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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8)/ 유진 오니일

김영관 2007. 8. 6. 17:14

           수평선 너머(8)

     

                  유진 오니일 작/실개천 번역

 

애트킨스 부인: ( 경건하게) 그건 신의 뜻이에요. (어린아이의 보채는 울음소리가 부엌으로부터 들려 온다. 애트킨스 부인은 화가 치밀어 얼굴을 찡그린다.) 시끄러워, 꼬마야! 저 계집애는 사람 신경을 곤두서게 할 목적으로 계속 울어대는 모양이야.

 

매이오 부인: ( 눈물을 닦으며) 열 때문에 그러는 모양이에요. 매어리가 요근래 건강이 매우 안 좋은 모양이에요, 불쌍한 아이!

 

애트킨스 부인: 걔 아버지로 물려받은 거라구요- 항상 골골하는 게. 로버트가 어려서 항상 아팠다는 걸 부인하지는 않겠죠. ( 그녀는 무겁게 한숨을 쉰다.) 저 두 사람이 결혼한 건 미친 짓이었다구요. 그 당시에 난 반대를 했지요, 하지만 루스가 알지도 못하는 로버트의 시적 감각에 아주 폭 빠져 버려 가     지고. 앤디가 그녀에겐 어울리는 짝이었는데.

 

매이오 부인: 나도 종종 달리 결합하는 것이 더 나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줄곧 해 왔어요. 하지만 루스와 로비는 둘 다가 매우 행복한 것처럼 보여요.

 

애트킨스 부인: 하여튼 그건 신의 뜻이었지요- 그래서 그 분의 뜻대로 된 것입니다. ( 두 여인들은 잠시 말없이 앉아 있다. 루스가 얼굴엔 눈물 자욱이 있는 예쁘지만 병들고 허약하게 보이는 두 살된 딸 매어리를 팔에 안고 부엌으로부터 들어 온다. 루스는 눈에 띄게 나이 들어 보인다. 그녀의 얼굴은 젊음     과 생기를 잃어 버렸다. 뭔가 힘들고 앙심을 품은 듯한 표정이 드러나 보인다. 그녀는 식탁 앞 흔들의자에 앉아서 지친 한숨을 쉰다. 그녀는 무늬 있는 무명옷에 흙 묻은 행주치마를 허리에 두르고 있다.)

 

루스: 제발, 무덥지 않으면 좋으련 만! 저기 부엌은 용광로 같다니깐. 제기랄! ( 그녀가 앞이마로부터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밀어 넘긴다.)

 

매이오 부인: 접시 닦을 때 왜 도와 달라고 하지 않았니?

 

루스: ( 퉁명스럽게) 됐어요. 부엌의 더위가 어머니를 못 견디게 할 걸요.

 

매어리: ( 식탁 아래에 있는 인형을 보고 엄마의 무릎 위에서 때를 쓴다.) 인형, 엄마! 인형!

 

루스: ( 애를 끌어당기며) 낮잠 잘 시간이다. 지금 인형 가지고 놀 시간이 아냐.

 

매어리: ( 보채기 시작하며) 인형!

 

애트킨스 부인: ( 화가 나서) 좀 조용히 못 시키겠니? 애 떠드는 소리에 고막 터지겠다. 애를 내려놓고 인형 가지고 놀게 해라. 그게 애를 조용하게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루스: ( 매어리를 마루 바닥에 내려놓고) 여기 있다! 그걸 가지고 조용하거라. ( 매어리가 식탁 앞마루 바닥에 앉아서 조용히 인형을 가지고 논다. 루스는 식탁 위에 차려 있는 음식을 바라본다.) 로브가 가끔씩 제 시간에 식사하지 않하는 게 이상하다구요.

 

매이오 부인: ( 활기 없게)  뭐가 다시 잘못되어 가고 있는 모양이지.

 

루스: ( 지쳐서) 그런가 봐요. 요근래는 항상 뭔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애트킨스 부인: ( 소리를 버럭 질러) 네가 뭐라고 하면 안 그럴거다. 시도 때도 없이 그가 들어와서 식사하도록 놔두니 그렇지- 그러면서 넌 일을 해야하고! 난 그런 분수없는 이야기 들어 본 적이 없다.  너무 내버려둔단 말이다, 그게 문제야.

 

루스: 제발 잔소리 그만 하세요, 어머니! 어머니 잔소리 듣기 싫어 죽겠어요. 내가 하는 대로 그냥 두세요; 간섭 안하시면 좋겠다구요. ( 그녀가 땀으로 젖은 이마를 닦는다- 지쳐서) 제기랄! 너무 더워 싸울 수도 없다구요. 다른 기쁜 이야기해요. ( 호기심 있게)  잠시 전에 앤디 이야기하는 것 같던데요?

 

매이오 부인: 그가 집에 언제 올 것인가 궁금해하고 있었다.

 

루스: ( 얼굴이 밝아지면서) 그가 곧 집에 들려 우리를 놀래게 해줄 거라고 로브가 말하던데요- 그하고 선장 삼촌하구요. 농장에서 그를 다시 보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죠.

 

애트킨스 부인: 그가 일을 돌보게 되면 농장도 한결 더 자연스럽게 보일 거다. 지금 같아서야!

 

루스: (화가 나서) 그걸 자꾸 되풀이 하실 거예요, 어머니? 생각만큼 일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일 아녜요. 내내 불평만 한들 무슨 소용이 있어요?

 

애트킨스 부인: 보세요, 케이트 매이오! 내가 당신한테 말했던 대로이죠? 내가 친딸한테도 한마디 충고를 못한다니깐요, 쟤는 고집불통에다가 자기 주장이 강한 애 이니깐 요.

 

루스: ( 손으로 그녀의 귀를 막으며- 격분하여) 제발, 엄마!

 

매이오 부인: (생기 없게) 상관 마라. 앤디가 오게 되면 모든 게 잘 될 거다.

 

루스: ( 희망에 차서) 오, 그럴 거예요, 그가 그렇게 해 줄 거라는 걸 전 알아요. ( 걱정으로 지친 듯) 그가 집에 와서 이렇게 뒤죽박죽된 꼬락서니에서 일을 시작한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에요.

 

매이오 부인: 앤디가 잘 해낼 거다.

 

루스: ( 한숨을 쉬며) 이렇게 엉망이 된 건 로브의 잘못이 아니다.

 

애트킨스 부인: ( 경멸스럽게) 흥! ( 그녀가 신경질스럽게 부채질을 한다.) 땅이야 옥토지. 하여튼 여긴 찌는 듯이 덥구나!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뒤 쪽 나무 밑으로들 나가자구. 나갑시다, 케이트. ( 매이오 부인이 복종하듯 일어서서 망을 친 문을 향하여 환자의 휠체어를 밀기 시작한다.) 루스야, 너도 나가는 게 좋겠다. 그게 네 건강에 좋을 것 같은데.  남편 버릇도 가르쳐 자기 식사 자기가 차려 먹도록 하게 해라. 바보같이 굴지 말고.

 

루스: ( 가서 그들을 위해 망을 친 문을 잡아 열어 주며- 무관심하게 )  그는 그런 것 상관 않을 걸요. 그는 별로 먹지도 않아요.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애를 데려다 뉘어야 겠어요.

 

애트킨스 부인: 갑시다, 케이트. 여기는 펄펄 끓는다구요. ( 매이오 부인이 그녀의 휠체어를 밀고 왼 쪽으로 나간다. 루스가 되돌아 와서 의자에 앉는다.)

 

루스: ( 기계적으로) 이리 와서 신발과 스타킹을 벗자, 매어리, 그래야 착한 딸이지. 이제 낮잠을 자야지. ( 인형에 몰두해서 말을 못들은 것처럼 어린아이는 계속해서 놀고 있다. 뭔가 갈망하는 표정이 루스의 지친 얼굴에 나타난다. 그녀는 문쪽을 살며시 바라본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일어서서 책상으로 걸어간다. 그녀의 동작은 남에게 들킬까봐 죄의식을 느끼는 듯한 두려움을 드러내 보인다. 그녀가 선반에서 편지 한통을 꺼내 가지고서 재빨리 의자로 되돌아 온다. 그녀는 봉투를 열어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볼은 흥분으로 상기되어 편지를 읽는다. 로버트가 길을 걸어 와서 조용히 망을 친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온다. 그도 역시 나이가 들어 보인다. 그의 어깨는 마치 커다란 짐을 진 것처럼 구부정하다. 그의 눈은 흐리멍덩하고 생기가 없으며, 얼굴은 햇볕에 그을려 있고, 며칠 동안 면도를 하지 않았다. 땀흘린 자국이 볼 위 먼지 쌓인 층에 배어 있다. 끝 부분이 쳐져 있는 그의 입술은 절망과 체념의 표정을 갖게 한다. 3년의 세월이 그의 입과 턱에 나약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작업복을 입고 있으며 레이스가 달린 장화를 신고 있고 목이 패인 플란넬 셔츠를 입     고 있다. )

 

로버트: ( 소파 위에다 그의 모자를 던지며- 지친 한숨을 크게 내쉬며) 제기랄! 오늘은 정말 찌는군! ( 루스가 놀란다. 처음에 그녀는 가슴속에다 편지를 감추려는 듯 본능적인 자세를 취한다. 그녀는 즉시 이렇게 하는 게 더 났다는 생각으로 도전적인 눈으로 남편을 바라보며 손에 편지를 들고 앉아 있다.)

 

루스: ( 그녀의 볼에 감촉을 느끼며- 화가 나서) 왜 면도를 안했어요? 몰골이 형편 없잖아요.

 

로버트: ( 무관심하게) 깜박했소- 이런 날씨엔 지겹다오.

 

매어리: ( 그녀의 인형을 옆으로 내 던지고 행복한 울음으로 아버지에게 뛰어 간다.) 아빠! 아빠!

 

로버트: ( 그의 머리 위에 그녀를 목마 태우며- 사랑스럽게) 그런데 이 무더운 날 우리 꼬마 아가씨는 어떻게 지냈어, 응?

 

매어리: ( 행복한 소리로 외쳐 대며) 아빠! 아빠!

 

루스: ( 짜증스럽게) 애에게 너무 그러지 말아요! 애가 잠 잘 시간인데 당신이 잠을 온통 깨게 했잖아요; 애가 잠들 때까지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을 사람은 바로 나란 말이에요.

 

로버트: ( 식탁 왼 쪽에 앉아서 매어리를 자신의 무릎 위에 껴 안은 채) 당신이 성가셔 할 필요는 없소. 내가 재울 테니깐.

 

루스: ( 퉁명스럽게) 당신은 일하러 나가야지요.

 

로버트: ( 한숨을 쉬며) 그렇군, 깜박 잊었구려. ( 그가 루스의 무릎 위에 펼쳐진 편지를 흘끗 쳐다본다.) 앤디의 편지를 또 읽고 있소? 지금쯤 은 다 외워 버렸겠는 걸

 

루스: ( 그녀가 무슨 힐책이라도 들은 듯 얼굴이 붉어지며- 도전적으로) 나도 읽을 권리가 있다구요, 안 그래요? 이 편지를 우리 모두에게 보냈다고 그가 썼잖아요.

 

로버트: ( 화가 나서) 권리? 어리석은 소리 말아요. 그건 권리의 문제가 아니오. 난 단지 당신이 너무 여러 번 읽어서 편지에 있는 모든 내용을 다 알고 있을 거란 말을 하고 있었던 것 뿐이요.

 

루스: 그래요, 그만 두겠어요. ( 그녀가 식탁 위에 편지를 놓아 두고 지친 모습으로 일어선다.) 저녁 드셔야죠?

 

로버트: ( 관심이 없는 듯) 생각 없소. 배고프지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