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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시인에게

김영관 2007. 4. 14. 03:53


 

 


 
  내게 오시는 분들께 우선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내게로 오시는 분들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간략한 길 안내와 더불어 당부 말씀 몇 가지 드리겠습니다.
  처음 내게로 오시는 길은 넓고 평탄합니다. 여기엔 그 누구나 충분한 휴식을 취할 공간을 마련해 놓았습니다. 넓은 초원에서 마음껏 뒹굴면서, 계곡 물소리, 산새 울음소리, 여유롭게 감상하시며 즐기실 수가 있습니다. 나무만 보셔도 좋지만 나무와 더불어 숲까지 보고 가셔도 좋습니다. 내 생김새의 어느 한면만 보시고 돌아 가셔서 나에 대해 아주 잘 아신다고 자랑하셔도 나는 개의치 않습니다. 
  그렇지만 내게로 더 가까이 오시는 분들께 나는 험난한 코스를 장치해 놓았습니다. 이 코스부터는 단단한 마음 가짐이 필요하십니다. 일종의 프로 근성이라고나 할까요. 암벽 등반 시에는 “내가 왜 이런 고생을 자청해서 하는지 모르겠다!” 라는 좌책과 무력감을 가질 때도 있을 겁니다. 당신께서는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조심하셔야만 합니다. 그렇지만 당신께서는 난 코스를 정복하신 후에 안식이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을 결코 버리시면 안 됩니다. 나는 정상에서 당신을 따뜻하게 맞이할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당신을 정상에서 언제 만나게 될지, 그 시기를 확실하게 기약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마침내 몇 분만이 정상에 오르셨군요. 함께 올라 오시던 분들 중, 많은 분들께서 도중에 그만 둔 모양입니다. 축복과 더불어 당신께 값진 뮤즈의 월계관을 씌어 드리겠습니다. 당신의 인내와 각고에 대한 보답으로 “시성”이라는 호칭을 부쳐 드립니다. 당신께서 이 세상을 마치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시심을 불러 일으켜 드리며 당신 곁에 늘 함께 있을 것임도 약속 드립니다.

  내게 오시는 분들께 다시 한번 더 말씀 드립니다.
  내게로 오는 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그렇지만 내게 더 가까이 오시려면 시련의 고통도 함께 있다는 것도  아울러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