터이었기 때문입니다.
무리 지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놀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힘센 선배 한 사람이 나타나 자기가 우리의 우두머리가 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날부터 우리는 우리끼리만 누리던 자유롭고 즐거운 시간을 그 골목 대장 때문에 빼앗겨 버린 겁니다. 옆 마을 아이들이 언제 쳐들어 올지 모른다며 동네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만들게 하고, 시도 때도 없이 불러 모아 앉혀 놓고 일장 훈시를 해대고, 심지어는 자기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다른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구타도 하고... 우리는 불안한 마음에 오늘은 또 무슨 봉변을 당할까 하는 불안 속에 떠는 나날을 보내야 했답니다.
그런데 우리들 중에 시를 잘 쓰는 친구가 있었답니다. 그는 매일 골목 대장을 칭송하는 시를 써서 그 앞에서 그 걸 낭송하는 겁니다. 골목 대장은 기분이 좋아서 그 음유 시인 친구만은 노역에서 빼주고 어디 가서 쉬고 싶으면 마음대로 쉬라고 했어요. 어떤 땐 멀리 읍내까지 가서 놀다 오라고 특별 휴가도 주는 겁니다.
그러자 그 음유 시인을 부러워하는 무리들이 생기더라구요. 그들은 음유 시인을 흉내내어 골목 대장의 업적을 칭송하고 이 골목은 지금까지 없었던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다는 겁니다.
골목 대장과 음유 시인 가족들이 우연하게도 같은 시기에 마을을 떠난 후 동네에 남은 우리들은 그 후로도 한참을 논쟁 속에 살아야 했답니다.
"골목 대장 보다 더 나쁜 놈은 음유 시인이다." "너무 그렇게 몰아 세우지는 말자. 그래도 음유 시인의 시가 좋았지 않았어? 고통받으면서도 그 시가 우리에게는 위안 거리가 아니었니?"
세월이 한참 흘러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그 시절 우리끼리 주고 받았던 이야기 중 어느 쪽이 옳은지 판단이 안 서는 겁니다.
또 한주의 시작입니다. 여러분 행복 가득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