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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막간극(53)/유진 오니일

김영관 2007. 7. 19. 20:23

 

              낯선  막간극(53)

                    

                               유진 오니일 극/ 실개천 번역

      
                  9막

 

  장면- 몇 개월 후. 롱 아일랜드에 있는 에반즈 저택의 테라스.. 뒤쪽에 테라스가 멀리 바다가 보이는 조그만 항구를 내려다 보고 있다. 오른쪽에는 멋진 빌라의 측면 입구가 있다. 테라스가 울퉁불퉁한 돌멩이로 깔려 있다. 중앙에는 석조 벤치, 오른쪽에는 누울 수 있는 의자, 왼쪽에는 버드나무 테이블과 팔걸이 의자가 있다.
  초가을 어느 날 늦은 오후이다. 고오든 에반즈가 손을 턱에 괸 채 석조 벤치에 있고, 마델린이 그의 어깨를 팔로 안은 채 그의 뒤에 서 있다. 고오든은 훈련받은 운동 선수의 자태로  6피트가 넘는 키이다. 그의 햇빛에 그을은 구릿빛 얼굴은 아메리칸 컬리지안이라는 잡지 표지의 패션을 닮아 매우 매력적이다. 그것은 전체적으로 강인한 얼굴이다. 그는 성공에 대한 어떤 고랑을 따라 발전하도록 철저히 훈련되었기 때문에 그걸 의심해 보거나 그 보상에 대해 불만을 가질 여지가 없다. 동시에 전적으로 자신의 도랑을 따라가는 상상력이 부족한, 관례에 따르는 신사이긴 하지만 그는 공정하고 겸손하며 운동가적인 기질을 가진, 천진난만하고 호감이 가는 인물이다. 그의 표정은 소년같은 고독이 있지만 자신의 슬픔을 감추기 위하여 사나이다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델린은 그를 위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때 고오든에 대한 그녀의 자세 속에는 이제 눈에 띄게 모성적인 더 성숙한 감정을 보이는 것을 제외하고는 앞 장면과 거의 같다. 

 

마델린:  (다정하게 그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여보! 그게 당신에게 얼마나 힘든지 난 알아요. 나 역시 그를 사랑했어요. 그는 내게 아주 대단한 분이셨고, 잘 대해 주신 분이셨어요.

 

고오든: (그의 목소리가 떨리며)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어- 묘지에 묻히실 때까지- (그의 목소리가 중단된다.)

 

마델린: (그의 머리카락에 키스를 하며) 여보! 제발 그러지 말아요!

 

고오든: (반항하듯이) 빌어먹을! 왜 아버님이 돌아가셔야 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어! (신음 소리를 내며) 사무실에서 그토록 열심히 일하셨기 때문일 거야! 자신을 더 잘 돌보시라고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만 내가 집에 없었는 걸, 그게 문제였어. 그를 돌봐 드릴수가 없었어. (그리고 나서 고통스럽게) 그렇지만 어머니가 왜 그렇지 않았는지 모르겠어!

 

마델린: (나무라듯이 그렇지만 그의 감정과 같다는 걸 보이며) 이젠! 당신은 그녀에 대해 쓰라린 감정을 가져서는 안됩니다.

 

고오든:  (뉘우치듯) 안 그래야 한다는 걸 알고 있어. (그렇지만 고통스러운 어조로 되돌아 가서) 그렇지만 난 어머니가 우리 약혼에 대해 그렇게 비이성적으로 행동을 했는지 잊을 수가 없어.

 

마델린: 당신 아버지가 아프신 다음에는 안 그랬어요, 그렇지 않았다구요, 여보. 그녀는 정말 잘하셨어요.

 

고오든: (똑같은 어조로) 잘 하셨다구? 무관심했다는 말이겠지!  그녀는 어떤 점에서도 전혀 관심이 없게 보였다구!

 

마델린: 당신은 어머님께서 당신 아버지 이외의 어떤 사람도 생각지 않았다는 걸 알아야 해요. 그녀는 항상 아버지와  함께 있으셨어요. 난 그런 헌신을 결코 본 적이 없어요.

(생각에 잠겨)
고오든이 나이가 들면 그렇게 병이 들까?... 오, 우리 둘이가 그렇기 전에 죽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그녀가 그의 아버지에게 한 것과 똑같이 그를 간호해야 한다... 난 항상 그를 사랑할 것이다!...

 

고오든: (위안이 되어 자랑스럽게) 그렇소, 어머니는 분명히 아버지에게 잘하셨어, 맞아!
(그리고 나서 자신의 옛 어조로 되돌아 와서) 그렇지만 - 이건 안된 소리 같지만-난 항상 어머니가 그것을 의무로 하고 있었다는 이상한 느낌을 갖는단 말이야. 그리고 그가 돌아가셨을 때, 그녀의 슬픔은- 그를 위한 사랑 때문이 아니라- 적어도, 아내의 사랑이 아닌, 단지 친구에 대한 사랑에 불과했었다는 느낌이란 말이야. (마치 내부로부터 뭔가 긴박한 강박관념 하에서 인 것처럼) 당신에게 결코 말하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실제로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으셨다는 느낌을 어린 시절 이후 내가 줄곧 가졌지. 그녀는 그를 좋아하고 존경하셨지. 그녀는 훌륭한 아내였지. 그렇지만 내가 확신컨대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어. (그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불쑥 말을 꺼내면서) 내가 말하건데, 마들린! 난 항상 그녀가 매우 좋아했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어- 다렐을. (성급하게) 물론, 내가 잘못 생각할 수도 있지! 내가 어린 시절 이후로 그걸 너무 강하게 느끼고 있어. 그리고 나서 내가 열 한 살이었을 때- 무슨 일인가가  일어났지. 그 때 이후로 난 그걸 확신하고 있다구.

 

마델린: (놀라서 생각에 잠겨, 그렇지만 이상한 만족감이 없지 않는 듯)
그녀가 자기 아버지에게 충실하지 못했다는 말인가?...아냐, 그가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그렇지만 그 외의 무엇을 의미한단 말인가?...
         
(의아해 하며) 고오든! 당신의 어머니가- 확신했다는 말이에요?

 

고오든: (그녀의 어조에 뭔가 분노가 폭발하여- 벌떡 일어서서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거칠게) 뭐라구? 무슨 뜻이지, 마델린?

 

마델린: (놀라서- 달래듯 그녀의 팔로 그를 감싸 안는다.) 아무런 뜻도 없었어요, 여보. 난 단지 당신이- 뜻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고오든: (계속 화가 나서) 내가 뜻하는 모든 것은 그녀가 결혼한 오랜 훗날까지도 다렐과 사랑에 빠졌음에 틀림없다는 것이었어- 그리고 나서 그녀가 다렐을 위해서 그를 멀리 보내 버렸지- 그리고 역시 나를 위해서, 아마. 그는 2년마다 계속 되돌아 왔어. 그는 영원히 떠나 있을 만큼의 각단이 없었던 거야! 오, 내가 옳지 못한가 보오. 그에게 너무 심했나 모르겠어. 그 역시 아버지를 위한 우정 때문에 그걸  물리쳤던 모양이야.
         
(그리고 나서 고통스러운 웃음으로)  그들이 이제는 결혼하게 될지 모르겠소!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빌어야 할 거요. 아버지는 내가 그렇기를 원할 걸. 그는 희생물이었지. (고통스럽고 우울한 태도로) 인생이란 참으로 이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게 내가 해야 할 말 전부야!

 

마델린: (그의 어린아이 같은 순진성에 일종의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경멸로 생각에 잠겨)
그가 그녀를 얼마나 모르는가!... 에반즈 씨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다렐은 한 때 매력적이었음에 틀림없다... 만약 그녀가 누군가를 사랑했다면 그녀는 주저할 부류의 사람은 아니다... 내가 고오든에게 주저 하지 않았던 것 처럼...오, 난 결코 고오든에게 불성실한 여자는 되지 않으리... 난 항상 그를 사랑할 것이다!...
         
(그녀가 사랑스럽게 그녀의 손가락으로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위로하듯)  당신은 그들을 비난해서는 안됩니다, 여보. 누구나 사랑을 피할 수는 없어요. 우리도 그랬다구요, 안 그래요?  (그녀가 그의 곁에 앉는다. 그가 팔로 그녀를 껴안는다. 그들은 솟아 오르는 열정으로 서로 키스를 한다. 마아즈든이 소리 없이 정원에서 들어오는데 손에는 장미 한 다발과 큰 가위를 들고 있다. 그는 더욱 젊고 침착하며 만족스럽게 보인다. 그는 온통 검은 색의 꼼꼼하고 완전하게 재봉한 양복점에서 만든 상복을 입고있다. 그는 얼굴에 이상한 동요가 나타나며 두 연인을 바라보고 서 있다.)

 

마아즈든: (과년한 처녀로서는 추문스럽게 생각되어)
내가 말해 줘야 한다!... 그의 아버지가 무덤에서 아직 차가와 지지도 않았는데!... 이건 분명히 짐승 같은 짓이다!...
         
(그리고 나서 자신과 싸우며- 방어적인 자기 조롱으로)
자기 아버지가 아닌데... 다렐의 자식에게 샘은 무엇이란 말이냐?... 그리고 설령 그가 샘의 자식이라 할지라도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자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의 의무는 삶을 계속 살아가는 걸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내 삶은 열정과 소유욕의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도 들어 올 수가 없어서 심장을 고통스러운 독약으로 시들게 하는 차갑고 푸른 그늘인 걸... 내 삶은 저녁에 묻어나는 사랑의 늦은 오후에 피난처 같은, 정원에 있는 차가운 진홍색의 장미를 모으는 것이다... 긴 날의 만개한 다음의 무거운 몸을 하고 있는, 그러면서 저녁을 갈망하는 장미... 내 인생은 저녁이다... 내 인생은 저녁이다... 니나는 장미이다, 나의 장미, 길고, 무더운 날로 인하여 지쳐 버린, 평화를 향해 지쳐 기대고 있는...
         
(그가 순진한 감상적 미소로 장미 한 송이에 키스를 한다- 그리고 나서 계속 웃으며 두 연인들을 향하여 몸 짓을 한다.)
저건 세상이라 불리는 또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다... 니나와 나는 달 나라로 이사를 가 버린 것이다...

 

마델린: (열정적으로) 내 사랑! 달콤한 사람!

 

고오든: 마델린! 당신을 사랑하오!

 

마아즈든: 그들을 바라보며- 즐겁게 조롱하듯이- 생각에 잠겨)
한 때 나는 질투를 느꼈다... 속았다는... 즐거움을 모르는 하느님에 의해서 속아 빼앗겼다는!... 고통스럽게 생각했을 것이다, "고오든 놈들이 모든 행운을 다 소유하고 있구나" 하면서... 그렇지만 이제는 사랑하는 찰리 영감...그렇다, 가여운 찰리 영감!- 욕망을 초월해서 마침내 모든 행운을 소유하게 되었다는 걸 나는 안다!...
         
(그리고 나서 사실적으로)
그렇지만 나는 그들의 생물학적 준비는 막아야 할 것이다... 오늘 밤 아직도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다... 삶과의 오랜 전투의 막간극 이후에, 나이 들어서의 평화로운 순간은 계속 종결되어야 한다... 젊음은 고상하게 물러나게 해야한다... 아주 많은 옛 상처들은 멈춰야 한다... 우리가 용감하고 고상했음을 자신들에게 증명해 보이기 위하여 자만심으로 날을 세운 옛 상처들!...
         
(그가 큰 가위를 땅바닥에 내려 놓는다. 그들은 놀라 뛰며 돌아선다. 그가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방해해서 미안하군. 자네 어머니를 위해 장미 몇 송이를 잘라 가지고 왔다네, 고오든. 꽃은 정말 슬픔을 위로해 주는 힘을 지니고 있다네. 이건 장례식에- 그리고 결혼식에 보통 사용되도록 인간이 발견한 거라네! (그가 마델린에게 장미 한 송이를 건네 준다.) 이것 받아요, 마델린, 당신을 위한 장미라오. 만세. 사랑이여, 죽어 버린 우리는 당신에게 경하를 표하는 바이오. (그가 이상하게 미소를 짓는다. 그녀가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쳐다보며 자동적으로 그 장미를 받는다.)

 

마델린: (의심스러워하며 생각에 잠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