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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막간극(6)/유진 오니일

김영관 2007. 7. 18. 10:56

            낯선 막간극(6)


                유진 오니일 작/실개천 번역

 

니나: (천천히 그리고 낯설게) 난 아프지 않았어요.  아주 건강하다구요. 하지만 병원에 있는 사람들이 아파 있고 그래서 그들이 계속 살아 갈 수 있도록 내 건강을 주고 싶은 거예요. (그녀의 어조에 갑작스런 강렬함이 깃들여) 전 고오든에 대한 나의 겁쟁이 배신을 보상해야 해요! 이 뜻을 아셔야 해요, 아버지, 나를 이렇게 만든 아버지- (그녀가 헐떡이며 숨을 몰아 쉰다. 절망적인 상태에서 생각에 잠겨)
          
내가 말을 시작하고 있구나... 그래서는 안돼!...저 분은 내 아버지인데...

 

리이드즈 교수: (죄의식적인 두려움의 공포에 빠져, 그렇지만 도전적으로) 너 무슨 말이지? 네가 말하는 것에 대해 넌 책임이 없다는 말이냐?

 

니나:(다시 낯선 강렬함으로) 난 보상을 해야 해요! 그게 저의 분명한 의무예요! 고오든은 죽었어요! 나의 삶이 내게 혹은 어느 누구에게 무슨 소용이 있어요? 그렇지만 난 그걸 이용해야 겠어요- 그걸 베풂으로써! (강렬하게) 난 자신을 주는 걸 배워야겠어요, 제 말 듣고 계세요?- 난 주고 또 주겠어요 그래서 마침  내 자신의 즐거움 이외에는 즐거움이 없는 사람들에게 주저 없이, 두려움 없이 인간의 행복을 위하여 내 자신이 한 나의 선물이 될 때까지! 제가 이 일을 완성했을 때 비로소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고 다시 내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하는 방법을 알게 될 겁니다! (절망적인 조급함으로 그들에게 호소하며) 제 뜻 아시겠지요? 가장 평범한 고상함과 명예로움이라는 이름으로 전 고오든에게 빚을 졌다구요!

 

리이드즈 교수: (날카롭게) 모르겠는 걸, 난 모르겠단 말이다- 아무도 모를 걸! (격렬한 채 생각에 잠겨)
고오든은 지옥에나 가라!...

 

마아즈든:(생각에 잠겨)
자신을 준다고!... 그녀의 몸을 준다는 말인가?... 아름다운 몸을... 다친 자들에게?... 고오든을 위해서?... 빌어먹을 고오든!...

(냉정하게) 고오든에게 빚을 졌다는 뜻이야, 니나?

 

리이드즈 교수: (통렬하게) 그렇다네,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자네가 그에게 사랑을 주었는데 그가 바랄 수 있는 그 이상을 그가 가졌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단 말일세.

 

니나:(강렬한 자기 경멸감으로) 내가 그에게 주었다구요? 내가 그에게 무얼 주었나요? 내가 그에게 주지 못했던 것 때문에 고통스러워 한다구요! 그가 출정하기 전날 밤- 내 몸이 아파올 때까지 그의 팔에 안겨서-  그날 밤 모든 걸 다 알고 있으면서도- 내 마음 속에 뭔가가 그가 죽을 거란 걸 알고 있으면서, 그가 다시는 키스를 할 수 없을 거란 것을 알면서- 이러면 안돼 라는 이 말이, 아주 분명히 내 머릿속에서의 거짓말로 이런다는 것을 알면서, 그가 돌아와서 결혼하게 되면 넌 그후로는 계속 행복할 거고, 너를 소유하고 있을 때 그렇게 행복한 눈을 소유할 그와 아주 닮은 눈동자를 가진 네 가슴에서 쳐다 올려 볼 아이들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내 입술이 무감각해질 때까지 입을 맞추었다구요! (그리고나서 격렬하게) 그렇지만 고오든은 결코 나를 소유하지 못했어요! 난 지금도 고오든의 어리석은 숫처녀라고요! 그리고 고오든은 진흙의 재가 돼버렸구요! 그리고 난 영원히 행복을 잊게 되었구요! 그날 밤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그가 나를 소유하고 싶어했다는 거예요. 자신의 머리에서 명령하는 바를 따라 안돼, 너 이러면 안된다, 넌 그녀를 존경해야 돼, 네가 결혼 증명서를 얻게 될 때까지 넌 기다리라고 한 명예로운 도덕성을 보인 사람은 이 세상에 유일한 한 사람인 고오든 뿐이란 걸 전 알았다구요! (그녀가 조롱스런 웃음을 웃는다.)

 

리이드즈 교수: (충격을 받아서) 니나! 이건 정말 너무 터무니 없는 이야기인 걸!

 

마아즈든:(반박하듯- 우월감에 젖은 조롱으로) 오, 진정해, 니나! 책을 너무 많이 읽었군. 책들이 니나 생각과 같지는 않아.

 

니나: (그를 쳐다보지 않은 채- 그녀의 눈은 아버지의 눈을 쳐다보면서- 강렬하게) 고오든은 날 원했어요! 나도 그를 원했구요! 그가 나를 갖도록 했어야 했는데! 그가 죽게 될 것이고 내가 어린애가 없을 거라는 것과 사랑하는 고오든이나 그의 후손이 내게 남아 있지 않을 것, 그리고 행복이 날 부르고 있는데 내가 거절 하면 다시는 나를 찾아 오지 않을 거라는 걸 난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 내가 거절을 했다니! 그에게 날 갖게 하지 못했으니! 난 그를 영원히 잃은 거라구요! 그래서 지금 나는 외롭고 전혀 임신도 못하고 있는 채-괴롭기만 하다구요! (그녀가 마지막 말을 하면서 아버지에게 대든다- 강렬하게) 내가 왜 거절했는 줄  아세요? 네 아버지가 뭐라고 말할 지 울부짖고 있던 내 내면에 존재하는 겁쟁이 같은 게 뭐였을까요, 아니, 아빤 알 리가 없지요?

 

리이드즈 교수: (생각에 잠겨- 격렬하게)
저런 짐승같은 계집애!... 그런데 저게 내 딸이라니!...나와는 닮은 데가 전혀 없으니!... 제 에미를 닮은 걸까?...

(마음이 산란해져)

니나! 정말 난 네 말을 들을 수가 없구나!

 

니나:(격렬하게) 그게 내 아버지가 바로 이야기할 수 있는 거라구요! 기다려라, 그 말이 아버지가 고오든에게 해준 이야기였잖아요! 전쟁이 끝날 때까지 니나를 위해서 기다려라, 그러면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고 결혼 허가증을 얻게 될 여유도 생길거라구!

 

마아즈든:(당황하여- 그에게 가며) 너무 심각하게 받아 들이지 마세요, 교수님!

(신경과민적인  반박감으로 생각에 잠겨)
니나는 변했군... 이제 모든 육신이... 욕정... 그녀가 저렇게 욕정적이라는 걸 누가  꿈이나 꾸었겠는가?...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군!... 오늘 내가 여기에 오지 않았어야 했는데!...

 

니나:(냉정하고 신중하게) 더 이상 거짓말하지 마세요, 아버지! 오늘 난 이 모든 문제들로 아버지와 부딪치기로 결심했다구요. 왜 고오든이 떠나기 전에 갑작스럽게 결혼에 대한 생각을 포기하고 그가 갑자기 우리의 결혼이 내게 옳지 못하다고 작정했는지 이제 난 안다구요! 내게 불공정한 처사라니! 오, 얼마나 우스꽝스런 이야기인가요! 고오든, 내가 행복할 수도 있었고 그러면 지금 그의 어린아이를- (그리고나서 직접적으로 아버지를 비난하며) 그의 명예를 걸고서, 그게 불공평하다고 아버지가 이야기했죠, 그렇죠?

 

리이드즈 교수: (자신을 가다듬으며- 뻣뻣하게) 그렇다, 널 위해서 였단다, 니나.

 

니나: (전과 똑같은 목소리로) 거짓말하기엔 너무 늦었다구요!

 

리이드즈 교수: (목석같이) 그렇다면 그게 널 위해서라고 내 자신에게 다짐한 바였다고 해두자. 그게 사실일지도 모르니. 너는 어리다. 넌 진실을 가지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고오든을 질투했다는 것도 역시 사실이다. 난 외로웠고 네 딸을 지키고 싶었다. 난 사람들이 고발이나 처벌할 필요가 없는 도둑을 미워하듯 그를 미워했다. 난 너희들 결혼을 방해하기 위하여 내 최선을 다했다. 그가 죽었을 때 난 기뻤다.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네가 내게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것 아니냐?

 

니나:맞아요, 이제 난 아버지를 증오하는 걸 잊기 시작했어요. 적어도 아버지는 나보다 더 용감했으니깐요.

 

리이드즈 교수: 내가 죽는 날까지 너의 사랑으로 위안 받으며 살고 싶었다. 간단히 말해서 난 공교롭게도 너의 아버지가 된 한 남자란다. (그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조용히 흐느낀다.) 그런 인간을 용서해 다오!

 

마아즈든:  (머뭇거리며 생각에 잠겨)
간단히 말해, 우리 먼저 소유했던 사람들을 용서하듯이 우리의 소유를 용서하여 주소서... 어머니가 날 이 렇게 오랫동안 소유한 걸 놀라워 하시겠지... 차를 마실 시간인데... 난 집에 가 봐야겠군...

 

니나:(슬프게) 오, 용서하겠어요. 그렇지만 내가 아직도 고오든에게 내 자신을 주는 방법을 어떻게 해서든지 찾아서 나의 빚을 갚고 자신을 용서하는 방법을 배워야 겠다는 걸  아버지는 이해해 주시겠지요? 

 

리이드즈 교수: 알았다.

 

니나: 매어리가 아버지를 보살필 거예요.

 

리이드즈 교수: 매어리가 아주 잘 하겠지.

 

마아즈든:(생각에 잠겨)

니나는 변했어... 이곳은 나를 위한 자리가 아니야... 어머님이 차를 기다리고 계실 걸...
          
(그리고나서 용기를 내어 기뻐하는 불확실한 어조로)두 분 다 아주 잘 하셨어요. 그렇지만 이 모든 게 터무니없는 짓 아녜요? 니나는 찌뿌둥한 더위와 습도 때문에, 그리고 더더욱 우울하게 하는 병원과 절름발이들 때문에 일 개월이내에 돌아올 텐데요!

 

리이드즈 교수: (날카롭게) 저 애는 건강이 좋아질 때까지 여기 있어야 하네. 이번에도 그녀를 위해서 하는 말일세.

 

니나:9시 40분 기차를 타겠어요. (마아즈든을 향하여- 갑작스럽게 소녀 티를 내며) 위층으로 갑시다, 찰리, 그래서 내 짐을 꾸리는 것을 도와 주세요! (그녀가 그의 손을 잡고 그를 끌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