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 마르코(1)/유진 오니일
백만장자 마르코 (1)
유진 오니일 작/김영관 번역
등장인물
기독교인들 (등장 순서대로)
여행자
마르코 폴로
도나타
니콜로 폴로, 마르코의 아버지
마페오 폴로, 마르코의 숙부
테달도, 교황의 시리아 사절 (훗날 교황 그레 고리 10세)
도미니회의 수도승
십자군 기사
교황 시종
파울로 로레다노, 도나타의 아버지, 베니스 출 신의 신사
베니스의 여러 신사, 숙녀, 군인, 토지 경작자, 음악가, 하인, 등등.
이교도인들 (등장 순서대로)
마기승 행자
불도 행자
마호멧 교도로서 가자군 우두머리
알리 형제, 마호멧 상인들
창녀
회교 탁발승
두 사람의 불자 상인들
몽고인 사제
두 타타르 상인들
쿠부라이가 보낸 사신
쿠부라이 대왕
쿠카친 공주, 대왕의 손녀
추인, 케세이의 현인
바얀 장군
페르시아에서 온 사신
가잔, 페르시아의 왕
불자 승려
도교인
공자 신봉자
모스렘 승려
타타르 사가
페르시아, 인도, 몽고, 케세이 사람들,
쿠부라이 궁전의신하들,귀족들, 숙녀들, 아내들, 전사들, 악사들,무희들,애도하는사람들의 코러스.
장면
서막: 13세기 말 인디아 가까이에 있는 페르시아의 성수.
1막
장면 I: 베니스, 도나타의 집 밖- 23년 전.
장면II: 에이커에 있는 시리아 교황 사절 궁전- 6개월 후.
장면 III: 페르시아- 4개월 후.
장면 IV: 인디아- 8개월 후.
장면V: 몽고- 11개월 후.
장면 VI: 케세이- 캠버럭의 쿠부라이 궁전 안의 거대한 왕좌가 있는 방- 1개월 후.
2막
장면I: "평화의 도시"인 사나두에 있는 쿠부라이 대왕의 여름 궁전 안의 작은 왕좌가 있는 방, 15년 후.
장면II: 제이턴 항구의 황실 전용 부두, 몇 주 후.
장면III: 페르시아의 호머즈 항에 정박 중인 쿠카친 공주의 황실 전용 범선의 갑판- 2년 후.
3막
장면I: 캠버럭에 있는 황제 궁전안의 거대한 왕좌가 있는 방, 1년 후- 그리고 나중에는 동시에 베니스의 폴로 집 거실.
장면II: 켐버럭에 있는 거대한 왕좌가 있는 방- 1년 후.
종막: 극장.
서막
장면- 인디아 국경 가까이 페르시아의 광활한 초원 위에 성수 한그루. 봉납 제물들, 옷에서 찢겨진 천조각들, 목걸이, 팔지, 장식품, 점화용 초, 등이 나무 둥지에 걸려 있거나 가지에 매달려 있다. 큰 나무가지들이 몸통에서 멀리까지 뻗혀 있다. 그 아래에는 깊게 느리워진 시원한 그늘이 뒷 배경에 드러나 보이는 사막 위의 작렬하는 정오의 태양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현대의 샘플 가방과 유사한 가죽 가방을 양손에 들고 있는 상인 한 사람이 나무 밑으로 지친 듯 터벅터벅 걸어 온다. 그가 가방을 내려 놓고 이마를 닦기 위해 손수건을 끄집어낸다. 그는 백인 기독교도로 백발이 시작되는 콧수염과 턱수염을 기른 중년의 평범한 사나이이다. 13세기의 이탈리아 상인부류의 그의 옷은 여행으로 낡아 있다. 그는 지치고 더워 한숨을 쉰다.
기독교인: 휴!
(왼쪽으로부터 장삿군 옷차림의 페르시아인인 마기교도가 들어 온다. 그는 작고 네모난 가방을 들고 있다. 그 사람 역시 덥고 지쳐 있으며 먼지 투성이다. 나이와 외모를 인종 차이면에서 고려해 보더라도, 그는 기독교인과 매우 유사하다. 그와 후자는 서로를 처다보다가 마지못해 인사를 한다. 마기교도가 가방을 내려놓고 이마를 닦는다.)
기독교인: (동정적으로) 무척 덥군요!
마기교도: (무뚝뚝하게) 지독하군요! (그들 둘이가 웃는다. 불자로서 카쉬미르인인 행상이 오른쪽으로부터 땀을 흘리고 헐떡이며 들어선다. 그는 보따리를 끈에 매어 등에 걸치고 있다. 그는 몸과 얼굴의 기본적인 형태 면에서 다른 두 사람과 닮았다. 그들을 보자 그가 멈춰선다. 잠시 그를 관찰한 다음에 두 사람은 인사를 하고 그 불자는 다른 사람들의 가방 옆에다 자신의 보따리를 내려 놓는다.)
불자: (안심하듯) 휴! (그리고나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며) 태양이 사람을 삶아 먹겠어요!
마기교도: 정말 덥군요.
기독교인: (그들 모두가 쉬기 위하여 주저 앉으면서 서로를 바라본다- 쾌활하게) 우습군요! 우리 셋이 여기에서 약속이라도 한 것 같으니 말이요. 당신네들 낯이 익는데요. 전에 어디에선가 내가 당신을 본 적이 없나요?
마기교도: 쉬라즈에 있는 매음 집에서지요. 당신은 취해 있었어요.
불자: 나 역시 우연히 그 집에 있었답니다. 당신은 춤추며 음탕한 노래들를 불렀지요.
기독교인: (약간 당황해 하다가 씩 웃으며) 흠- 오, 맞아요- 기억이 나는군요. 내 생일이어서 꽤 많이 마셨답니다- 내겐 매우 드문 일이었지요. (그리고나서 갑작스럽게 화제를 바꾸면서) 이번 장사는 어땠나요?
불자: (입술을 오무리면서) 별로지요. 저는 델리에서 오는 길이랍니다. 새로운 수입관세가 부과되어 거
래가 불안정하답니다. 우리 기도가 물거품이 된 거죠.
마기교도: (침울하게) 제 죄입니다만, 어느 아랍인의 집에서 신기하고, 목판 인쇄된 책 한권을 구했답니다. 이 책에는 한편씩 적절한 양으로 해서 수 천가지 아랍 사람들의 거짓말이 수록되어 있고 그 모두가 음탕한 이야기로 가득하더라구요- 적어도 그 책은 나로 하여금 그걸 사도록 유혹하더라니깐요.
기독교인: 이스파니아쪽으로 행상을 다녀 오셨나요?
마기교도: 거기에서 방금 오는 중이요. 그곳은 지금 슬픔으로 가득한 도시랍니다. 군주의 칙령으로 모든 시장들이 쿠카친 공주에 대한 애도로 문이 닫혀 있답니다.
기독교인: (말벌에라도 쏘인 것처럼 벌떡 일어나려 하면서) 쿠카친 공주가 죽다니요? (멍하니) 아니, 나는 베니스의 폴로 형제와 아들이라는 회사의 사장인 마르코 폴로씨로부터 쿠카친 공주에게 보내는 소개장을 갖고 가는 중인데. 그분은 공주님의 공식 수행원으로 공주님 결혼을 위해 케세이로부터 페르시아까지 그녀를 수행하셨답니다! 그래서 나는 공주님과 그분 남편에게 배 한 척 가득 실어온 상품들을 팔 생각이었는데!
마기교도: (갑자기 왼쪽을 가리키면서) 저 먼지 바람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들 모두가 바라보며 걱정하기 시작한다.)
기독교인: 낙타떼처럼은 보이지 않는군요.
불자: (두려워하며) 이상한 광경이로군!
기독교인: 이쪽으로 곧장 오고 있는데요.
마기교도: 이 사막은 악령들이 들끓는다구요.
기독교인: (매우 놀라지만 용감하게 정면을 향하려고 노력하면서) 이상한 소문을 들었답니다. 그렇지만 나는 사람들이 때때로 악령에 홀린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요, 그렇지만 난 믿을 수가 없어요.
불자: (갑자기 나무를 가리키며) 부처님께 이 나무를 성스러히 보호해달라고 기도 드려야겠어요.
기독교인:
마기교도: (코러스로- 화가나서) 부처님께 성스러히?
불자: 아무렴요! 석가께서 가지 하나를 주워 이를 닦으시고 그것을 버렸는데 그분의 기적을 증명해 보이기 위하여 거기에서 뿌리가 뻗어 이 힘찬 나무로 자랐다는 전설을 당신네들은 모른단 말이요?
기독교인: (화가 치밀어) 전혀 잘못 알고 있구려! 이 나무는 우리의 맨 처음 조상이신 아담의 지팡이었답니다. 이것이 모세에게 전해 내려와서 돌에서 물이 솟아나게 하는데 사용되었다가 결국 그것을 심은 거라구요. 우리 주님이 못박혔던 십자가도 이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랍니다. 그래서 그때 이후로 이 나무는 성수가 된 겁니다!
마기교도: (신랄하게) 당신네 두 사람은 어리석은 거짓말에 속은 겁니다! 이 나무는 진정 유일한 종교의 창시자인 조로아스터를 섬기기 위한 것입니다. 그 분께서는 낙원으로부터 생명의 나무 가지를 가져와서 여기에다가 심으신 거예요!
불자: (경멸하듯이) 미신 따위를 믿는 얼간이 양반들이로군!
기독교인: 당신들은 우상 숭배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요!
마기교도: 당신 두 사람은 신성 모독자들이요! (그들은 손에 단검을 들고 서로를 경멸스럽게 노려 본다. 갑자기 그들은 왼쪽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를 듣는다. 그들의 눈은 즉시 그쪽을 향하고 개인적인 적개심을 망각하고 그들이 본 것에 대해 놀란 탄성을 지른다.)
불자: 마차를 끌고 오는데!
기독교인: 노예들이로군. 마차에 앉은 자가 그들에게 채찍질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지!
불자: 그렇지만 마차 위에 저것은 무얼까- 관같은 것 말이요!
기독교인: 보물인 모양이지!
마기교도: 아니요. 관이요. (전율하면서) 쉿! 악마의 전조가 보이는군. (그들은 엎드려 땅에 얼굴을 묻는다. 잠시 후 울부짖음, 채찍 소리와 둔탁한 발걸음에 이어 각기 다른 연령층의 30명의 남자들이 두 줄로 허리까지 맨몸을 드러낸 채 서로의 허리가 묶이어 두 바퀴의 마차의 긴 장대에 연결되어 비틀거리며 들어 선다. 그들은 자신들 곁에 있는 두 군인들의 채찍과 마차에 타고 있는 대위와 상사의 채찍에 시달리고 있다. 대위가 마차를 인솔해 가고 있는 중이다.그들이 그늘의 중앙에 이르르자 멈춰 선다. 하얀 천으로 뒤 덮힌 관 하나가 마차 위에서 흔들리고 있다.)
대위: (40세의 야수같고 결단력이 있게 보이는 사나이가 고함을 친다) 정지! (피를 흘리고 땀을 쏟는 한 무리의 사나이들이 기진맥진하고 신음하며 주저 앉는다. 군인들이 그들 곁에 주저 앉는다. 대위가 마차에서 뛰어 내린다.) 휴! 이 그늘이 고마운 걸. (그가 나무를 바라 본다- 그리고나서 경탄하는 어조로) 이 나무는 분명히 마호멧의 지팡이었는데 여러 대에 걸쳐 내려 오면서 아부 압달라의 무덤에 묻혀 있다가 뿌리를 뻗고 알라 신의 뜻에 따라 이 나무로 자란 성수임에 틀림이 없어. (그가 군인들이 흔히 하듯이 경배를 하고 기도를 드린다. 그는 일어 서서 물 한모금을 마신다-그리고나서 주변을 돌아보다가 세 사람의 상인들이 있음을 감지한다- 놀라서 칼을 뽑아들고) 호! 네 놈들은 무엇하는 자들이냐? 일어나! (그들이 매우 질겁하여 시키는대로 한다. 그가 그들을 쳐다보고 안심하여 거칠게 웃어댄다.) 빌어먹을! 네 놈들이 나를 놀라게 하다니! 그렇지만 너희 장삿꾼 놈들은 벼룩 같아서 아무데서나 만난단 말이다! (그리고나서 쏘아보며) 또한 세 마리의 개같은 믿을 수 없는 놈들! (날카롭게) 네 놈들의 정체를 밝혀라!
불자: 장사차 서쪽으로 향하고 있는 중입니다, 대위님.
마기교도: 저는 북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기독교인: 저는 쿠카친 여왕님께 서신을 전달하러 가잔 궁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분께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가 대위에게 서신을 건네주나 대위는 미신스럽게 생각하고 뒤로 물러선다.)
대위: 알라 신께서는 시체와 관련된 것에 대해서는 내가 만지는 것을 금지하신다. (그리고나서 억지로 웃으며) 더 이상 거기에 갈 필요가 없다. 그분께서는 저 안에 계신다! (그의 목소리가 낮아지며 그가 관을 가리킨다. 나머지 사람들이 놀라고 대경실색하여 관을 바라본다. 대위는 차갑게 말을 계속한다.) 예수쟁이야, 이제 네놈은 그분을 속일 수 없다! (그리고나서 자신의 목소리가 들릴까 두려운 듯 낮춘다) 그렇지만 그분 얼굴을 보면 주무시고 있다는 생각만 들거다.
기독교인: (놀라서) 뭐라구요? 그분을 보셨나요?
대위: 여왕의 관은 유리로 되어 있다. 그분이 살아 있는 모습으로 보관되기 위해서 이집트 인들에 의해서 그분 몸이 기름으로 발라져 있다. 이 일은 그분의 할아버지인 쿠불라이 대왕님 명령으로 된 거다. 그분은 매장을 위해 캐세이의 집으로 운반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고통의 벌로서 나는 오늘 밤까지 첫 여정지로 그분을 모시고 가야한다! (갑자기 통탄스러워 하며) 그렇지만 알라 신께서는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구나! 내가 비틀거리는 낙타들과 함께 바로 전 마을에 도착했을 때, 저주받을 마을 놈들이 징발령을 피하기 위해 집에 있는 가축들을 다 내몰아 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개같은 놈들이 우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나는 대신에 장대에다 저놈들을 걸어 맸다. (그가 잔인하게 감시하는 눈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을 쳐다본다.) 그렇지만 밤까지 견뎌낼 수가 있을까? 헤이, 거기! 물을 가져다 줘라! (군인들이 물동이를 가져오자 지친 사람들이 게걸스럽게 달려들어 물을 마시고 뒤로 주저 앉는다. 그렇지만 나이 많은 사람들 중에 세 사람은 너무 탈진해서 움직이지 못한다.)
기독교인: (겁을먹고-화제를 바꾸려는 마음으로) 공주님은 정말 아름다우셨나요?
대위: (허세를 부리듯) 보고 싶으냐? 그분께 드릴 편지를 가지고 있다고 했지? 해로울 것도 없다- 아주 아름다운 분이시란다!
기독교인: (안심하듯, 이제 그가 매우 호기심이 가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돌아가신 여왕님들은 정장한 채 안치한답니다
대위: 그것이 너희들 관습이라면 천을 끌어 내려 보거라. (기독교인이 마차로 가서 관 머리로부터 조심스럽게 천을 끌어 내린다- 그리고나서 23세의 아름다운 타타르 공주의 얼굴이 유리관 안에서 드러나자 탄성소리를 내며 물러 선다. 그녀의 침착한 표정이 죽음을 초월한 삶의 강렬한 평화와 함께 빛나는 것처럼 보이며 공주의 눈은 마치 그녀가 잠들어 있는 것처럼 감겨져 있다. 사람들이 매료되어 바라본다.)
기독교인: (사이 이후- 경탄으로 십자가를 그으며) 돌아가신 것이 분명하나요?
대위: (놀란 속삭임으로) 궁궐에서는 밤에 공주님 관 옆에 있도록 군인들에게 명령을 했다. 그분의 얼굴로부터 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깨어나셔서 말을 할 것 같았다! (그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 그들도 모르게 날은 어두워졌다. 섬광처럼 신성한 빛이 쿠카친의 얼굴에서 빛이난다. 나뭇잎들이 바람에 켜지는 작은 하프처럼 나무가지로부터 감미롭고 슬픈 음악 소리가 들려 온다. 쿠카친의 얼굴이 더욱더 생기를 발한다. 마침내 그녀의 입술이 열리고 그녀가 눈을 뜨고 나무를 쳐다본다.)
대위: (기도를 드리기 위하여 무릎을 꿇으며) 알라 신이시어, 불쌍히 여기소서!
불자: 부처님이시어, 당신의 종을 보호하소서!
마기교도: 전지 전능한 미트라 (페르시아의 빛과 진리의 신- 역자의 주) 이시어!
기독교인: 예수님, 자비를 베푸소서! (쿠카친의 인간의 목소리보다는 훨씬 음악적인 목소리가 그녀의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들려 온다.)
쿠카친: 이 말을 전하라, 나는 사랑하고 죽었노라고. 이제 나는 사랑이고 삶이다. 그리고 삶은 망각되었다, 그러나 사랑은 용서될 수가 있다. (여기에서 그녀의 입술은 아름다운 동정의 미소를 보이며 말한다.) 나 대신 베니스에 이 말을 전하라! (부드러운 웃음, 황홀하고 초자연적인 즐거움의 소리가 그녀의 입술로부터 흘러 나오고 나뭇잎 모두가 하프인양 그녀와 함께 음악으로 웃고 있는 것처럼 나무 가지에서 코러스를 한다. 웃음소리가 천국으로 물러나고 사라진다. 그러자 그녀 얼굴의 섬광이 사라지고 찌는듯한 사막의 태양이 한낮으로 변한다. 모든 사람들이 엎드려 있고 줄에 매달린 비참한 사람들은 지쳐서 잠에 취한 자세를 취하고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미신스런 공포로 눈에 띨만큼 떨고 있다.)
기독교인: (맨 먼저 정신을 차리고- 당황해서) 베니스! 저 분께서는 내가 마르코 폴로에게 돌아가서 메시지를 전달하기를 원하는가 보다!
대위: (두려움이 가시고 분노가 대신하며 벌떡 일어 선다.) 아까의 것은 네 놈이 불러 온 어떤 기독교적 악마의 목소리였다. 알라 신이 그것을 내몰아 버릴 때까지 그것이 심지어 나까지 홀리게 했다! (그가 칼을 뽑는다.) 그분의 얼굴을 가리워라, 가증스런 요술쟁이 !
기독교인: (성급히 관 머리의 덮개를 끌어내린다.) 맹세컨데, 대위님-!
대위: (군인들에게) 차렷! 저놈들을 일으켜 세워! 여기를 떠나야 한다! (매질과 발길질로 군인이 짐승 다루듯 사람들을 일으켜 세운다. 신음과 저주 소리, 고통의 울부짖음이 들린다. 그러나 세 사람은 일어나지 않는다. 대위가 자신의 용기를 유지키 위하여 기독교인에게 격렬하게 고함친다.) 돼지같은 이단자! (그리고나서 불자와 마기교도를 노려 보면서) 네 놈들도 마찬가지야! 네 놈들은 저놈과 한 패렸다! (그가 칼을 쥔다.)
세 사람 모두: (무릎을 꿇으면서- 가련하게) 자비를 베푸소서! 우리를 살려 주시옵소서!
상사: (다가와서 경례를 한다) 세 놈은 일으켜 세울 수가 없습니다, 대위님.
대위: (분노가 치밀어) 채찍을 휘둘러!
상사: 이미 죽었습니다, 대위님.
대위: (퉁명스럽게) 오. (그리고나서 생각이 떠오른다- 잔인한 만족감으로) 셋이라고 했나? 다행이로군. 알라 신이 내려 주셨구나! 저놈들을 치우고 그 자리에 이놈들을 끼워 넣어라! (신호를 따라 군인들은 세 상인들에게 달려들어 그들의 상의를 벗기고 죽은 사람들을 풀어놓고 그 자리에 세 사람을 매단다. 그사이 내내 세 사람들은 비통하게 항의의 울부짖는 소리를
지르나, 그들에게 가해오는 매질과 발길질에 소리가 끊긴다. 다른 사람들은 지친 무관심으로 방관한다.)
기독교인: (소동 중에도 자신의 소리가 들리게 하면서) 내 편지! 여왕님께 보내는 편지였소. 폴로 형제분이 이런 모욕에 대해서 들으신다면 그분들은 대왕님께 당신을 산 채로 껍질을 벗기게 할 것입니다!
대위: (잠시 당황하여- 그리고나서 교활하게) 편지를 다시 한번 더 보여다오!
기독교인: (놀란 열성으로 그것을 건네주며) 여기있습니다! 이제 나를 풀어 주시오!
대위: (그것을 받아서 찢어 버린다) 나는 글을 못읽지만 네놈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하여튼 이제 나는 편지가 없다! (기독교인이 고통의 울음을 터뜨리고 매를 맞는다. 대위와 상사들은 마차에 탄다.) 이제 행군 시작! (채찍 휘두르는 소리와 고통의 울부짖음 소리와 함께 마차가 빠르게 끌려 간다. 성수 아래 땅 위에는 시체 세 구가 굽혀 쌓여 있다. 아까와 똑같은 감미롭고 슬픈 음악이 마치 영령들이 죽은 공주에게 마지막 애절한 작별 인사를 나뭇잎으로 연주하려는 듯이 다시 나무로 부터 들려 온다. 그 소리는 부드럽게 커지다가 나뭇잎을 바스락거리게 하는 조용한 바람소리로 조용히 사라진다.)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