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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막간극(19)/유진 오니일

김영관 2007. 7. 18. 14:35

     낯선 막간극(19)


           유진 오니일 극/ 실개천 번역


에반즈 부인: (맥풀린 어조로 계속 말을 한다.) 내 남편, 그러니깐 새미의 아버지와 그것에 반대하여 내가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굴복했다, 그런데 새미가 8살 되었을 때, 그 아이가 아프거나 두통이 생기거나 머리를 부딪치거나 울기 시작하거나 악몽을 꾸고 소리를 치거나 할 때마다, 저주가 언제 그에게 내릴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혹은 어린아이들이 당연히 하는 일에도 뭔가 이상한 것 같다고 말하면서 새미에 대한 두려움으로 살 수 밖에 없었단다. (약간 딱딱하게) 그런 두려움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무서운 고통이란다! 난 그걸 알고 있지! 난 그의 곁에서 그걸 겪었다! 그건 역시 날 거의 미치게 했단다- 그러나 난 그게 내 핏속에는 없었지! 그래서 내가 네게 말하는 이유란다!  네가 어린아이를 낳아서는 안되는 이유를 알겠지, 니나!

 

니나: (갑자기 폭발하여- 광적으로)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어요! 샘이 알고서 나와 결혼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는 걸요-

 

에반즈 부인: (날카롭게) 새미가 알고 있다고 누가 말하던? 그는 이것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 그가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 내 삶의 과제이기도 했지. 그의 아버지가 포기하고 그 일로 몸이 쇠약해졌을때 난 새미를 곧장 기숙사 학교로 보냈단다. 난 그에게 아버지가 아프셨다는 편지를 해 줬고 그 편지를 보낸 지 얼마 안 되어 그의 아버지가 돌아 가셨다. 그리고 그때부터 계속해서 새미가 대학 2학년이 되었을때 그의 아버지가 실제로 죽게 될 때까지 난 계속해서 겨울에는 학교에, 여름이면 캠프에 보내고 내가 그를 보러 갔지 그를 집에 오게 한 적은 없었단다. (한숨을 쉬며) 내가 그로 하여금 어머니를 가지고 있다는 걸 잊게 만들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새미를 포기한다는 건 힘든 일이었단다. 난 그들 둘을 보살피는 일이 날 매우 바쁘게 만들어서 그 당시에는 생각할 기회가 별로 많지 않아서 기뻤단다. 그러나 이게 그 이후로 내가 생각하게 된 거란다, 니나: 난 분명히 남편이 내가 새미를 갖지 않았더라면 내 사랑의 도움으로 그의 마음을 흔들리지 않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내가 새미를 갖지 않았더라면 난 새미를 사랑하지 않았을 테고- 그를 잃지 않았을 거다, 안 그랬겠니?- 그리고 난 내 남편을 지킬 수 있었을게다.

 

니나:  (이 마지막 말에 주의를 기울리지 않으면서- 격렬한 조롱으로) 그래서 난 샘이 매우 정상이라고 생각했군요-  그렇게 건강하고 제 정신인- 나와는 달리! 그가 내게 아주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들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그들에게 내 자신을 잊고 그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려 했는데!

 

에반즈 부인: (놀라서 벌떡 일어서며) 배우려했다구? 네가 새미를 사랑했다고 내게 말했지!

 

니나:  아뇨! 아마 거의 사랑할 뻔했죠- 요즈음- 그렇지만 내가 그의 어린애에 대해서 생각을 했던때만! 이제 난 그를 증오합니다! (그녀가 히스테리칼하게 울기 시작한다. 에반즈 부인이 그녀에게 가서 그녀를 팔로 껴 안는다. 니나가 빠져 나오며 흐느껴 운다.) 만지지 말아요! 당신도 역시 증오해요! 왜 그에게 결혼해서는 안된다고 당신은 그에게 말하지 않았죠?

 

에반즈 부인: 그에게 모든 걸 말하지 않았는데 무슨 이유로 그럴 수 있었겠니? 그리고 나는 너희들이 결혼한 다음까지 너희들에 관하여 아무 것도 듣지 못했다. 그리고 나서 난 너희들에게 편지를 쓰려고 했지만 그가 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기더구나. 그리고 난 너희들을 만나기 위해서 그녀를 위층에 남겨 둘 수가 없었다. 그로 하여금 뭔가를 의심하게 만들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를 여기에 오게 하는 것이 나를 놀라게해서 죽게 만들지라도 난 새미에게 너를 즉시 여기에 데려 오도록 계속 편지를 썼단다. 넌 여기에서 즉시 그를 데리고 떠나도록 하거라, 니나! 요즈음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았더라만- 내가 너를 보고 네게 모든 걸 말할 때까지- 난 네가 즉시 아이를 원하지 않기를 계속 바랐을 뿐이다. 그리고 난 내가 그의 아버지를 사랑했던 것처럼 네가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와 단둘이 사는 걸로 만족할 줄 알았지.

 

니나: (그녀의 머리를 들고서- 난폭하게) 아뇨! 난 사랑하지 않아요! 사랑하지 않을 거구요! 난 그의 곁을 떠날 겁니다!

 

에반즈 부인: (그녀를 흔들면서, 사납게) 넌 그러면 안된다! 그렇게 되면 그는 미처 버릴 거다! 넌 악마가 되는 거다! 그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 줄 모르겠니?

 

니나: (그녀로부터 벗어나며- 거칠게) 그래요, 난 그를 사랑하지 않아요! 난 단지 그가 나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결혼했다구요! 그런데 이제 당신은 내가 내 아이를 죽여야 한다고 말을 하는군요, 오, 그래요,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겠군요, 더 이상 당신과 논쟁할 필요가 없어요! 내가 임신한 아이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 아이가 세상에 나올 기회를 갖게 해서는 안되겠군요! 그 아인 병이 들었고, 그건 내 아이가 아니고, 그의 아이이기 때문에 난 그 아이 역시 이제 증오한답니다! (무시무시하게 아이러니컬한 비통함으로) 그런데도 당신은 아직도 내가 샘을 떠나서는 안된다고 감히 내게 말을 할 수 있다니!

 

에반즈 부인: (매우 슬프고 비통하게) 그는 네가 필요하기 때문에 네가 그와 결혼했다고 넌 금방 말했다. 그는 지금 널 필요로 하지 않을까- 어느 때보다도 더?  그렇지만 네가 그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를 떠나지 말라고 말할 수가 없구나. 그렇지만 네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결혼하지 말았어야지.  그러니까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되면 그건 네 잘못일 게다.

 

니나: (고통스러워하며) 무슨 일이 일어난단 말이에요?- 무슨 뜻이죠?- 샘은 괜찮을 거예요- 그가 전에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그건 전혀 내 잘못이 아녜요!-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니깐요!

(그리고 나서 양심에 가책을 느끼며 생각에 잠겨)
불쌍한 샘... 그녀 말이 맞아... 그건 그의 잘못이 아니지.... 그건 내 잘못이야.... 내 자신을 구하기 위하여 그를 이용하고자 했지... 난 다시 겁쟁이 짓을 하고 있어... 내가 고오든과 그랬던 것처럼...

에반즈 부인: (무뚝뚝하게) 네가 그를 떠나면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너는 알 거다- 내가 네게 모든 걸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나서 갑작스럽게 강렬한 간청으로) 오, 내가 네게 무릎을 꿇고 빌 테니 내 아들에게 그런 위험을 감행하게 하지 말아 다오! 넌 에반즈 한 사람, 마지막 남은 에반즈가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네가 그를 위하여 충분히 포기할 수 있다면 넌 그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될 거다! (그리고나서 우울한 미소로) 아니, 난 위층의 저 천치까지도 사랑하고 있고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그녀를 보살펴 왔고 내 삶을 그녀를 위한 그녀의 삶으로 살아왔다고 너도 말할 수 있을 거다.  새미에게 네 삶을 주어라, 그러면 네가 네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똑같이 넌 그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넌 그렇게 해야 한다! 그건 죽음만큼 분명하다! (그녀가 즐거운 고통으로 가득한 이상하고 조용한 웃음을 웃는다.)  

 

니나: (일종의 멍청하고 우둔한 경이감으로)  그렇다면 당신은 평화를 발견하셨나요?-

 

에반즈 부인: (냉소적으로) 에덴 동산의 평화라고들 하지! 네가 그걸 발견하면 죽고 못살 걸! (그리고 나서 자랑스럽게) 그렇지만 내게 사랑을 주고 나를 신뢰하는 그들에게 잘 해주며 살아온 것에 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할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