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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7)/ 유진 오니일

김영관 2007. 8. 6. 16:58

         수평선 너머(7)

           

                          유진 오니일 작/실개천 번역


                          2막

                       

                          1장

 

   1막 2장과 같은 장소. 3년 후 한 여름 무덥고 햇볕이 작렬하는 날의 오후 12시 반경 농장집 거실. 모든 창문이 열려 있지만 흙에 절은 커튼이 전혀 움직이지 않을 만큼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다. 판자 조각을 대어 붙인 망을 친 문이 뒤편에 있다. 그 문을 통해 뜰이 보이는데 이것은 도로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흰색 말뚝 담 안의 대문으로부터 문으로 향하는 먼지 가득한 길과 나뉘어져 있는 조그만 잔디 구역이다.
  방이 변해 있는데 외형적 자태에서라기보다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다는 것이다. 크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의미를 부여하는 세세한 것들이 이 집의 되어 가는 꼴이 부주의하고 비능률적이고, 농사 일이 초라해져 간다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의자들은  페인트를 칠하지 않아 초라하게 보인다; 테이블 덮개는 자국 투성이고 틀어져 있다; 커튼은 구멍이  나 있다; 팔 하나가 떨어져 나간 어린아이의 인형 하나가 테이블 아래 놓여 있다; 곡괭이가 모퉁이에 서 있다; 남자용 외투가 뒤편 침대 의자에 내팽개쳐 있다; 책상은 잡동사니로 뒤범벅이다; 많은 책들이 찬장 위에 부주의하게 쌓여 있다. 무덥고 그을리게 하는 정오의 생기를 잃게 함이  실내로 침투해 들어와 생명력이 없는 물체에게까지도 풀죽은 소진의 양상을 띄게 하고 있다. 
  식사 공간은 왼쪽 테이블 끝에 위치해 있다. 부엌으로 열린 창문을 통해 씻어야 할 접시들이 쌓여 있는 게 보이고 화난 여자의 목소리와 어린아이가 열로 인해 보쳐대는 울음소리가 들려 온다.
  막이 오르자, 매이오 부인과 애트킨스 부인이 서로 마주 앉아 있는 것이 보는 데 매이오 부인은 테이블  뒤쪽에 애트킨스 부인은 테이블 오른 쪽에 있다. 매이오 부인의 얼굴은 모든 인품이 사라지고, 붕괴되어 항상 눈물을 쏟아 낼 것 같은 절망과 수심으로 가득한 표정을 하고 있는 나약한 모습이 되어있다. 그녀는 확신이 없는 목소리로, 자신감이 없이 마치 모든 의지력이 소진된 것처럼 말을 한다. 애트킨스 여사는 휠체어를 타고 있다. 그녀는 여위고 창백한 얼굴에 48세 가량의 멍청한 표정에 고집 세고 밝은 눈동자를 지니고 있다. 수년 동안 부분적인 마비로 인한 희생물이 되어  휠체어를 탄 채 자기 삶의 나날에 떠밀려 가게 되서 그녀는 이기적이고 만성적인 환자의 화 잘 내는 성격으로 변 해 버렸다. 두 여인네들은 검은 옷을 입고 있다. 애트킨스 부인은 이야기하면서 신경질적으로 뜨개질을 하고 있다. 사용하지 않은 뜨개실 뭉퉁이가 바늘 몇 개가 꽂힌 채 매이오 부인 앞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애트킨스 부인: ( 식탁 위에 차려진 식사를 불만스럽게 쳐다보면서) 로버트는 여느때 처럼 저녁 식사에 또 늦는구려. 난 루스가 왜 그걸 참아주는 지 알 수가 없어요, 내가 그렇게 말해 왔는데도. 여러 차례 난 딸에게 " 그가 철없이 굴지 못 하게 네가 말 할 때가 됐다.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네가 호텔이라도 경영하는 사람으로 그가 알고 있단 말이냐?"라고 말 해 줬거든요. 그러나 그녀는 내 말에 신경을 쓰지 않아요. 사위 못지 않게 딸애도 똑같이 나빠요- 그녀는 나 같은 늙고 병든 사람보다는 자식이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고 있다니깐요.

 

매이오 부인: ( 멍하니) 로비는 항상 매사가 느려요. 어쩔 수가 없다구요, 사라.

 

애트킨스 부인: ( 코방귀를 뀌며) 어쩔 수 없다구요! 캐이트, 어떻게 계속 아들 변명만 할 수가 있어요! 사람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할 수가 있다구요- 사람이 건강하기만 하면, 그리고 나 처럼 무기력하지만 않다면 말예요- ( 그녀는 독실한 내세에 대한 생각으로 말을 덧붙인다)- 신의 뜻을 통     해서.

 

매이오 부인: 로비는 어쩔 수가 없어요.

 

애트킨스 부인: 어쩔 수가 없다니요! 케이트 매이오, 하느님이 일하는데 사용하라고 사지를 내려 주셨는데 매사를 잘못되게 하는데 시간을 낭비하고- 난 도울 수 있는 힘은 없고 당신 말대로 그들 하는 대로 맡겨 두고 보자니 미치겠단 말이요. 그래서 그들이 바른 길로 가도록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니깐요. 로버트에게 수 천번 이야기해왔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말 해 줬다구요. 그걸 알으셔야 해요, 케이트 매이오. 그러나 그가 내 말을 듣는다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루스- 내가 낳은 자식까지도 말예요? 천만 에요, 그들은 내가 미치고 괴팍한 노파에다 이미 반은 죽은 사람 취급한다니깐요, 그래서 내가 빨리 무덤에 들어가 그들에게 방해가 안됐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한다니깐요.

 

매이오 부인: 사라,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말아요. 그렇게 나쁜 애들이 아냐요. 그리고 당신은 오래 사실 거예요.

 

애트킨스 부인: 케이트, 당신도 다른 사람과 같이 말하는군요. 내 임종이 얼마나 가까이에 왔는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 그래요, 적어도 난 깨끗한 양심 때문에 천당에 갈 수 있을 거예요. 이 한 몸이 이 집의 재난을 피하도록 하는데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했으니깐 요. 그들 머리에 그런 생각이 박혔으면 좋으련만!

 매이오 부인: ( 절망적인 무관심으로) 사태가 더욱 안 좋을 수도 있어요. 로버트는 농사에 전혀 경험이 없으니까요. 그가 하루 아침에 배우리라고 기대해선 안돼요.   

애트킨스 부인: ( 내뱉는 투로)  그는 배우는데 3년이란 세월을 보냈다구요, 그런데 더 나아지기는커녕 나빠지고 있다구요. 당신 농장뿐만 아니라 우리 농장까지도 황폐하고 파산의 지경에 이르렀어요, 그런데 난 어쩔 도리가 없군요.

 

매이오 부인: ( 단정적인 어투로) 그렇게 말하시면 안되죠, 로비는 열심히 일했다구요, 사라.

 

애트킨스 부인: 성취한 것도 없으면서 열심히 일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요, 그 이유를 설명 해 주실 수 있겠어요?

 

 매이오 부인: 로비는 불운했던 거죠.

애트킨스 부인: 케이트,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을 염두에 두고 말 하세요, 그러면 당신 남편이 돌아가신 지 2년 그 이후로 상황이 계속 악화되어 왔다는 걸 부인 할 수 없을 거예요.

 

매이오 부인: (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남편을 데려간 건 하느님의 뜻이랍니다.

 

애트킨스 부인: ( 의기 양양하게) 그건 그가 평생 동안 신을 모독하고 거부 한데 대한 제임스 매이오에게 하느님이 내린 천벌이죠! ( 매이오 부인이 조용히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여보시오, 케이트, 당신도 아시겠지만 그걸 상기시킬 생각은 없었다우. 불쌍한 양반, 그분은 평온히 잠드시도록 그리고 용서 받으시도록 우리 기도합시다.

 

매이오 부인: ( 눈물을 닦으며- 순진하게) 그이는 훌륭한 분이었어요.

 

애트킨스 부인: ( 이 말을 무시하며) 제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로버트가 농장을 맡은 이래로 매사가 내리막길을 걸어 왔다는 거였어요. 얼마나 상황이 나빠져는 지 모르실 거예요.  로버트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를 당신께 말하지 않고 있다구요; 그러니 당신은 코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알 턱이 없지요. 그러나 고맙게도 루스는 그가 하고 있는 일에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걱정이 되면 조언을 구하러 가끔씩 내게 온답니다. 간밤에 루스가 내게 무슨 말을 했는 줄 아세요? 하지만 그만 둡시다, 딸이 당신에게 이야기하지 말     라고 부탁합디다- 그래도 당신이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그런 일들이 당신 몰래 진행되지 않게 하는 게 제 의무이기도 하구요.

 

매이오 부인: ( 지친 듯) 이야기하고 싶으면 하세요..  

 

애트킨스 부인: ( 그녀를 향해 허리를 굽혀- 낮은 목소리로) 루스는 그것에 대해 어쩔줄 몰라하더라니 깐요. 로버트가 농장을 저당 잡혀야겠다고 루스에게 말하드래요- 그것 없이 수확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드래요, 그리고 달리 돈을 구할 방법이 없다고 하드래요. ( 그녀가 허리를 펴면서- 화가 치밀어) 그런데 당신은 로버트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매이오 부인: ( 체념하듯이) 꼭 그래야 한다면-

 

애트킨스 부인: 농장 저당 잡히는데 서명해 주실 생각은 아니시겠죠?, 케이트 매이오- 내가 이렇게 경고를 해줬는데도?

 

매이오 부인: 로버트가 말하는 것은 다 필요해서 이겠죠.

 

애트킨스 부인: ( 손을 위로 쳐들면서) 그렇게 하시구려, 참으로 어리석기도 하지!- 그래요, 그건 당신 농장이지, 내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요.

 

매이오 부인: 아마도 앤디가 돌아와 보살필 때까지 로버트가 관리할 거예요. 이제 머지 않아 그렇게 될 거예요.

 

애트킨스 부인: ( 예리한 관심으로) 루스 말로는 앤디가 곧 돌아올 거라 던 데요. 로버트는 언제 그가 올 거라고 생각하던가요?

 

매이오 부인: 선다 호가 항해선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계산할 수가 없대요. 그가 받은 지난 번 편지는 본국을 향해 항해를 출발하던 날 영국에서 보낸 거 였대요. 그게 한 달도 넘었나요, 그래서 로비는 앤디가 오기로 한 날짜가 넘겼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구요.

 

애트킨스 부인: 그가 때를 맞추어 돌아 올 수 있기를 하느님께 기도합시다. 그는 분명 항해에 싫증이 나 있을 거고 집에 돌아 와서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뿐일 거예요.

 

매이오 부인: 앤디는 뭔가 해냈답니다. 그가 딕의 배에서 우두 머리 선원이 됐다고 로비에게 적어 보냈어요. 당신도 알고 계시지요.

 

애트킨스 부인: 배타는 어리석은 짓은 잠시 기분으로 됐어요, 그리고 이번 항해로 그가 신물아 났을 거예요.

 

매이오 부인: ( 생각에 잠겨) 그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 지 궁금하군요. 앤디는 잘 생기고 건강했는데. ( 한 숨을 쉬며).  3년이나 흘렀구려! 삼 백년도 더 지난 것 같아요. (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여- 측은해 하며) 오, 그가 돌아 올 때까지 그이가 살아 있어서- 그래서 그를 용서해 줄 수 있었다면!

 

애트킨스 부인: 그는 결코 용서하지 않았을 거예요- 제임스 매이오 는 결코 용서하지 않았을 거예요! 당신과 로버트 모두가 그의 마음을 달래 보려 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구요.

 

매이오 부인: ( 분노를 조금 드러내 보이며) 감히 그런 말하지 말아요! ( 낙심하여) 오, 그의 마음 속 깊이에는 그가 앤디를 용서했다는 걸 난 알고 있어요, 비록 그가 너무 완고해서 그걸 말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가 죽는 순간에 용서했다구요- 그의 완고한 자존심 때문에 상심하긴 했지만. ( 그녀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흐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