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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 마르코(15)/유진 오니일

김영관 2007. 7. 14. 15:13

  백만장자 마르코(15)

 

                 유진 오니일 작/실개천 번역

  

                     3막


                   장면I



  장면: 1년 후.

 

    캠버럭 궁전의 커다란 왕좌. 이가 들고 슬픔에 찬 쿠부라이가 왕좌에 쭈구리고 앉아서 바이안 장군의 이야기를 덤덤한 얼굴로 듣고 있다. 군복 차림에 사령관의 갑옷을 입고 있는 그는 손에 몇 장의 지도를 들고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쿠부라이 왼쪽에 추인이 서 있는데 그는 글을 읽고 있다. 바이안 뒤에는 화려한 제복에 갑옷을 입은 수 많은 젊은 장교들과 더불어 자기 소속의 군 장군들이 주의를 집중한 채 무리지어 있다. 오른쪽 방으로부터 춤과음악, 웃음 소리가 문 닫혀진 방을 통해 들려온다.


바이안: (인상적으로- 지도를 가리키며) 여기는, 폐하, 폐하 제국의 서쪽 경계선을 나타내는 다뉴브 강변입니다. 그 건너편에 서양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 첩보원들이 그곳의 많은 소국가들이 싸우고 있다고 보고를 해옵니다. 서로에 대한 질투가 심해서 우리가 각개 격파를 해서 무너뜨리면 나머지 국가들이 기뻐할 것입니다. 우리는 한달 이내에 다뉴브에 기병 백만을 기동시킬 수가 있습니다. (자랑스럽게) 우리는 그들의 군대를 몰아 바닷속에 처박아 버릴 수가 있습니다! 폐하의 제국은 대양에서 대양까지 키울 수가 있습니다!

 

쿠부라이: (지친 듯) 이미 영토는 너무 넓다. 왜 그대는 서양을 지배하려고 하는가? 그곳은 정신적, 물질적인 부의 면에서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땅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탐욕의 위선으로 접촉함으로써 잃을 수 있는 모든 것을 그곳은 지니고 있다. 정복자들은 무엇 보다도 먼저 피정복자들의 악덕을 배우게 된다. 서양은 그들이 스스로 멸망케 놔두라.

 

바이안 (무력하게) 그렇지만- 동양의 모든 곳은 평화스럽습니다!

 

쿠부라이: (절망적인 아이러니로) 아하! 그래서 그대는 조바심이 난 건가?

 

바이안: (자랑스럽게) 저는 몽고인- 행동적인 사나이입니다!

 

쿠부라이: (즐거운 아이러니로 그를 바라보며) 흠! 그대가 이미 서양을 지배했다고 짐은 생각되는구나.

 

바이안: (어리둥절하여) 뭐라고 하셨나요, 폐하? (그리고나서 설득하려는 듯) 서양은 강하지는 않지만 교활합니다. 기독교인인 폴로가 성벽을 누너 뜨리는 기계를 어떻게 발명하였는지를 기억하십니까? 그들이 인간의 힘을 약화시키는 기계를 너무 많이 만들기 전에 이제는 그들의 교활함을 부셔 버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나서 갑작스러운 영감으로) 그래서 그것은 정의로운 전쟁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기독교인의 우상을 누너뜨리고 부처님의 상을 세워야 합니다!

 

쿠부라이: 평화의 왕자이신 부처님 말씀인가?  

 

바이안: (그의 모든 수행원들이 하는 것처럼 절을 하며) 온화하신 분, 지선 하신 분, 친절하신 분,  가련한 분, 자비심 있는 분, 현인, 영원히 명상에 잠겨 계신 분!

 

쿠부라이: 그분의 이름으로?

 

바이안: (격렬하게) 그분을 거부하는 자들에게 죽음을!

 

일동: (매우 격렬한 외침과 쨍그렁 거리는 검 소리와 더불어) 죽음을!

 

쿠부라이: (천정을 익살스럽게 쳐다 본다.) 벼락을 쳐? (기다린다.) 아니라구? 그렇다면 신은 없는거다! (그리고나서 냉소적인 통렬한 미소로 바이안에게)  존경하는 사령관, 만약 그대가 전쟁을 해야한다면, 멋진 수사가 아닌, 그대가 존경하는 폴로가 말하곤 했던 것처럼 말이 별로 필요없는 실질적인 전쟁이 되게 해야 한다. 서양은 그냥 놔두게. 우리의 관심사는 아직 싸움이 아니네. 그렇지만 비단 산업이 우리 것의 우수성을 위협하기 시작하고 있는 한 무리의 섬 사람들이 있다네. 그대의 당당한 백만 군대를 거기로 이끌고 가라- 그래서 그대의 전쟁이 나를 평화롭게 해줄 수 있나를 보라!

 

바이안: 명심하여 복종하겠습니다! (그가 기뻐하며 참모들을 향한다.) 대왕께서는 전쟁을 선포하셨다!

 

일동: (격렬한 환호로) 서양을 무너뜨리자!

 

바이안: (성급하게) 아니다. 아직은 아니다. 일본을 무너 뜨리자! (그들은 마찬가지의 열정으로 환호를 한다- 그리고나서 그는 애국심에 가득한 훈계자의 태도로 열변을 토한다.) 폐하의 자비심과 인내심이, 폐하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공격을 목적으로 누에를 길러서 사업을 계속하는 부도덕한 일본의 장사를 빙자한 해적 무리들에 의해서 범해지는 우리의 비단 사업에 종사하는 동포들에 대한 계속적인 분노로 소진 되셨다! 우리의 비단업자들이 영원한 광명을 누리게 하기 위해서라는 도덕적인 정의로 우리는 싸운다! (더 긴 환호)

 

쿠부라이: (미소를 지으며- 마음이 산란해져서) 들어 가서 춤을 추거라- 모두! 장군도 그렇게 하게! 나는 전쟁 선포를 취소하겠다- 만약 그대들이 춤추고 침묵을 지키는 것을 배우지 않으면! (그들 모두가 홀이 있는 방으로 들어 가고 바이안은 상처받은 태도로 위풍당당하게 성큼 성금 걸어 간다.) 그렇지만 춤추는 것은 그토록 귀엽게 춤추는 발을 가졌던 쿠카친 공주 생각이 나게 만드는구나! 문을 닫아라! 노래하던 공주 목소리를 음악이 되돌아 오게 하라! (추인을 향해서- 성급하게) 지혜라구! 아니다, 글을 읽지 마라! 우둔한 싸움에 지혜로운 글이 무슨 소용이냐?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우둔한 글이 있어야 한다. 살아 남기위해서는 지혜까지도 우둔해야 한다!

 

시종: (성급하게 들어와서 엎드린다.) 페르시아로부터 급한 사신이 왔습니다!

 

쿠부라이: (흥분해서) 쿠카친으로부터인 모양이구나! 그를 이리 데려 오너라! (시종이 문으로 달려가고 잠시 후에 급사가 여행으로 더럽고 지친 모습으로 들어 선다. 그는 왕좌 앞에 털석 쓰러진다. 쿠부라이가 조급하게 그에게 소리를 친다.)

 

쿠부라이: 서찰을 가지고 왔느냐?

 

급사: (온 힘을 다해 서신을 끄집어 낸다.) 여기 있사옵니다! (그가 쓰러진다. 추인이 서찰을 받아 쿠부라이에게 건네주자 쿠부라이가 그로부터 간절한 마음으로 받아든다. 그가 즉시 읽기 시작한다. 시종이 포도주 한 잔을 가지고 되돌아 온다. 급사가 의식을 회복해서 벌떡 일어나 겸손하게 대기하고 있다.)

 

추인: (서찰을 다 읽은 다음에 앞을 우울하게 응시하고 있던 쿠부라이에게 되돌아 간다.) 그런데 우리의 귀여운 꽃께서 그 사람의 영원불멸한 영혼을 구제해 주었나요? (쿠부라이가 그를 바라보지는 않은 채 그에게 말없이 서찰을 건네 준다. 추인이 우울해진다. 그가 큰 소리가 읽는다.) “아건은 죽었습니다. 저는 그 사람의 아들, 가잔과 결혼했습니다.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는 친절하지만 저는 고국과 할아버지를 못보니 섭섭하군요. 제가 아들을 낳는 축복을 받을지는 모르겠군요. 그런 건 염려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 삶의 애착을 상실해 버렸어요. 제 심장은 더욱 더 피로하게 고동치고 있답니다. 죽음이 저를 구애하고 있어요. 폐하께서는 슬퍼하지 마세요. 폐하께서는 제가 행복하기를 바라고 계시지요, 안 그렇나요? 그래서 제 육체는 아직도 오랫동안 버틸 수가 있거든요. 아주 오랫동안. 그 사람은 이미 제 영혼을 소유해 버렸답니다. 저는 폴로 제독이 자기 의무에 끊임없는 주의를 기울려 준 것에 대해 칭찬하고 싶습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내 목숨을 세 차례나 구해줬답니다. 그는 나를 가잔에게 인도해주었어요. 그에게 또 한 차례의 백만 위엔을 주었습니다. 그의 영혼에 관해서 폐하가 옳았습니다. 인내심있는 미덕으로 뚱뚱한 여자임을 제가 알아낸 사람으로 제가 얼마나 착각을 했던지. 폐하께서 이 편지를 받으실 무렵 그들은 베니스에서 결혼해 있을 겁니다. 저는 그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제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어요- 잊을 수가 없을 겁니다- 또한 이 세상의 어떤 아름다움도 믿지 않을 겁니다. 저는 폐하를 삶에 있어서 가장 사랑합니다. 그리고 추인에게도 역시 제가 사랑한다고 전해 주십시오.” (그가 손에든 편지를 옆으로 떨어뜨린 채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다. 쿠부라이의 목소리가 쉬어 있다. 쿠부라이는 쓸쓸하게 앞을 응시하고 있다.)

 

쿠부라이: 여왕이 이 편지를 개인적으로 주더냐?

 

급사: 그렇습니다, 폐하- 관대하신 선물과 함께.

 

쿠부라이: 나도 관대할 수가 있다. 그녀가 보이더냐- 아픈 사람처럼?

 

급사: 그렇습니다. 저는 여왕님의 목소리를 거의 들을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쿠부라이: 너는 어떤 다른 말씀은 가져 오지 않았느냐?

 

급사: 여왕님으로부터는 아닙니다. 저는 폴로 제독으로부터 사적인 심부름으로 온 것입니다. 그렇지만 폴로 제독은 제 출발에 의심쩍어 하면서 제가 기억하도록 구두 메시지를 주셨습니다.

 

쿠부라이: (거칠게- 그의 눈은 분노로 빛나기 시작하며) 하! 계속하라! 반복해 봐라!

 

급사: (그의 기억을 새롭게 하기 위하여 잠시 머뭇 거리다가) 그분이 말씀하기를, 대왕님께 이렇게 전하라, 말로 다 표현 할 수 없는 수 많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가잔 왕께 저는 제 임무를 무사히 수행했습니다. 총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공주님께서는 항해중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성격적으로 들떠있고, 열정적인 기질이 있긴 하지만 공주님께서는 그분의 건강에 대한 제 조언에 귀 기우리기를 거부하지 않으셨으며 제가 가잔 왕께도 이야기한 것처럼 결혼의 책임감과 모성의 의무감이 공주님 생각을 맑게 할 것이며 공주님께서는 분별있는 아내가 그러하듯이 정착하게 될 것입니다. 덧붇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추인에 의해 제게 주어진 폐하의 최종적인 지시에 겸허한 복종으로 저는 매일 공주님의 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쿠부라이: (당황해서 추인에게) 뭐라구? 그대가 그런 거냐?

 

추인: (난감해하면서) 늙은 바보를 용서하소서! 저는 마지막 기회로써 약간은 농담으로- 공주님을 치료하기 위해서- 아니면 그를 깨우쳐 주기 위해서 였습니다.

 

급사: (계속해서) “그렇지만 저는 우리 항해의 끝 무렵, 특히 우리의 항해의 마지막 무렵  특히나 마지막 날, 제가 약간 긴장된 표정을 감지했는데 이것도  배 위에서 오랫동안 밀폐된 생활 이후에 공주님의 기분 언짢아함으로 활발치 못했기 때문에 열이 있는 것으로 판단을 한 것 이외에는 눈에 어떤 변화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쿠부라이: (분노로 숨이 막혀) 오, 하늘에 계시는 암흑의 신이시어!

 

급사: 그리고 그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대한 돈을 제게 주지 않았으며 폐하께서 정중하게 지불할 것이라고 제게 약속했습니다.

 

쿠부라이: (격렬한 웃음으로) 하-하-하! 그만! 네가 감히 나를 미치게 할 작정이냐? (그리고나서 갑작스럽게 분노하면서) 네 놈을 찌르기 전에 사라져라, 개같은 놈아! (공포에 질겁한 급사가 섬광처럼 기어 나간다. 쿠부라이가 빛나는 눈으로 일어선다- 복수심에 가득차서) 다시 생각해봤다! 짐은 서양을 정복하겠노라! 짐이 손수 군대를 이끌겠노라! 사원 하나 남기지 않겠으며 노예로 만들지 않을 살아있는 예수쟁이는 결코 없을 것이다! 그들의 도시는 화염으로 쌓일 것이며 그들의 들판은 쑥밭이 될 것이니라! 내가 무찌르지 않은 곳은 굶주림이 끝내 주게 할 것이다! 그리고 베니스라는 도시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지역도 남겨두지 않을 것이니라! 그리고 마르코 폴로의 몸뚱이는 뼛가루도 남지 않게 할 것이며 그것이 죽기 전 10일 내내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지 않을 살점은 없을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