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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막간극(26)/유진 오니일

김영관 2007. 7. 18. 15:09


       낯선 막간극(26)

                       

                       유진 오니일 극/ 실개천 번역


다렐:  (그녀를 예리하게 흘낏 쳐다보며) 그렇지만 어떻게? 당신도 결혼의 결실인 아이를 아직 가질 기회가 없지 않소, 안 그렇소?

 

니나:  (고통스러워 하며) 오, 내가 갖지 않았다고요? (그리고 나서 강한 고통이 폭발한다.) 난 아이를 출산해서는 안될 운명이라는 걸 당신에게 알려 줘야겠군요, 의사 양반!

 

다렐:  (놀라서)
그게 무슨 소리인가?... 왜 가질 수가 없다는 건가?...
(다시 어떤 만족감으로)
샘 때문이란 말인가?... 그가...

(위로하듯이- 그렇지만 분명히 마음이 혼란스러워) 왜 당신은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고 내게 그 모든 걸 말해 주지 그랬소? 내게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걸.

 

니나:  (사납게) 당신 책임이에요! (그리고 나서 지쳐서) 아녜요, 당신 책임이 아녜요. 아무 에게도 책임이 없어요. 당신은 몰랐어요. 아무도 알 수 없었어요.

 

다렐:  (같은 어조로) 무엇을 알고 있단 말이지?

(그가 바라는 뭔가를 믿고 싶은 똑같은 열망으로 생각에 잠겨)
그녀는 샘이 할 수 없는 아무도 모르는 뭔가를 뜻하고 있음에 틀림없어... 그렇지만 난 짐작할 수도 있었는데... 그의 전반적인 나약함을 통해서... 가엾고 불운한 친구...
         
(그리고 나서 그녀가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 강요하듯) 말해 보시오. 당신을 돕고 싶소, 니나.

 

니나:  (감동하여) 너무 늦었어요, 네드. (그리고 나서 갑작스럽게) 내가 금방 생각해 낸 건데- 샘이 당신을 불러 들인 거죠. 그렇죠? 그가 당신을 보러 가서 당신에게 그가 나에 대해 얼마나 걱정하는 지와 당신이 와서 나를 진찰해 달라고 한 거죠, 그렇죠? (다렐이 고개를 끄덕이자) 오, 상관없어요! 감동스럽기 까지 하군요. (그리고 나서 조롱하듯이) 좋아요, 당신이 직업상 여기에 오 고 남편은 내가 당신의 진찰을 받아 보라고 한 이상 난 당신에게 모든 이야기를 하는게 더 났겠군요! (지쳐서) 그렇게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란걸 경고해 둡니다, 의사 양반! 그리고 삶이란 것도 그렇게 대단한 것 같지가 않더라구요, 그렇죠? 그런데 결국 당신네 의사들이 하느님 아버지를 도와 부추겨 세상을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린 거라구요. 그게 당신들로 하여금 앞으로 독단적이 되지 않도록 가르쳐 주길 바래요. (더욱더 고통스러워하며) 당신네들은 매우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를 해가고 있다고 말씀드려야 겠군요, 의사 양반! (그리고 나서 갑자기 앞 막에서 에반즈의 어머니의 어조를 연상시키는 둔하고 단조로운 어조로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가 샘의 어머니를 방문했을 때, 내가 임신한지 2개월이 되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다렐:   (놀라며- 실망의 흔적을 감출 수가 없어서) 오, 그렇다면 당신은 사실상?

(실망하여 그리고 실망한 것에 대하여 부끄러워하며 생각에 잠겨)
잘못이었구나, 내 생각이... 그녀는 아이를 가지려 했었구나... 그렇다면 왜 그녀가 가질 수 없단 말인가?...

 

니나:  (이상하게 행복한 강렬함으로) 오, 네드, 난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도 뱃속의 아이를 사랑했어요- 심지어 고오든보다도 더! 때때로 고오든이 그 아이의 아버지라는 생각으로, 그리고 고오든이 내가 샘 곁에 누워 잠들어 있는 동안에 꿈속에서 내게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난 그 아이를 사랑했다구요! 그래서 난 행복 했었답니다! 그 당시 난 샘을 거의 사랑할 뻔했어요! 그가 좋은 남편이라는 느낌이었어요!

 

다렐:  (순간 반감이 들어- 경멸적인 질투심으로 생각에 잠겨)
하!... 또 그 영웅 타령이군!... 그녀의 잠자리에 온다구!... 불쌍한 샘에게 나팔을 불어 댔군!... 그가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 빌어먹을, 그녀의 생각은 가장 멍청한 망상이란 말이야...

 

니나: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단조롭고 생기가 없어지면서) 그리고 나서 샘의 어머니는 내가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말했지요. 당신이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의사 양반, 샘의 할머니는 미쳐서 정신 병원에서 죽었고, 샘의 아버지는 죽기 전 몇 년 동안 제 정신이 아니었으며, 아직도 살아 있는 아줌마 한 분은 미쳐 있답니다. 그래서 당연히 나는 그 말에 동의를 해야만 했어요- 그래서 소파 수술을 받은 거죠.

 

다렐: (놀라운 공포로 듣고 있다가- 매우 충격을 받아 어리둥절하여) 오, 하느님! 당신 제정신이 아니로군, 니나? 난 그 말을 믿을 수가 없구려! 너무 가혹한 걸! 모든 사람 가운데서 하필이면 가여운 샘이! (당황하여) 니나!  과연 그게 사 실이란 말이오?

 

니나:   (즉시 방어적이고 조롱하는 투로) 분명하구 말구요, 의사 선생님! 왜 그렇세요?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샘은 아주 건강하고 멀쩡하게 보이죠, 그렇죠? 그는 완전히 당신을 바보로 만들었다구요, 안 그래요? 그가 내게는 이상적인 남편이라고 당신은 생각했지요! 그리고 불쌍한 샘은 이 모든 것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에 역시 자신을 바보를 만들고 있는 거라구요- 그래서 당신은 그를 비난할 수가 없답니다, 의사 양반!

 

다렐:  (진짜 공포의 두려움으로 생각에 잠겨- 그녀에 대한 보호적 애정으로 가득하여)
하느님, 이건 너무 무서운 일이군요!... 가장 행복한 순간에!... 그녀가 어떻게 그걸 견뎌냈을까!... 그녀 역시 제 정신이 아니었겠는걸!... 그리고 그건 내 잘못이야!...
         
(일어서서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 뒤에 서서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얹는다- 부드럽게) 니나! 정말 미안하오! 이제 뭔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한 가지 가능한 방법이 있소. 당신이 샘에게 이혼을 해 주는 거요.

 

니나:  (고통스럽게) 그래요? 그렇다면 그의 종말은 어떻게 되리라고 생각해 보셨나요? 안돼요, 지금 내 기억 속에 충분히 죄책감을 가지고 있어요, 고마워요! 난 샘 곁에 있어야 해요! (그리고 나서 이상하리 만큼 단조로운 고집으로) 난 샘의 어머님에게 그를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약속을 했답니다! 그가 내게 아이를 낳아 줄 수 없기 때문에 지금 불행한 거예요. 그리고 난 아이를 잃었기 때문에 불행한 거구요. 그래서 난 또 아이 하나를 가져야 해요- 어떻게 해서든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의사 선생님?- 우리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그녀가 간청하듯이 그를 쳐다본다. 잠시 그들은 서로의 눈을 쳐다본다- 그리고 나서 둘은 죄책감의 혼란으로 몸을 돌린다.)

 

다렐: (당황하여 생각에 잠기며)
그녀의 눈속에 저 표정... 그녀는 내가 어떻게 해 주기를 바라는가?... 왜 그녀는 자신의 행복에 대해서 그토록 많은 말을 하는 걸까?... 난 행복한가?... 난 모르겠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혼란스러워 하며) 니나,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모르겠소.

 

니나:  (이상하게 생각에 잠겨)
그의 눈에 저 표정... 그가 무얼 말하고자 하는 걸까?...

(똑같이 단조로운 고집으로) 무얼 생각해야 할지 당신은 알고 있어요. 더 이상 나 혼자서는 생각할 수가 없어요. 난 당신의 충고가 필요하다구요- 할 수만 있다면 이번엔 당신의 과학적인 충고가, 의사 선생님. 난 그것에 관해 여러 번 생각해 왔어요. 난 자신에게 내가  무얼 해야 할지를 물었어요. 샘의 어머니가 내게 그렇게 하라고 주장하기도 했어요. 그게 분별 있고 친절하며, 옳고도  좋은 충고였다구요. 난 자신에게 이것을 수 천번 이야기했지만 뭔가 두려운 내 마음 속의 어떤 것을 납득시킬 수가 없답니다. 난 샘과 내가 더 이상 형편없는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처럼 밖에 서서 그걸 일깨워 줄 누군가의 용기가 필요하답니다. 날 도와줘야 해요, 의사 선생님! 당신은 내게 정신이 멀쩡한 게 어떤 것인지를 보여 줘야 해요- 진짜 제 정신의, 당신은 이해하시겠죠!- 샘과 나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할 것을.

 

다렐:  (혼란스러워 하며 생각에 잠겨)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건 모두 내 잘못이었다... 난 그 댓가로 그녀에게 뭔가를 해줘야 할 빚을 지고 있다... 샘에게도 빚을 지고 있다... 난 그들의 행복에 빚을 지고 있는 것이다!...
         
(화가 나서)
빌어먹을, 내 귓가에 윙윙대는 소리!... 열병에 걸린 걸까.... 냉정하게 살기로 맹세 했는데... 생각해 봐야겠는걸...
         
(차갑고 감정 없는 직업적인 목소리로, 그의 얼굴은 의사의 가면처럼)
의사가 충고를 해 주려면 여러 사실을 고려해 봐야 한다. 샘의 아내가 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생각은 정확 하게 무엇이란 말인가?

 

니나: (똑같은 고집스런 어조로) 그녀가 아무런 염려를 하지 않는 건장한 남자를 골라 그 사람의 아이를 낳아서 샘이 자신의 아이라고 믿을 수 있고 그의 삶 속에 자신감을 주고 아내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삶의 증표를 그에게 줄 수 있으면.
         
(혼란스럽고 이상하게 그리고 목적성 있게) 
이 의사는 건강하다...

 

다렐:  (매우 직업적인 태도로- 자동화된 의사처럼) 알겠소.  그렇지만 이건 수많은 생각이 필요하오. 처방하기가 쉽지 않겠소-

(생각에 잠겨)
아내를 가진 친구가 하나 있다... 그의 결혼이 부러웠는데...그렇지만 그것과 무슨 상관이 있지?... 빌어먹을, 생각이 잘 안 떠오르는군!... 그건 계속 그녀에게로 달려만 가고 있으니... 그게 그녀의 마음과 짝을 이루려 한다... 과학의 관점에서?...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인가!...

 

니나: (전처럼 생각에 잠겨)
이 의사는 나와 상관이 없으면서도 건강한 남자... 그가 네드였을 때 한번은 내게 키스를 했지... 그렇지만 그에 관한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그리고 만사 아무 일 없이 잘 되어 가고 있다, 안 그래요, 샘의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