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너머(2)/ 유진 오니일
수평선 너머(2)
유진 오니일 작/실개천 번역
앤드류: 오, 물론. 네가 항해술을 배우게 되고 배에 관한 모든 걸 알게 되면 넌 고급 선원이 될 수 있지. 그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지. 네가 항상 가정을 갖게 되고 몰두할 일을 갖게 되었을 때 거기에 대한 보상이 따르게 되거든; 그런데 네가 계속 여행을 다니게 되면 넌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마음먹은 대로 어디든지 다닐 수가 있거든.
로버트: (반은 슬픈 미소로) 그건 그 이상일 거야, 앤디.
앤드류: 분명 그렇겠지. 외국의 항구 이런 저런 곳에 다닐 항상 좋은 기회가 있겠지. 이제 막 개방되고 있는 신생국가들을 보게 될 좋은 기회들이 있다는 걸 난 들었다. (쾌활하게) 그건 분명히 너의 조용한 성품을 온통 바꾸게 하겠구나! (그는 웃으며 동생의 등을 친다.) 좋아, 만약 네가 갑자기 백만 장자가 되거든, 가끔씩 들려라. 그러면 네 이름으로 된 명패를 만들어 주마. 돈을 조금도 축내지 않고 여기 이 농장에 많은 돈을 사용할 수가 있다.
로버트: (억지로 웃으며) 난 전혀 그런 실질적인 측면을 생각지 못 했는 걸, 앤디.
앤드류: 좋아, 넌 그렇게 해야 돼.
로버트: 아냐, 난 그렇게 않해. ( 지평선을 가리키며-꿈을 꾸듯) 나를 부르고 있는 건 단지 아름다움, 먼, 그리고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아름다움, 내가 읽은 적이 있던 책에서 나를 유혹하는 동양의 신비와 마력, 크고 넓은 공간에 대한 자유의 필요성, 수평선 너머 거기에 숨겨져 있는 비밀을 찾아서- 끝없이 계속 돌아 다니는 즐거움에 대해 형에게 말했던 기억이 나? 내가 떠 나려는 이유가 오직 그것 때문이라고 말했었지?
앤드류: 제 정신이 아니군.
로버트: ( 이마를 찌푸리며) 아니야, 앤디. 난 진지하다구.
앤드류: 그렇다면 넌 여기에 머무는 게 더 나을 거다, 우린 바로 이 농장에서도 네가 찾는 모든것을 가지고 있으니깐 말이다. 충분히 넓은 공간이 있지 않느냐; 해변까지 1마일만 걸으면 네가 원하는 바다를 통째로 소유할 수 있고 말이야.; 그리고 바라 볼 충분한 수평선이있고 겨울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나 충분한 아름다움이 존재하지 않느냐. (그가 웃는다.) 신비와 마술에 관해서 라면 난 아직 그런 걸 경험한 적이 없다만, 여기 어딘가에도 있을 거다. 이곳은 모든 것들이 갖추어진 최고의 농장이란 걸 네게 이해시켜 주고 싶구나. ( 그가 웃는다.)
로버트: (자신도 모르게 같이 웃으며) 형에게 말해 봐야 소용없어, 이 얼간이!
앤드류: 승선하거든 마술 따위에 관해서 딕 삼촌에게 입도 뻥긋하지 마라. 재앙을 가져오는 요나라고 널 배 밖으로 내던져 버릴 거다. (그가 담 아래로 훌쩍 뛰어 내린다.) 서둘러 가 봐야겠다. 루스의 어머니가 저녁 식사하러 오시기 전에 해치워야 할 일이 있다.
로버트: (노골적으로-거의 통렬하게) 그리고 루스도.
앤드류: (혼란스러워 하며- 로버트를 제외한 주변모든 곳을 바라보며- 무관심 하려고 애를 쓰며) 그래, 루스도 올 거야. 음, 난 서둘러 가 봐야겠구나, 그리고- ( 그가 이야기를 하면서 도랑을 건너 뛰어 길로 나선다.)
로버트: (뭔가 마음속에 강한 감정과 싸움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잠깐, 앤디! (그가 담 위에서 뛰어 내린다.) 내가 원하는 뭔가가 있어-( 그가 갑자기 멈춰 서서 입술을 깨물며 얼굴을 붉힌다.)
앤드류: (그를 향해 거의 도전적으로) 그래?
로버트: (혼란스러워 하며) 아냐- 상관 마- 별거 아냐. 아무 것도 아니라구.
앤드류: ( 잠시 말이 없는데 그 동안 그는 로버트의 회피하는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아마 내 짐작에는-네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하지만 네가 그걸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모양이지. ( 그가 로버트의 손을 끌어 꼭 쥔다; 형제는 잠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서 있다.) 로브 우리 이런 일들에 어쩔 수가 없구나. ( 그가 로버트의 손을 놓고 돌아선다.) 금방 와야 한다, 알겠니?
로버트: ( 힘없이) 그래.
앤드류: 그럼 좀 있다 보자. ( 그가 길을 걸어 내려가 왼 쪽으로 사라진다. 로버트가 잠시 그의 뒷모습을 응시한다; 그리고 나서 다시 담 난간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얼굴엔 깊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언덕 너머를 바라본다. 잠시 후에 루스가 왼쪽으로부터 서둘러 들어선다. 그녀는 건강하고 금발이며 우아하고 날씬한 20세의 집밖에 나와 있기를 더 좋아하는 형의 여성이다. 그녀의 얼굴은 둥근 편이지만 아무도 부인 할 수 없는 미인이며 태양에 그을려 구리빛 얼굴로 크고 눈에 띄게 깊고 푸른 눈망울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작고도 균형 잡힌 몸매는 강인한 인상-그녀의 신선한 젊음을 솔직히 드러내 보이는 매력속에 숨기어진 내면의 고집스러움이 뚜렷하게 드러나 보인다. 그녀는 소박한 하얀 단색 옷을 입고 있다.)
루스: ( 그를 보며) 안녕, 로브!
로버트: ( 놀라며) 안녕, 루스!
루스: ( 도랑을 건너 뛰어 담 위 그의 곁에 앉는다.) 당신을 찾고 있었어요.
로버트: ( 날카롭게) 앤디 형은 금방 여기에서 갔는데.
루스: 알아요. 방금 길에서 만났어요. 그가 당신이 여기에 있다고 해서요. ( 부드럽고 장난스럽게) 그게 당신 뜻이라면 멋쟁이 양반, 난 앤디를 찾고 있는 게 아녜요. 당신을 찾고 있었다구요.
로버트: 내가 내일 떠나기 때문이야?
루스: 당신 어머님께서 당신이 집에 오기를 바라며 내게 당신을 찾아 오라고 하셨기 때문이에요. 전 그냥 내 어머님을 휠체어에 모시고 당신 집에 갔을 뿐인데 말이에요.
로버트: ( 기계적으로) 어머닌 어떻시지?
루스: (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 지며) 항상 그대로예요. 더 나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은 그대로 예요. 오, 로브, 어머님은 가망 없는 것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려 하고 있어요.
로버트: 당신을 다시 성가시게 하나?
루스: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반항하듯 말을 쏟아 뱉는다.) 계속 성가시게 한다구요. 어머니께 무얼 해 드려도 불평만 하신다구요. 아버지만 계속 살아 계셨어도- ( 그녀는 감정의 폭발이 부끄러운 듯 멈춘다.) 이런 식으로 불평해서는 안 되는데. ( 그녀가 한숨을 쉰다.) 불쌍한 어머니, 그 분이 견디기에 힘들다는 걸 아무도 모르죠. 당신이 만약 한 발자국도 걸을 수 없다면 심통이 나는 건 당연하겠죠. 오, 어딘 가로 떠나 버리고 싶어요- 당신처럼! 로버트: 머물기도 어렵고- 떠나기도 어렵고, 그런 때가 가끔있지.
루스: 여 봐요! 내가 정말 바보이지요! 당신의 여행에 관해선 말을 안 하려고 맹세했는데.- 당신이 떠난 다음 까진, 그리고 나서 무슨 일이 있어도 떠나려 했는데!
로버트: 왜 그걸 말하지 않으려 했지?
루스: 여기에서의 당신의 마지막 밤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예요. 오, 로브, 난- 우리 모두가 당신이 없으면 몹시 보고 싶을 거예요. 당신의 어머님께선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나올 것처럼 해가지고선 당신을 찾고 다니실 거예요. 내 기분도 어떨지 당신은 알아야 해요. 앤디와 당신 그리고 나- 왜냐하면 우리는 항상 같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로버트: ( 미소를 지으려 애를 쓰며) 당신과 앤디는 계속 같이 있게 될 건데요. 곁에 아무도 없는 내가 더 힘들겠지.
루스: 하지만 당신은 마음을 빼앗을 새로운 볼거리와 사람들이 있게 될텐데요; 하지만 우린 여기에서 매순간 순간을 기억나게 해주는 오래되고 낯익은 사람들과 여기에서 살게 될 거예요. 당신이 떠나는 게 가슴 아파요- 모든 것들이 그토록 좋아 보이는 봄인데 이런 순간에 떠나다니. ( 한숨을 쉬며) 당신이 떠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걸 알면서도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아야 하는데. 당신 아버지 말씀으론 당신은 성공할 여러 기회를 갖게 될 거라 던 데요.
로버트:( 흥분해서) 그런 건 관심도 없어! 난 아버지가 생각하는 종류의 세상에서 최상의 기회를 얻기 위해 집을 떠나 항해를 하려는 게 아냐. ( 자신의 화에 미소를 띄며) 미안해, 루스, 그런 일로 화를 내서; 그러나 앤디는 내게 너무 과하게 실질적인 면을 고려토록 했거든.
루스: (천천히, 당황해서)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다면- ( 갑작스러운 강렬함으로) 오, 로브, 왜 떠나려 하는 거죠?
로버트: (놀라서 재빨리 그녀 쪽을 향해서- 천천히) 왜 그걸 묻지, 루스?
루스: (그의 탐색하는 눈 빛 앞에서 그녀의 눈을 떨구고서) 왜냐하면- ( 분명치 못하게) 매우 유감스러운 일 같아요.
로버트: ( 계속해서) 왜?
루스: 오, 왜냐하면- 모든 게.
로버트: 내가 설령 원한다 할지라도 이제 되돌릴 순 없어. 그리고 루스가 그걸 알기 전에 난 잊혀질 테니깐.
루스: ( 화가 나서) 그렇지 않아요! 난 결코 잊지 못할 거예요- (그녀가 말을 멈추고 혼란스러움을 감추기 위하여 몸을 돌린다.)
로버트: ( 부드럽게) 내게 그걸 약속해 주시겠어요?
루스: (회피하듯이) 물론이죠. 그건 우리 중 어느 사람이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없다는 걸 당신이 말하는 거라는걸.
로버트: ( 실망해서) 오!
루스: ( 밝아지려는 노력을 하며) 그러나 당신은 아직 떠나려는 이유를 내게 말하지 않았죠?
로버트:( 우울하게) 당신이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설명하기가, 심지어 내게 설명하기도 힘들어. 당신이 그걸 느끼고 있었는 지 모르겠어.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처음 그걸 의식했던 기억이 나거든- 내가 그 당시 얼마나 자주 아팠는지 기억할 거야, 그렇지?
루스: ( 몸서리치며) 그건 생각하지 맙시다.
로버트: 당신은 이해해 줘야 해. 음 , 그 당시에, 어머님이 음식 준비를 하고 계실 때 서 쪽 창문으로 내 의자를 밀어 놓고 밖을 내다보며 조용히 있으라고 말하며 사람들이 왕래하지 않는 곳에 놔두곤 하셨지. 그건 힘든 일이 아니었지. 난 항상 조용했으니깐.
루스: (동정심에 어려) 그래요, 당신은 항상 그랬어요- 그리고 당신은 역시 많이 고통스러워 했다구요!
로버트: ( 생각에 잠겨) 그래서 난 들판 너머 언덕 위를 바라보곤 했지- 저기를 ( 그가 지평선을 가리킨다.) 그러면 얼마 후 내 몸에 엄습해 왔던 어떤 고통도 잊어버리고 꿈을 꾸기 시작했어. 언덕 너머에 바다가 있을 거라는 알았지- 사람들이 내게 말해 줬거든- 그래서 바다는 어떤 걸까 궁금해하곤 했지, 그래서 마음속으로 그걸 그려보려고 노력을 했어.(미소를 먹음으며) 그 때 그것- 먼 바다-에 관해 내겐 이 세상의 모든 신비가 존재했던 거야- 그리고 그게 아직도 계속 존재하거든! 지금도 그러는 것처럼 그 당시 바다가 나를 부르고 있었어. (잠시 말이 없다가) 그리고 어떤 때는 내 눈이 이 길을 따라가서 언덕을 향해 멀리 휘굽어 돌아서 마치 바다를 찾고 있는 것처럼 헤매고 있지. ( 미소를 보이며) 루스도 알겠지만 내가 떠나려는 이번 여행은 단지 오래 전 그 약속을 지키는 것에 불과하다구.
루스: ( 어린 시절의 꿈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그의 나지막하고도 음악처럼 들리는 목소리에 매료되어) 그래요, 알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