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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마지막 회)/ 유진 오니일

김영관 2007. 8. 7. 13:50

  
 

   수평선 너머(18)

 

                    유진 오니일 작/실개천 번역

 

                       2장


  1막 2장과 같은 시골 고속도로 구역. 동녘 하늘이 이미 밝은 빛을 띠고 일출의 엷고 떠는 듯한 태양의 불꽃이 어두운 산언덕 수평선을 따라 서서히 밝아 오고 있다. 전면으로 펼쳐 있는 들판이 전년도 여름에 경작되지 않았던 것처럼 황량하고 개간되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다. 뒤쪽 뱀 형상의 담 일부가 부서져 있다. 사과나무가 잎이 없는데 죽어 있는 듯 싶다.
  로버트가 왼쪽으로부터 힘없이 비틀거린다. 그는 도랑에 속으로 넘어져서 잠시 거기에 누워 있다. 그리고 나서 일출을 볼 수 있는 뚝 위로 온 힘을 다하여 기어 오르지만 힘없이 밀려 내려간다. 루스와 앤드류가 왼쪽으로부터 길을 따라 서둘러 달려온다.

 

앤드류: (멈춰 서서 주변을 바라보다가) 저기 있어! 난 짐작했지! 여기 있을 줄 알았어.

 

로버트: ( 그들이 자기 있는 쪽으로 달려 올 때 그는 일어나 앉을 자세를 취하려고 애를 쓰며- 창백한 미소로)  도망쳐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앤드류: ( 친절하게 나무라는 투로) 안되구 말구, 도망칠 수가 없지, 이 악당 같으니라고, 그러니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우리가 데려 갈 거다- 침대로. ( 그가 로버트를 들어 올릴 자세를 취한다.)

 

로버트: 그렇지 마, 앤디. 경고하겠는데 그렇지 마!

 

앤드류: 고통스러워?

 

로버트: ( 퉁명스럽게) 아냐. 난 죽어 가고 있어. ( 그가 힘없이 기대 눕는다. 루스가 그의 곁에 주저 앉아 흐느껴 울며 그녀의 무릎으로 베게해 준다. 앤드류가 절망적으로 글 내려다보고 서 있다. 로버트는 루스의 무릎 위에서 머리를 불안하게 옮긴다.) 난 방의 침실로 되돌아 가는 건 견딜 수가 없어. 내 평생 - 방에 갇혀 있었던 기분이야. 그래서 할 수가 있다면 - 만약 내가 용기가 있다면- 혼자서- 툭 트인 도로 옆 도랑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보면서 끝장 내려고 생각했어.

 

앤드류: 로브! 그런 말 하지 마. 힘을 소진 시키고 있는 거라구. 잠시 쉬었다가 널 데리고 갈 거다.

 

로버트: 아직도 희망이 있다구, 앤디? 그렇지. 난 알고 있어. ( 침묵이 흐르고 그 동안 그는 숨을 무겁게 내쉬며 수평선을 향해 긴장된 눈으로 바라본다.) 태양이 아주 천천히 떠오르는군. ( 아리러니칼한 미소를 지으며) 의사 선생이 나한테 아주 먼 곳으로 가라고 했지- 그러면 치료될 거라면서. 그의 말이 옳았어. 그게 항상 내겐 치료법이었는데. 너무 늦었어- 이번의 삶으로는- 그렇지만- ( 그는 몸이 흔들릴 정도로 기침을 해댄다.)

 

앤드류: ( 거친 흐느낌으로) 로브! ( 그가 주먹을 불끈 쥐고 운 명에 대한 무기력한 분노를 토해 낸다.) 하느님! 하느님! ( 루스가 낙심하여 흐느끼며 그녀의 손수건으로 로버트의 입술을 닦아준다.)

 

로버트: (희망에 찬 행복감으로 갑작스럽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 ) 나에게 미안해 할 필요가 없소. 결국 나는 행복하고- 자유스럽다오- 자유스럽다니깐!- 농장으로부터 해방되고- 자유스럽게 언제까지나 떠돌아 다닐 수 있는- 영원히 자유스럽다는 걸 그걸 모르겠소. ( 그가 팔꿈치로 몸을 일으켜 얼굴엔 빛을 발하며 수평선을 가리킨다.) 저기 봐! 산 언덕너머가 아름답지 않아? 나를 오라고 부르고 있는 목소리가 있어- ( 환희에 차서) 그런데 이번엔 가야겠어! 이건 끝이 아니야. 이건 자유스런 시작이야- 내 항해의 출발이야-! 난 수평선너머- 내 여행에 대한- 해방감을 얻게 된 거야! 오, 기뻐해줘 - 기뻐해줘- 날 위해! ( 그가 힘없이 쓰러진다.) 앤디! ( 앤드류가 그에게 몸을 굽힌다.) 명심해-루스를.

 

앤드류: 내가 그녀를 보살필 거다, 맹세하마, 로브!

 

로버트: 루스는 고통을 받았어- 기억해줘, 앤디- 희생을 겪고서 만이 -저 건너편 신비가- ( 그는 마지막 남은 힘으로 갑작스럽게 벌떡 일어서서 둥근 태양의 끝 부분이 산언덕 정상으로부터 떠오르는 수평선을 가리킨다.) 태양이! (그가 잠시 태양에 눈을 고정시킨 채 있다. 거르렁 거리는 소리가 목에 서 흘러나온다. 그는 중얼거린다.) 기억해 줘! ( 그리고 그는 쓸어져 움직이지 않는다. 루스가 놀란 울음을 터뜨리고 벌떡 일어나서 몸을 떨며 그녀의 손이 자신의 눈으로 간다. 앤드류는 시신 옆에 무릎을 꿇고 로버트의 심장에 손을 얹어 보고 나서 그의 이마에다 경건하게 키스를 하고 일어선다.)

 

앤드류: ( 그들 사이에 시신을 둔 채 루스를 쳐다보며- 낮은 목소리로) 그는 죽었어. ( 갑작스럽게 분노가 폭발하여) 그럴 수가! 그에게 말하지 않다니!

 

루스: (애처롭게) 내가 그에게 거짓말하지 않았어도 그는 아주 행복했어요.

 

앤드류: ( 시신을 가리키며-격렬한 분노로 떨면서) 이 모든 일이 루스 때문이라구, 이 저주받을 여자, 겁쟁이, 살인자!

 

루스: ( 흐느끼며) 그렇지 말아요, 앤디! 어쩔 수 없었어요- 그리고 그이 역시 내가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지를 안다구요. 그가 당신에게 말했지요- 기억해 달라는 말.

 

앤드류: ( 그의 분노가 누그러지고 깊은 동정의 표정이 점차 그의 얼굴에 나타나며 그는 잠시 그녀를 쳐다본다. 그리고 나서 그는 동생을 내려다보고 연민의 목소리로 낙심하여 말한다.) 날 용서해줘, 루스- 그를 위해- 그리고 난 기억할 거야 - ( 루스가 얼굴에서 손을 내리고 의아해 하듯 그를 바라본다. 그가 고개를 들어 그녀의 눈을 쳐다보며 머뭇거리며 말을 겨우 이어간다.) 나와- 당신- 우리 둘이 일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어! 우린 서로 돕도록 노력을 해야 돼-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우린 어떤 것이 옳은 지 알게 될 거야- ( 절망적으로) 그리고 아마도 우리는- (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이미 어떤 희망에 대한 기대감을 초월하여 침착해져 버린 상태로까지 가라 앉아 버려 지치고 슬픈 자기 비하로 멍하니 그를 바라보며 말이 없다.)


                                      (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