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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막간극(24)/유진 오니일

김영관 2007. 7. 18. 14:58

           낯선 막간극(24)

                     

                  유진 오니일 극/ 실개천 번역 

 

에반즈: (지루해 하며- 막연하게) 그럼요, 당신도 그녀 나이가 되면 모든 사소한 일에도 주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마아즈든:  (눈에 띄게 노기를 보이며) 그녀의 나이라구? 어머니는 그렇게 연로하시지 않다구!

 

에반즈:    (놀라서) 65세가 넘었는데도요, 안 그래요?

 

마아즈든:  (화가 치밀어) 자넨 제 정신이 아니로군! 아직도 어머님은 65세 미만이라네- 그리고 건강과 정신면에선 50세 미만이란 말일세! 모두가 그렇게들 말한다네!

(자신에게 화를 내며)
내가 왜 그에게 어머님의 나이에 대해서 거짓말을 했을까?... 내가 신경과민인 모양이야... 아무 것도 아닌 일에도 날 죽도록 걱정시키니 어머니와 요즈음 함께 살기가 꽤 힘들어...

 

에반즈: (그의 편에서 화가 나서- 생각에 잠겨)
왠 소동이야?... 그 노파가 백만장자라도 되어 저주라도 퍼붓겠다고 한 것처럼!...
         
(서류를 가리키며) 아침에 맨 먼저 니나에게 이걸 전하겠소.

 

마아즈든: (기계적으로) 그렇게 하게. 고맙네. (그가 문쪽으로 가려 한다- 그러다가 몸을 돌린다- 소란스럽게) 그렇지만 내가 여기 있을 때 그것을 알아먹을 수 있는지 한번 보는 게 좋겠는 걸. 내가 종이 가장자리에 적었거든. 자네가 이해 못할 것이 있나 보게. (에반즈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램프 아래로 가서 그것들을 읽기 시작한다.)

 

마아즈든:  (신경질적인 불만으로 주변을 돌아보며)
이 사람들이 서재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군!... 불쌍한 교수님!... 돌아가서 잊혀진...그리고 그분의 무덤은 모독을 당하고...샘은 지금 주말에 여기에서 광고를 구상 중이나?...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나 보지!... 그리고 니나는 고오든의 전기에 애착을 보이고... 교수님이 증오했던 사람을!... "삶은 수 많은 것들로 가득하나니!" 왜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이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렇지만 비난 받아야 할 사람은 나라니깐... 도대체 왜 내가 그녀에게 그걸 제안 했을까?... 샘이 도시에 있는 동안 내가 그녀를 돕는 것이 우리만이 함께 있기를 바라서 였을까?... 그러나 난 그녀가 낙태를 감행하기 전에 그런 제안을 했었지!... 그녀가 그랬을 줄 네가 어떻게 알지?...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영적 사랑이 있어서... 그녀의 몸이 그걸 말하고 있었지... 그리고 그때 이후로, 난 혐오감을 느꼈어... 마치 그녀가 범죄자라도 된 것처럼... 그녀가!... 어떻게 그녀가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었을까?... 왜?... 난 그녀가 아이를 원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 분명히 그녀를 알지 못한다... 내 생각엔 그녀의 몸매가 망쳐질까서... 그녀의 육체가... 남자의 감각을 사로 잡고자하는 그녀의 힘... 내 마음을 사로 잡고자 하는 힘... 나는 바랬었지... 그녀가 어머니가 되는 걸... 내 마음의 평화 때문에...
         
(자신을 추스르며- 격렬하게)
닥쳐!...내가 천박한 인간이 되고 있군!... 어머님이 아프시니 오직 어머니 걱정만을 해야 할 순간에 그런 생각을 다하고 있다니!... 그리고 그건 내 상관할 바가 아닌데, 전혀!...
         
(에반즈가 비난이라도 받아야 할 사람인 것처럼 화가 나서 그를 노려보며)
저 친구 보게!... 전혀 아무런 의심도 없다니!... 얼마나 단순한 친구인가!... 신출 내기가 권투 챔피언에게 하듯 고오든을 존경하고 있으니!... 그리고 니나는 고오든이 영웅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에 대한 글을 쓰고 있으니!... 실제로 고오든은 지극히 평범한 친구였는데!...
         
(그가 갑자기 진짜 격렬한 만족감으로 에반즈에게 말을 한다.) 비참톤에 살고 있는 고오든의 가족에 대해서 조사해 본 적이 있다고 내가 말한 적이 있었던가? 정말 개탄스러운 집안이더라구! 내가 고오든과 그의 아버지를 기억하면 목판 속의 연인을 의심 해야할지, 아니면 티없는 생각을 신봉해야할지 모르겠어. 다시 말해서 내가 그의 어머니를 볼 때까지는! 그러니깐 황새가 유일하게 생각나는 설명거리라고 해야 되겠더군!

 

에반즈: (단지 반만을 듣고 이해하지 못한 그가 막연하게 말을 한다) 그의 가족을 만나 본적이 없어요. (서류를 가리키며) 이 모든 걸 금방 이해할 수가 있군요.

 

마아즈든:  (비꼬듯이) 이해할 수 있다니 기쁘군!

 

에반즈:    (머무적거리며) 니나에게 전하겠어요- 그리고 선생님의 어머님이 쾌차하길 빌어요.

 

마아즈든:  (자존심이 상해서) 오, 난 가겠소. 내가 방해가 된다면 왜 말하지 않았어- 자네 글쓰는 것에 대해!

 

에반즈:    (즉각 죄책감에) 오, 진정하세요, 찰리, 화내지 마세요, 내가 그럴 뜻이 아니었다는 걸 아시면서 그러세요- (벨이 울린다.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려고 노력하면서, 에반즈가 혼란스러워 말을 더듬는다.) 누구세요? 네드가 틀림없어요. 다렐을 기억하시죠. 잠시 머무르기 위해서 그가 온 거예요. 잠깐 만요, 죄송합니다. (그가 문밖으로 머뭇 거리며 나간다.)

 

마아즈든:  (분노가 의심과 놀라움이 뒤섞여 그의 뒷모습을 바라 보며)

다렐?... 그가 여기에 무엇 때문에 온 걸까?... 계속 그들이 만나고 있었을까?... 아마 그가 낙태수술을 해줬는지도 모르지... 아냐, 그녀가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게 그의 생각이었을 테니깐... 그렇지만 그녀가 찾아가서 그에게 사정을 했다면?... 그렇지만 왜 니나가 아이를 갖지 않으려 했을까?...
         
(마음이 산란하여)
오, 모르겠어!... 모든게 불결해!... 집에 가 봐야겠군!... 다렐을 만나고 싶지 않아!...
         
(그가 문을 향한다- 그리고 나서 갑작스럽게 생각이 떠올라 멈춰 선다.)
기다려 볼까... 그에게 어머님 건강에 관해 물어 볼 수도 있어... 그래 좋은 생각이야...
(그가 앞쪽 방 중앙으로 와서 에반즈를 따라 다렐이 들어서자 거기에 서 있다. 다렐은 표정이 더욱 심각해 지고 사색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외모에 변화가 없다. 그의 태도는 더욱 확신성을 가진 권위와 성숙함이 드 러나 보인다. 그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마아즈든의 머리에서 발끝까지를 훑어본다.)

 

에반즈:    (어색하게) 네드, 찰리 마아즈든을 기억하죠?

 

마아즈든:  (손을 내밀며 도시 사람의 겸손함으로) 잘 지내셨소, 의사 선생님?

 

다렐:      (악수를 하며- 간단하게) 안녕.

 

에반즈:    올라가서 니나에게 당신이 왔다고 전하겠소, 네드. (그가 마아즈든에게 화가 난 눈빛을 던지며 나간다.)

 

마아즈든:  (다렐이 중앙 의자에 앉자 어색하게 다가가서 테이블 옆에 선다.) 당신이 벨을 울릴 때 난 막 가려는 참이었소. 그런데 난 머물러 우리의 친교를 다시 새롭게 하려고 마음 먹었어요. (그가 허리를 굽혀 종이 한 장을 집어들어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에 올려 놓는다.)

 

다렐:  (그를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겨)
단정한데... 의심스러울 정도로 단정하단 말이야... 자기 소설 속에 자신을 유혹하는 늙은이... 그래서 의심스럽단 말이야... 그를 좀 더 자세히 관찰할 기회를 가져야겠어...

 

마아즈든:  (화가 치밀어 생각에 잠겨)
촌놈 같으니라구!... 뭔가 다정한 말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
         
(억지로 미소를 보이며) 그리고 당신에게 부탁 하나 드리고 싶었소, 최선의 전문의로서의 충고 한마디, 상의가 가능 하다면-

 

다렐: (날카롭게) 무엇에 관해서지요?

 

마아즈든:  (거의 천진난만하게) 내 어머님은 위통을 앓고 계시오.

 

다렐:   (긴장이 풀려- 무뚝뚝하게) 아마 과식한 모양이시군요.

 

마아즈든:  (다른 종이로 몸을 굽히며 그의 목소리가 두려움으로 떨리면서) 이해가 안 갑니다- 전혀. 당신 생각은 과식일 수도 있다는 뜻인 가요?

 

다렐: (거칠게) 그럴 수도 있지요.

(그가 펜과 명함을 한장 끄집어 내어 쓰기 시작한다. 우울하게 생각에 잠겨)
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의 자제심을 잃게 해봐야 겠군... 그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이지...

 

마아즈든:  (화가 나서) 그렇지만-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요!

 

다렐: (만족스러워 하며- 냉정하게) 살인이나 자살을 저지르기에 너무 늦을때까지 불쾌한 가능성을 받아 드리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명함을 내민다.) 당신이 만나 봐야 할 사람은 닥터 슐츠씨요. 어머님을 그분께 보이시오- 내일!

 

마아즈든:  (분노와 처참함이 폭발하여) 빌어먹을, 이유없이 어머님을 비난하다니-! (그가 숨이 막혀 말을 중단한다.) 당신이 그럴 권리가 없다구!- (그가 온 몸을 떨면서 허리를 굽혀 다른 종이 쪽지를 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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