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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이야기(4)/올비

김영관 2007. 7. 10. 14:08

동물원 이야기(4)
 
 
 에드워드 올비 작
 실개천           번역  
 
피터: 오, 저런. 오, 저런.

 

제리: 오 저런이라고 했나요? 그렇지만 그것은 아주 오래 전 일이었지요, 그래서 내 자신에게 받아드릴 그 어떤 느낌도 지니고 있지 않답니다. 그렇지만 아마도 당신은 내 어머니와 아버님이 왜 액자 속에 들어 있지 않는가에 대해 그 이유를 알았을 겁니다. 당신 이름이 뭔가요? 성씨 말고 이름이 뭔가요?

 

피터: 나는 피터란 사람이요.

 

제리: 당신 이름을 묻는 걸 잊었군요. 나는 제리입니다.

 

피터 (약간 신경과민적인 웃음을 웃으며): 안녕하세요, 제리.

 

제리 (인사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면 우리 한번 이야기해볼까요? 특히 두 액자에 여자 사진의 요점은 뭘까요? 내게 액자 두 개가 있다는 이야기를 당신은 기억 할 겁니다. 나는 한번 이상 미인들을 만난 적이 없답니다. 그런데 그들 중 대부분은 같은 카메라에 잡힌 적인 적이 없답니다. 이상한 이야기 같지만 그게 슬픈 일인지 궁금하답니다.

 

피터: 여자들이라고 했나요?

 

제리: 아뇨. 나는 한번 이상 같은 여자를 결코 만난 적이 없는 게 슬픈 일인지 궁금하다고 했어요. 나는 한번 이상 같은 여자와...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까?... 성 관계를 가져 본 적이 없었답니다. 딱 한번... 맞아요... 오, 잠깐요. 일 주반 동안 내가 열 다섯 살 때였는데... 내 사춘기가 늦었다는 게 좀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나는 동성연애자였답니다.... 내 말은 내가 이상한... (아주 빨리) 이상한, 이상한, 이상한... 종이 울리고, 국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것과 함께. 11일 동안 나는 최소한 하루에 두 번씩 공원지기 아들과 만났지요... 그리스 소년인데 나보다 한 살 더 먹은 것을 제외하고는 그 친구 생일이 나와 같았지요. 내가 아주 사랑에 푹 빠졌다는 생각이 드는구려.... 아마 성 관계에... 그렇지만 그것은 아주 특별한 호텔 흥분이었지요. 안 그랬겠어요? 그런데 지금 오, 나는 창녀들을 사랑하고 있어요. 진정 나는 그들을 사랑한답니다. 한시간 정도만을.

 

피터: 음, 그건 아주 간단한 문제 같아 보이는데요..

 

제리 (화를 내며): 여보시오! 당신 결혼했다는 것과 앵무새 키운다는 이야기하려는 거요?

 

피터 (자신에게 화를 내며): 앵무새 이야기는 그만 둡시다! 당신이 원한다면 그냥 독신으로 사시구려. 그건 내 상관 할 바 아니니. 나는 이런데서 그런 이야기 시작하고 싶지 않았는데...

 

제리: 좋아요, 좋아. 미안하오. 됐나요? 당신 화 안 났죠?

 

피터 (웃으며): 아뇨. 화 안 났어요.

 

제리 (안심하며): 좋아요. (이제 전과 같은 어조로 돌아가서) 당신이 내게 액자에 대해 물은 것이 흥미롭군요. 나는 당신이 포르노 카드에 대해 물어 볼 것으로 생각했는데 말이요.

 

피터 (다 안다는 미소로): 오, 그 카드 나도 본 적 있지요.

 

제리: 요점은 그게 아니구요. (웃는다) 당신이 어렸을 때 당신과 당신 친구들은 그걸 돌려 가면서 봤으리라는, 아니면 당신 자신 것 한 벌쯤 가지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피터: 음,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거예요.

 

제리: 그렇지만 당신이 결혼 바로 직전에 그걸 버렸을 겁니다.

 

피터: 아니 지금은. 여보시오. 나는 나이가 들어서는 그와 같은 것은 필요치 않았다구요.

 

제리: 필요 없었다구?

 

피터 (당황해서): 이런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구요.

 

제리: 그래요? 그럼 하지 말아요. 게다가 나는 당신의 성인 이후의 성 생활과 어려웠던 시절을 알아보려는 것은 아니니깐. 내가 알려고 하는 것은 당신의 어린 시절 포르노 카드와 당신이 나이가 든 다음의 포르노 카드간의 가치관의 차이거든요. 당신이 어린 시절 그 포르노 카드는 실제 경험에 대한 대체물로써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 그 포르노 카드는 실제 경험을 환상의 대체물로써 사용하는지에 관한 것이지요. 그렇지만 당신이 동물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더 듣고 싶어하는 것 같군요.

 

피터 (열정적으로): 오 그래요. 동물원. (그리고 나서 어색해 하며) 당신이 원하시면... 그 이야기를 해 보시든지...

 

제리: 내가 왜 거기에 갔는지에 관해서 당신에게 말하리다... 음... 뭔가를 내가 말해주리다... 내가 살고 있는 셋집 4층에 관해서 당신에게 말해 주었지...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방들이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이요. 내 짐작일 뿐이지만... 실은 모르거든요. 3층과 2층 사람들 중 그 누구도 내가 모르거든요. 오, 잠깐! 3층 앞쪽에 사는 여인네 한 사람이 있다는 걸 내가 알지요. 그녀가 내내 울고 있기 때문에 내가 알고 있답니다. 내가 나갈 때나 들어 올 때면 언제나, 내가 그녀 문을 지날 때면 언제나, 나는 그녀 울음소리를 듣지요. 소리를 감추면서도 ...매우 단호하게.... 아주 단호한 결심을 한 듯. 그렇지만 내가 말하려고 하는 이야기 그리고 개에 대해 모든 이야기도 역시 우리 집 주인 여자 이야기를 하기 위한 것이라오. 사람을 묘사하는데 내가 그렇게 가혹한 말은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그런 말 사용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렇지만 우리 집 주인 여자는 살찐 데다가, 추하고, 천박하고, 우둔하고, 씻지도 않고, 인간을 혐오하는데다가, 싸구려인, 주정뱅이 쓰레기랍니다. 그리고 당신도 아시겠지만 나는 그런 불경스런 언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그녀를 잘 묘사 할 수가 없군요.

 

피터: 아주 생생하게... 그녀를 잘 묘사 한 것 같은데요.

 

제리: 음, 고맙구려. 하여튼, 그녀는 개 한 마리를 기르고 있는데, 내가 그 개에 대해 이야기 해주리다. 그녀와 그녀의 개는 내가 살고 있는 집 문지기랍니다. 그녀는 아주 형편없는 여성이구요. 그녀는 입구 통로에 기대고 서서, 내가 어떤 물건이나 사람을 데려오지 않나 살피는 겁니다. 그리고 그녀가 오후 술참 쯤 레몬 향 나는 진 한 파인트를 마셨을 때는 그녀는 어김없이 홀에 나를 세워 놓고 내 코트나 팔을 붙잡는 거예요. 그리고 나서 그녀는 나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모퉁이에 나를 세워 놓고 그녀의 혐오스런 몸뚱이를 내게 기대어 억누를 겁니다. 그녀 몸과 호흡으로 인한 냄새가 ... 당신은 상상도 못할 거지만... 어딘가, 그녀의 완두콩 크기의 뇌 뒤편 어딘 가로부터, 그녀가 먹고 마시고 배설할 정도만큼만 발달한 기관 어딘 가로부터, 그녀는 더러운 패러디 같은 성적 욕구를 지니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피터, 나는 그녀의 땀내 나는 욕정의 대상이 되어 있는 거예요.

 

피터: 혐오스런 이야기로군요. 정말 소름 끼치는...

 

제리: 그렇지만 나는 그녀를 떼어내는 방법을 한가지 발견했지요. 그녀가 내게 말을 걸 때, 그녀가 내 몸을 짓누르며 자기 방에 대해 그리고 내가 그 방에 갈 수 있는지에 대해 중얼거리면, 나는 단지 다음과 같이 말하지요. 그렇지만, 자기야, 어제였나, 그제였나, 자기 그 때 만족스럽지 안 았나요? 그러면 그녀는 어리둥절해 가지고서는, 그녀가 조그만 눈을 실낱처럼 뜨고서는 몸을 약간 흔들대면서, 피터,... 그런데 나는 이 순간 그 고통스러운 집에 내가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는데... 순진한 미소가 그녀의 생각 불능의 얼굴에 나타나기 시작하고, 어제나 그저께에 관한 생각을 하면서 그녀가 낄낄대고 웃고 신음 소리를 내는 겁니다. 그녀가 결코 일어나지 않았던 일을 믿고 안심하면서 말이요. 그리고 나서 그녀는 자신 소유의 시꺼먼 괴물 같은 개에게 동작을 취하며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