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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 마르코(10)/유진 오니일

김영관 2007. 7. 13. 18:01


 

            백만장자 마르코(10)

                     

                       유진 오니일 작/실개천 번역

 

              장면 II

 

  장면- 제이턴 항구의 제왕 함대가 있는 부두- 몇 주 후. 왼쪽 선미에 커다란 범선인 기함이 한 대 있다. 선창은 뒤쪽 기함 오른편에 있다. 오른쪽에는 보세창고가 있고 그곳 문으로부터 목, 허리, 오른쪽 복숭아 뼈에 소줄로 연결된 반은 벌거숭이 상태인 노예들이 기계적으로, 말하자면, 창고와 범선 내부에 있는 쇠사슬 톱니바퀴 위에서 회전하는 하나의 끝없는 쇠사슬을 형성하고 있다. 각개의 연결고리는 창고를 지나 나와서, 그것이 그 머리에 짐짝을 운반한 후에 다시 나타나서 창고속으로 되돌아 들어 간다. 전과정이 석탄이나 모래 등을 파서 싣는 바케츠 퍼내기의 현대식 기계장치의 인력 사용 기법이다. 창고 측면에는 감독관이 드럼을 가지고 앉아서 노예들에게 완료 시간을 알리는 소리, 4박자 리듬으로 드럼을 세 번 치고 각 끝에 있는 노예가 짐을 지고 풀 때 네 번째 쾅하고 울린다. 그 효과는 기게 소리 같다.
  대나무 계단 하나가 정면 왼쪽으로부터 범선 높은 선미너머로 오르도록 되어 있다. 막 새벽이 되어 가고 있다. 수 많은 돛 기둥, 둥근 재목, 얽어맨 대나무 조각의 돛이 부두 끝에서 항구 전체를 가리고 있다. 층계 아래에는 추인이 감독관처럼 서 있다. 선미 꼭대기 위에는 쿠부라이와 쿠카친의 모습이 밝아 오는 하늘을 배경으로 윤곽이 드러난다.

 

쿠부라이: (마음 아파하면서) 짐은 가봐야 한다. (그가 팔로 그녀를 껴안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다했구나. 공주야, 귀한 모든 것들은 누구에게도 드러낼 수 없는 비밀이란다. 그게 인생이 외로운 이유란다. 그렇지만  지상의 그 어느 것보다도 더 너를 사랑한다. 그리고 너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아마 우리는 이해라는 것이 필요가 없을 거다. (이겨내려는 듯) 그렇지만 너의 소망을 받아 드리면서 나는 너의 행복을 위해, 슬픔으로부터 수용과 평화에 대한 너의 결과적 구제를 위해 내가 하고 있는 뭔가의 힘이 내게 확신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녀가 울고 있는 것을 그가 감지한다.- 자기 책망으로) 늙은 바보! 짐이 다시 너를 울게 만들었구나! 삶을 살아 가는 방법을 충고하기도 괴롭구나! 짐의 말 따위에 귀를 막아라! 네 마음이 원하는 것을 따르도록 노력하거라! 우리가 범한 실수가 어떤 것인지를 도대체 누가 알겠니? 사람은 슬퍼하거나 기뻐해야 한다. 만족은 먹충이나 잠충이를 위한 따사로운 다라끼란다! (충동적으로) 울지 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짐은 아건에게 네 손을 거부할 수가 있다. 그건 전쟁을 의미한다!

 

쿠카친: (고개를 쳐들고 자신을 억제하며- 슬픈 최후로) 이해하지 못하시는군요. 저는 이번 항해를 원하고 있어요.

 

쿠부라이: (절망적으로) 그렇지만 마르코를 여기에 데려 올 수가 있다. (무력한 분노로) 그로 하여금 네 앞에 무릎을 꿇려 그의 영혼을 위해 기도시킬 수 있단 말이다!

 

쿠카친: (침착한 슬픔으로) 제가 노예를 원하고 있나요? (꿈을 꾸듯) 저는 위험하고 매력적인 바다에 긴 항해를 하는 배의 선장을 원하고 있답니다.

 

쿠부라이: (운명에 대한 강한 도전으로) 짐은 대왕이다! 짐이 그를 죽여 버리겠다! (사이)

 

추인: (아래로부터, 침착하고 위로하는 어조로) 귀한 사람은 자아를 무시합니다. 현인은 행동을 무시합니다. 그런 분의 진실은 행동 없이 행합니다. 그런 분의 지식은 알 수 없는 것을 숭배합니다. 그런 분에게는 태어남은 시작이 아니며 죽음은 결코 끝이 아닙니다. (쿠뷰라이의 머리가 수긍으로 고개를 떨군다. 추인은 부드럽게 마을 계속한다.) 폐하의 눈에 눈물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대왕이시며, 세상의 통치자께서는 울면 안됩니다.

 

쿠부라이: (상심하여) 통치자라구? 나는 네 노예로다! (그리고나서 자신을 통제하며- 억지로 즐겁고 장난스런 어조로) 마르코는 영원불멸한 영혼을 자신감에 차고 자신의 새로운 제독의 복장을 하고 곧 여기에 나타나겠군! 짐은 웃을 수도 죽일 수도 없는 것으로부터 물러나 가야겠다. 페르시아에 도착하거든 편지를 써라. 내게 말하라- 네가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특히나 그의 영원불멸한 영혼이 어떤 것인가를! (그리고나서 부드럽게) 잘 가거라, 내 귀여운 꽃! 살아야 한다. 이보다 더 인간이 다른 것과 구별될 수 있다는 어떤 다른 충고도 없다.

 

쿠카친: 살며- 사랑하며!

 

쿠부라이: (그의 농담어린 어조를 새롭게 하려고 노력하면서) 자기의 선조들, 특히나 자기의 할아버지를. 나를 잊지 마라!

 

쿠카친: 결코 잊지 않을 거예요! (그들은 포옹을 한다.)

 

쿠부라이: (숨이 막힌 듯) 잘 가거라. (그가 서둘러서 사닥다리를 내려간다- 추인에게) 여기 남아서- 그를 만나고- 내 말을 전하게- (그가 쿠카친을 향해 고개를 든다.) 마지막으로, 안녕, 내 삶의 귀여운 꽃! 행복을 알기를 바란다! (그가 재빨리 돌아 서서 간다.)

 

쿠카친: 잘 지내세요! (그녀가 난간에 머리를 숙이고 운다.)

 

추인: (사이 이후) 지치셨군요, 공주님. 우셔서 눈이 붉어지시고 코 역시 마찬가지이십니다. 나이들어 보이십니다.- 약간은 못난 사람처럼 보이시는군요. 폴로 제독께서 못 알아 보시겠습니다. (쿠카친이 성급하게 눈물을 닦는다.)

 

쿠카친: (그의 놀림에 반은 미소로 반은 울면서) 지독한 영감님이시군요!

 

추인: 조금 주무십시오, 공주님, 그러시면 아름다워질 겁니다. 옛 꿈은 지나갔습니다. 주무시고 새롭게 깨어 나십시오. 인생이란 두 가지의 깨어남 가운데 나쁜 꿈으로써 가장 현명하게 간주될 겁니다. 그래서 매일 매일은 축소판 인생입니다.

 

쿠카친: (지치고 조을음이 와서) 당신의 지혜는 나를 잠들게 하는군요. (그녀의 고개가 팔위로 수그려지고 곧 잠이 든다.)

 

추인: (사이 이후-부드럽게) 쿠카친 공주님! (그는 그녀가 잠든 것을 바라본다- 킥킥대고 웃는다.) 나는 개종자를 얻었다. (그리고나서 생각에 잠겨) 젊은이는 많은 잠을 필요로 하고 노인은 적은 잠이 필요하답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람은 점차 인생을 완성시켜 나가는 것이 아닐까요? 흠. (그가 이 점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본다. 멀리서부터 앞 장에서와 같은 해군 음악을 연주하는 폴로의 밴드 소리가 들린다. 추인이 놀란다- 그리고나서 미소를 짓는다. 음악 소리는 곧장 커진다. 공주가 놀라서 깨어난다.)

 

쿠카친: (놀라서) 추인! 제독께서 오고 있군요?

 

추인: (무뚝뚝하게) 그런 것 같습니다. 작별 인사를 할 때 도시의 어떤 사람도 소홀히 하지 않는게 그 사람다운 일이지요.

 

쿠카친: (허둥대며) 잠시 내 선실로 가봐야 겠어요. (그녀가 서둘러서 되돌아 간다.)

 

추인: (밴드가 빠르게 가까워 오자 기쁘고도 아이러니칼한 미소를 지으며 듣는다. 마침내 그것이 근처의 모퉁이를 돌아서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잠시 후에 귀가 멍할 정도로 땡그렁 거리는 소리를 내며 마르코가 들어 서는데 그의 복장은 화려한 제독의 제복을 하고 있다. 두 걸음 뒤에 나란히 마페오와 니콜로가 걸어 오는데 그들은 장군으로서 약간 덜 호화로운 복장을 하고 있다. 그들 뒤에 밴드가 들어 온다. 마르코는 추인을 보자 멈춰 서서 겸손하게 경례를 하고 밴드에게 소리를 멈추라는 신호를 보낸다. 추인은 엄숙하게 절을 하고 자신의 마음 속으로 어떤 논쟁에 대답하는 것처럼 말을 한다.) 비록 그것들이 길들여질 수는 없지만 훨씬 덜 시끄럽기 때문에 원숭이들이 더 좋다오.

 

마르코: (공손한 웃음으로) 그게 무슨 말인가요- 더욱 철학적인가요? (그의 등을 치며) 음, 저는 당신의 결단을 좋아합니다. (그가 손수건으로 자신의 이마를 닦는다.) 휴! 저는 분명히 스텝을 밟을 수 있는 어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고국으로 되돌아 가는 것이 기쁠 겁니다. 제 발은 당신네 곡조에 길들여 지지가 않는다니깐요. (씽긋 웃으며) 그리고 아버님과 숙부님을 보세요. 저분들은 삶에 휘청거리고 있어요. (자신있게) 그래서 저는 밴드가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답니다- 공주님을 어느 정도 기쁘게 해드리 위해서는, 그리고 동시에 사람들에게 공주님이 떠나시는 것을 알려 주는데는.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여 배 선미를 쳐다 본다.) 군중들이 모여 있는게 보이시죠? 제가 역시 그들을 잠자리에서 나오게 한 겁니다!

 

추인: (아이러니칼하게) 당신은 또한 공주님을 깨워 버렸소. 일출 때 출발할 거요?

 

마르코: (서둘러서- 손동작을 하면서) 제게 상기시켜주셔서 고맙습니다. 서둘러야 겠습니다. (그의 아버지와 숙부에게) 두 분께서는 승선하셔서 제가 신호를 할 때 닻을 올릴 준비를 해두는게 좋겠습니다. (그들이 나간다. 그가 갑자기 배의 누군가에게 고함을 친다.) 실을 짐이 더 있느냐?

 

목소리: 짐짝이 백개 조금 못남았습니다, 각하.

 

마르코: 좋다. 갑판 위의 모든 사람들을 불러 배가 출발하도록 대기 시켜라.

 

목소리: 알았습니다, 각하.

 

마르코: 그리고 활발하게 움직이라구, 게으른 놈들 같으니라구! (추인에게- 우쭐대며) 선상에서는 엄한 규율을 갖게 해야 합니다.

 

추인: (호기심으로) 미래의 페르시아 왕비님을 호위하는 사람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시겠는데요?

 

마르코: (냉정하게)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고백해야 겠군요. 만약 공주님께서 백만 위안어치의 비단이나 향료라면 조금도 걱정을 않겠습니다만, 공주님은 다르답니다. 그러나 당신이 폐하께 제 마지막 말을 전할 때 제가 그분 곁에서 저의 의무를 항상 다했노라는 것과 이번에도 그분을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는 것을 말씀드려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숨을 쉬고 있는 한, 저는 공주님을 보살필 겁니다!

 

추인: (진정으로 감사해 하며) 그것 참 용감한 이야기입니다.

 

마르코: 용감한 말에 관해서는 그 어떤 것도 알지 못합니다. 저는 천성적으로 과묵한 사람이며 행동이 곧 말이 되게 하는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케세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몇 번이고 증명해왔던 것처럼 제가 어떤 일을 한다고 말하면 저는 그것을 합니다!

 

추인: (갑자기 혼자서 영리한 미소를 지으며) 깜빡 잊었군요. 폐하께서 당신에게 어떤 비밀스런 마지막 지시를 내리셨습니다. 당신이, 항해 중 매일 어느 순간에, 공주님의 눈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거기에 무엇이 있는지를 주목하라고 하시더군요.

 

마르코: 무엇 때문이죠? (그리고나서 쾌활하게) 오, 폐하께서는 공주님이 열대 지방에서 열병을 앓게 될까봐 걱정인 모양이시군요. 좋아요, 공주님께서 좋은 상태가 되도록 보살필 거라고 폐하께 전해 주십시오. 두려움이나 호감에 상관없이 공주님 곁에서 옳은 일을 할 겁니다. (그리고나서 실질적으로) 그러면, 물론, 만약 그녀 남편께서 항해가 끝나서 제가 한 일이 보너스를 받을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그분께 달렸겠지요. (호기심있게) 공주님은 그 분을 본 적이 없지요, 그렇지요?

 

추인: 그렇소.

 

마르코: (무관한 사색가의 태도로) 음, 저는 왕들과 왕비들에게 까지도 사랑의 짝을 신봉하는 바예요. (씽긋 웃으며) 그 점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제가 본국에 돌아가서는 도나타와 결혼하게 될 겁니다.

 

추인: 도나타?

 

마르코: (자랑스럽게) 이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여인이예요! 그녀는 거기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추인: 그녀의 소식을 들었소?

 

마르코: 소식을 들을 필요가 없어요. 저는 그녀를 믿을 수 있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녀에게 진실해 왔구요. 저는 그 어느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물론, 제가 동정을 지켰다는 뜻은 아니에요. 저는 마음의 휴식이 필요할 때면 가끔씩 첩들과 즐겼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인간만의 본성이지요. (그의 눈이 회상에 잠긴 듯 반짝인다) 그들중 몇 몇의 여인들도 역시 미인이었어요! (한숨을 쉬며) 음, 즐겨왔지만 이젠 제가 정착할 때라는 생각이 들군요.

 

추인: 불쌍한 공주님!

 

마르코: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오, 알겠어요, 그래요, 공주님께도 동정을 합니다- 회교국으로 가야하니 말입니다. 동양 사람들이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또 하나의 것이 있다면 그것은 회교관입니다. (씽긋 웃으며) 이제 서양에서 한때 그것이 매우 골치거리였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배웠답니다.

 

추인: (퉁명스럽게) 반드시 공주님과 자주 결혼과 사랑에 대한 대화를 나누도록 하시오. 당신이 그분을 치료해 줄 거라고 확신하는 바이오.

 

마르코: (의아해 하며) 공주님을 치료한다구요?

 

추인: 그 분 마음에 어떤 비이성적인 상상력에 대해서도 치료를 하시오.

 

마르코: (쉽게) 오, 그게 당신이 뜻하는 바라면 공주님이 만족하시도록 해드릴 것을 장담하겠습니다. (뒷쪽에서 인간 사슬이 일을 끝내고 창고속으로 사라진다. 소규모 무리들이 모여서 선미를 쳐다보며 말없이 서 있을 때, 사람의 무리들이 새롭게 도착함으로써 점차 수가 늘어난다. 마르코가 만족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자, 계획보다 먼저 모든 화물들 역시 선적되었소. 우리는 노예 여섯을 잃었지만 기어코 일을 해냈습니다! 그리고 밴드 덕택에 우리가 끌어 모은 군중들을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