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 마르코(11)/유진 오니일
백만장자 마르코(11)
유진 오니일 작/실개천 번역
추인: (혐오스러워 하며) 밴드 소리가 없었더라도 사람들은 왔을 거요. 사람들은 공주님을 사랑하오.
마르코: (냉소적으로) 아마 그렇겠죠, 그렇지만 그들은 잠자는 것 역시 사랑한답니다. 저는 사람들을 알고 있답니다! (숭배의 울부짖음이 군중들로부터 커진다. 그들은 공주가 은빛 긴 소매 옷을 입고 선실로부터 나와서 난간에 서서 내려다 볼 때 한 동작으로 엎드린다.)
군중들: (길고도 울부짓는 속삭임으로) 잘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쿠카친: (손동작으로 그들을 침묵 시킨다.)
낯선 꽃들과 얼굴들 속에서
낯선 하늘 아래 혼자서 푸르고
파란 바다 위를 항해해 갈 때
나는 유배의 긴 슬픔을 알게 될 것이다.
내 백성에 대한 사랑을 사랑으로 기억하면서
내가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라를 갈망할 때
내 눈은 울어서 붉어질 것이며
내 심장은 피를 쏟을 것이다.
(낮은 울음 소리가 군중들로부터 흘러 나온다.) 잘 있거라!
군중들: 잘 가세요- 잘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안녕!
마르코: (그가 감동받은 것에 어리석다는 느낌으로) 빌어먹을! 복창은 항상 내게 뭔가 때문에 울고 싶게 만든단 말이야. 시는 포도주보다 내게 더 아프게 한다니깐. (그가 큰 소리로 부른다- 매우 공손하게) 공주님! 우리는 즉시 항해를 할 겁니다. 선실로 들어가 주시지 않겠습니까? 밤 공기에 맨 머리로 서 계시면 감기 걸릴까 걱정됩니다.
쿠카친: (몸을 떨면서- 그의 염려에 감사해 하며) 나는 그대에게 맡겨진 몸이에요, 제독님. 내 건강을 염려해주니 고맙구려, 그러니 복종해야죠. (그녀가 돌아서서 선실로 들어 간다. 군중들이 말없이 흩어져 가고 밴드만이 남아 있다.)
마르코: (우쭐대며 소란스럽게) 무엇을 시킬려고 하실 때 가까이에 여성들을 두셔서는 안됩니다. 금방 어떤 일을 하도록 공주님께 말해야 할 곳을 알 수 있습니다. 음, 저는 공주님이 좋은 뜻으로 그것을 받아 주시기를 바라며 , 제 자신을 위하는 일이 아니라 그분 남편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매우 자신있게) 당신도 아시겠지만 저분이 공주님이라는 것과 별개로 항상 제가 저분을 매우 존경해왔답니다. 저분은 오만하지 않고 그리고 저분은- 음, 인간적이십니다, 그게 제가 말하고자 하는 뜻입니다. 저분을 위하는 일이라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입니다, 공주님이든 아니든! 그렇습니다, 각하!
추인: (의아해 하며) 희망이 있을 수도 있겠군- 결국.
마르코: 무슨 말씀이신가요?
추인: 아무 것도 아니오. 알 수 없는 일이로군!
마르코: 항상 희망이란 있답니다! 비관론자가 되지 마세요! (그의 등을 치며) 알 수 없다니요, 예? 음, 만약 그게 철학자같은 일이 아니라면 - 바로 마지막 순간에 수수께끼라도 시작하시기 위함인지! (그가 선미를 향해 사닥다리를 반쯤 올라 가다가 킥킥대며 추인을 향해 돌아 선다.) 바보의 충고로 받아 드리시고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너무 빨리 늙어 버리실테니깐! (더욱더 연설투로) 뛰기 전에 쳐다 보시면 주저 앉고 싶을 겁니다. 앞으로 계속 가세요 그러면 옳을 수밖에 없답니다! 어딘가에 도착하게 마련이니깐요! (그가 갑자기 다시 웃음을 터뜨린다.) 여보세요! 제가 지금껏 좋은 충고를 드리지 못했다고 말씀하시면 안됩니다! (그가 갑판 꼭대기로 빠르게 뛰어 올라가서 절을 한다) 거기 배 중앙의 닻을 올려라! 도대체 어디들 있는 거냐- 자는 거냐? 저 큰 돛을 올려라! 재주란 도대체 없는 이교도 무리들아! (그가 무딘 감정으로 서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밴드에게 갑작스런 사나움으로 돌아 선다. ) 헤이, 너희들! 내가 갑판에 발을 들여 놓을 때 밴드를 울리라는 말하지 않았나? 내가 왜 선불을 줬다고 생각하나- 내게 작별 인사하기 위해서 손 흔들라고 준 줄 아나? (밴드가 미친 듯 울리기 시작한다. 그 결과 광란스런 소리의 폭포가 된다. 마르코가 난간에 기대서서 그에게 절을 하자 추인이 귀를 막고 고개를 살레 살레 흔들며 자리를 뜬다.) 대왕님께 말씀 전하세요- 그분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할 거라고- 제게 편지 쓰세요- 바로 베니스로-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저를 알 겁니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모른다 할지라도 맹세코 그들이 알게 될 겁니다!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