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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에서 보낸 편지
김영관
2008. 5. 9. 17:27
큰집 형님이신가요? 화창한 봄날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해서 홍도 여행 길에 전화 한번 해본 겁니다. 형님네 부부를 포함해서 조카아이들 모두 다 건강하게 지낸다는 소식 들으니 더할나위 없이 기쁩니다. 형님네 큰딸, 그러니까 내게는 큰조카 아이가 시집간 후로도 앞으로 결혼시킬 아이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셋이나 더 남아서 머리 아프시겠어요. 나야 이번 가을쯤 결혼시킬 딸아이 딱 하나라서 형님보다야 머리가 네배쯤은 가벼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하나 키우나 넷 키우나, 자식 키울 때의 정성은 모두 같을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내가 왜 바쁜 형님께 머나먼 홍도에 까지 와서 전화를 걸어 긴긴 사설을 늘어 놓느냐 하면은요. 오늘 내 친구 아들 놈 결혼식장에 가서 순간 느낀 것인데요. 이 친구는 딸 둘에 아들 하나랍니다. 이 아이들을 결혼시키는 동안 내가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서 축의금을 넣어 주곤 했답니다. 그렇다면 딸 아이 하나만 둔 나는 손해 보는 것 아닌가를 오늘 결혼식장의 혼주를 포함해서 그곳에 모인 몇몇 친구들에게 물어 보았거든요. 모두 한결 같이 오늘 혼주인 이 친구가 내 딸 아이 결혼식 때는 오늘 내가 넣은 결혼 축의금의 세배 네배가 되는 금액을 봉투에 넣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도 그 동안의 인프래이션을 고려해 보면 내가 손해를 본 거라고들 말하더라구요. 형님께서도 올 가을 내 딸 아이 결혼식 때 그걸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아서 미리 말씀 드려 보는 것이오니 널리 양찰해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