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막간극(9)/유진 오니일
낯선 막간극(9)
유진 오니일 작/실개천 번역
마아즈든:(혼란스러워 하며- 재빨리) 여기 있소- 서재에, 니나.(그가 문쪽으로 확신성 없이 움직인다.)
니나:(들어 와서 문 안쪽으로 선다. 그녀는 간호원 제복에 모자를 쓰고 있고 제복 위로 라갈란 천 코오우트를 입고 있다. 그녀는 전 장면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고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며 훨씬 더 여위어 있으며 그녀의 광대뼈가 불거져 나와 있고 그녀의 입은 냉소의 경멸로 굳은 주름살이 패어 있다. 그녀의 눈은 환멸에 대한 방어적 관찰로 그녀의 상처 받은 영혼을 포장하려 하고 있다. 그녀의 훈련은 또한 그녀의 성격을 약간 거칠게 하고, 고통에 대해 과민성을 갖게 하며, 그녀에게 간호원의 직업적으로 냉정한 자세를 갖게 한 경향이 보인다. 자신의 신경 통제를 다시 하기 위한 싸움으로 그녀는 차갑고 능률적인 자세 이후에 지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녀는 참으로 전의 어느때 보다도 더욱 긴장되고 붕괴된 상태이다. 비록 그녀가 이제는 그걸 억누르고 감출 수 있긴 하지만. 그녀는 눈에 띨 정도만큼 멋지고 그녀의 육체적 매력은 그녀의 창백함과 그녀의 감추어진 경험에 관한 신비스런 암시에 의해서 고조되고 있다. 그녀는 마아즈든을 멍하니 쳐다 보고 이상할 정도로 단조로운 어조로 말을 한다.) 안녕하세요, 찰리.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매어리가 말해 주더군요.
마아즈든:(그가 고개를 몇번 끄덕이고- 우둔하게) 그렇소.
니나:(같은 어조로) 너무 안 되셨어요. 다렐 박사를 모셔 왔어요. 가능성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녀가 말없이 방을 돌아본다- 혼란스럽게 생각에 잠겨)
아버님의 서적들... 의자... 항상 저기에 앉아 계셨는데... 테이블도 저기 있군... 어린 니나는 어떤 것도 만지지 못하게 하셨지... 내가 아버님의 무릎 위에 앉아 있곤 했을 때... 아버지에게 기대 안겨 있었지... 창문 너머 어둠을 꿈꾸며... 난로 앞 아버지의 품안에서의 따사로움... 차가운 어둠 속에서 불꽃처럼 솟아 올랐다가 사그라지는 꿈들...아버지의 사랑 속에서의 따사로움, 편안하게 표류하다가 잠이 들고... "아버지의 딸, 맞지요?"...
(그녀가 주변을 돌아보며 이리 저리 거닌다.)
아버님의 가정... 나의 가정.... 그분은 항상 내 아버님이셨지... 그 분은 돌아가셨다...
(그녀가 고개를 옆으로 흔든다.)
그래, 난 네 말을 듣고 있다, 니나야, 그렇지만 그 말 중 한마디도 이해를 못하겠구나...
(그녀가 냉소적인 경멸로 미소를 짓는다.)
미안해요, 아버지!... 오래 전에 제게 아버님은 돌아가신 분이셨어요... 고오든이 죽었을 때, 모두가 죽어 버렸어요... 그때 아버님은 제게 무얼 느끼셨나요?... 아무 것도 못 느끼셨다구요?... 그런데 이제 제가 아무런 느낌이 없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마아즈든: (상처 입은 듯 생각에 잠겨)
니나가 내 팔에 안겨 주기를 바랬는데... 울면서... 내 어깨에 그녀의 얼굴을 묻고... "오, 찰리, 당신이 이 세상에 남은 저의 전부예요..."
(그리고 화가 나서)
왜 니나는 다렐을 데려와야만 했을까?
니나:(활기 없게) 내가 그날 밤 작별 인사를 할 때 내가 아버님을 다시는 못 보게 되리라는 예감을 가졌어요.
마아즈든: (도덕적 분노에 대한 이러한 서두에 기뻐하면서) 당신이 다시는 그분을 보지 않으려 노력했지, 니나! (그리고나서 자신에 대한 혐오감을 극복한다- 회개하듯이) 나를 용서하소서! 그런 말을 하는 내가 나빴습니다!
니나:(머리를 흔들며- 힘없이) 난 아버님이 생각하고 있을 나를 알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이러니칼하게) 그건 당신이 여기에서 말로는 분석할 수 없는 또 다른 면이 있어요, 찰리! (그리고나서 갑자기 간호원의 차갑고 일을 중시하는 어조로 필요한 질문을 하면서) 아버님이 위층에 계시나요? (마아즈든이 멍청하게 고개 끄덕인다.) 네드를 올려 보내겠어요. 그게 낫겠군요. (그녀가 몸을 돌려 급하게 걸어 나간다.)
마아즈든:(그녀가 나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멍하니)
저건 니나가 아니야...
(화가 치밀어)
거기 병원 사람들이 그녀의 영혼을 죽여 버린 거군!...
(갑자기 그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흐르고 그가 손수건을 끄집어 내어 눈물을 닦으며 굵은 목소리로 중얼 거린다.)
가엾으신 교수님!...
(그리고나서 갑자기 자신을 비웃으며)
제발, 연기는 그만!... 그건 교수님 때문이 아니랍니다! 교수님이 바랐던 것 같이... 그녀가 내 어깨에 기대고 울지 않기 때문에 이 나이깨나 든 찰리가 울고 있답니다.....
(그가 거칠게 웃는다- 그리고 나서 갑자기 문 밖의 사나이를 보고 그를 응시한다- 날카롭게 부른다) 거기 누구요?
에반즈:(당황해 하고 머뭇거리는 그의 목소리가 홀로부터 들려 온다.) 이제 됐어. (그가 부끄러운듯 씩 웃으며 문 안으로 나타난다.) 접니다- 전, 제 말은- 리이드즈 양이 내게 여기 같이 오자고 해서. (그가 어색하게 자신의 손을 내민다.) 선생님이 절 기억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마아즈든씨. 리이드즈 양이 병원에서 어느 날 우리를 소개했었는데. 제가 들어서자마자 선생님은 떠나시려던 참이었거든요. 제 이름은 에반즈입니다.
마아즈든:(분노가 가라앉는 기분으로 그를 대하며, 억지로 다정한 미소를 짓고 악수를 한다.) 아, 그래요. 처음엔 당신을 알아보지 못했소.
에반즈:(어색하게) 제가 주제넘게 참견한 느낌이 들어요.
마아즈든:(그의 사람 좋은 소년 같은 성격에 끌리기 시작하면서) 전혀 그렇지 않아요. 앉으세요. (그가 오른쪽 벤치로 갈 때 그는 중앙의 흔들의자에 앉는다. 에반즈는 불안하게 몸을 앞으로 기울인 채 앉아 손에 그의 모자를 들어 빙글빙글 돌리고 있다. 그는 중키 이상이고 머리는 진한 금발에, 티없이 맑고 소심한 푸른 눈을 지닌, 그리고 덜 성숙한 듯한 그러면서도 육중한 윤곽의 몸집을 가진 사나이이다. 그의 얼굴은 젊고, 붉은 볼을 지닌, 소년같은 잘 생긴 얼굴이다. 그의 태도는 여성들이나 나이 먹은 사람들 앞에서는 부끄러움을 타는, 그리고 친구들 앞에서는 망아지처럼 장난기가 있다. 그에겐 자신감이 좀 부족하고 방향 감각을 상실하여 방황했던 매력 있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지만 그의 외형적인 연약함 내면에는 약간은 각성되지 않은 고집스런 힘이 있는 기미가 보인다. 그가 비록 25세이고 대학을 졸업한지 3년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도 최근에 대학생들이 입는 복장을 하고 있고 대학생들보다도 더 어리게 보이기 때문에 항상 대학생으로 오해받고 있고 본인 또한 그렇게 보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것이 그로 하여금 자신의 힘으로 삶을 살아가도록 하게 하는 점이다.)
마아즈든: (그를 날카롭게 관찰하면서- 즐거운 듯)
이 친구는 분명히 별로 대단한 지성인은 아닐 것 같은데... 몸집만 큰 소년이랄까... 그렇지만 호감이 가는 성격을 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