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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1)/번역극

김영관 2009. 1. 20. 16:40

 

 

 

                단막극

 

                 거미줄(2)


                        유진 오니일 지음/김 영관(실개천) 옮김



                           등장인물


                             로즈 토머스

                             스티브, 뚜쟁이

                             팀 모건, 금고털이

                            경찰

                            사복형사 두 사람



장면- 뉴욕 이스트 사이드 낮은 지대 하숙집. 꼭대기 층에 있는 지저분한 침실. 벽지는 더럽고 반쯤 드러나 보이며 곳곳이 찢겨져 있다. 비상구 위 뒷면에 열린 창문이 있고, 그 위에 우유병이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현관으로 통하는 문이 하나 있다. 왼쪽에는 잔과 주전자가 세면대, 그리고 몇 가지 보잘 것 없는 여성 화장품 세트들이 그 위에 흩어져 있다. 세면대 위에 금이 간 거울이 벽 못에 걸려 있다. 방 중앙에 쓰러질 것만 같은 책상과 의자가 하나씩 있다. 창문 가까이 왼쪽 모퉁이에 어린애가 잠들어 누워 있는 침대가 하나 있다. 거울 가까이의 가스 분출기가 유일하게 빛을 제공하고 있다.

 30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22세에 불과한 검은 머리칼의 젊은 여자 로즈 토머스가 값싼 버지니아 담배를 피우며 의장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빈 맥주병과 더러운 잔 하나가 그녀 곁 테이블 위에 있다. 말라빠진 모조 깃털이 달린 야하고 값싼 그녀 모자가 역시 테이블 위에 있다. 로즈는 천박의 극치가 드러나 보이는 형태로 옷을 입고 있다. 그녀는 귀에 이어링을 하고 양팔에 팔지를 하고 손가락엔 여러 개의 반지를 끼고 있다. 하지만 이것들 어느 것 하나 진품은 없다. 그녀 얼굴은 결핵이 상당히 진전된 단계임을 보여 주고 있다. 사납고 열기가 있는 눈망울 아래로 주름이 보이는 매우 창백한 얼굴이다. 그녀는 매우 낙담한 얼굴이다. 그러나 그녀가 침대 쪽을 건너다 볼 때 그녀 표정은 부드러운 모성애가 솟는다. 가끔씩 그녀가 기침을 하는데, 그녀 온 몸을 뒤흔들어 놓는 거칠고 마른기침이다. 기침을 한 다음에 그녀는 손수건을 들어 입에 갖다댄다. - 그리고나서 두려움으로 손수건을 바라본다. 시간은 비 오는 여름 이른 밤이다. 아래 뜰 초석 위로 떨어지는 단조로운 빗소리가 들린다.


로즈: (빗소리를 들으며- 테이블 위에다 지친 듯이 담배를 던진다.) 빌어먹을! 무슨 비가 이리도 내린 담! (비통한 웃음을 웃으며) 내게 기회란 없는 걸까? (그녀는 갑작스럽게 기침을 해댄다. 그리고나서 일어나 침대로 걸어가 허리를 구부려, 잠들어 있는 어린아이의 앞 이마에 부드러운 입맞춤을 한다. 그녀는 몸을 돌려 흐느끼듯 중얼거린다.) 무슨 팔자가 이렇담! 불행한 아가야! (그녀는 거울로 걸어가서 눈과 볼에 화장을 한다. 그녀 얼굴은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화장한 검은 눈은 횅한 모습이고 양볼에 바른 루즈 자국은 그녀가 열이 있음을 더욱 확연하게 드러나 보이게 한다. 그녀가 화장을 끝내고 거울 앞에서 모자를 쓰고 있을 때 문이 활짝 열리고 스티브가 비틀거리며 들어선다. 그가 들어선 다음 문을 잠근다. 술이 곤드레한 상태임이 분명하다. 외형상으로 그는 전형적인 뚜쟁이이고 번지르르한 옷을 입고 있었으며, 얼간이 눈에다 허약한 입은 아래로 쳐져 있다. 그이 얼굴엔 술과 마역을 한 기색이 나타나있다.)


로즈: (서둘러 세면대에다 그녀 모자를 내려놓으며 반은 질겁한 상태이다.) 아니ㅣ, 스티브.


스티브: 꼴좋군! (그는 걸어와 의장에 앉는다.) 꼭 죽을 상인데 화장을 하고 입술을 그리셨나보네! 유령처럼 거기 서성거리는 걸 보니 신경이 쓰이는 군.


로즈: (거울로 뛰어 가서 루즈를 더 바른다. - 그리고나서 돌아선다.) 여길 봐요, 스티브! 더 보기 좋아요?


스티브: 보기 좋으냐고? 아니 됐어. (빈 맥주병을 보며) 술 한 잔 줘!


로즈: 술이 없다는 걸 당신도 알면서 그래요? 저것들이 당신이 간밤에 가져온 술병이예요.


스티브: (성깔 사나운 화를 내며) 거짓말 하고 있어! 여기 어딘가에 감춰둔 술이 있지. 넌 항상 내게 대드는 버릇이 있단 말이야. 이젠 그런 버릇 그만 버릴 때가 되지 않았어?


로즈: 나는 당신한테 대든 적이 없어요. 당신도 알면서 그래요. 항상 당신한테 고마워하는 걸요. (화를 내며) 만약 내가 당신 친구인 잭과 어울리는 배시 같은 여자라면 어쩔 뻔 했어요? 그녀는 원할 때면 언제나 그를 떠날 만큼 노련한 여자란 말이에요. - 그래서 그도 그것을 알고 아교처럼 그녀에게 집착하지 않던가요? 그는 내가 아는 몇몇 남자들처럼 만나는 여자마다 뒷 꽁무니나 따라다니는 사람은 아니란 걸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그는 자기 여자를 놓칠까봐 두려워하거든요. - 반대로 당신은 나에게 관심도 없단 말이에요.


스티브: (우쭐대다가는 달래는 어조로) 제발 입 닥쳐! 그 엉터리 같은 소리 듣기 싫어. 내가 여자 뒷 꽁무니나 쫒아 다닌다고 누가 그래? (그리고나서 악의에 찬 어투로) 배시가 그를 따돌린다 해도 그냥 놔두는 게 형명한 일인지 모르겠군. 그러나 그에게 말해줘야겠어. 만약 그에게 그런 아량이 없다면 배시는 혼나게 될 걸.


로즈: 오 제발 그러지 말아요! 그녀를 못살게ㅔ 해서 당신에게 무슨 이득이 생겨요? 그녀가 당신을 못 살게 군 적이 없지 않나요, 안 그래요?


스티브: 그래, 그러나 그녀는 혼 좀 나봐야 해. 그게 전부야. 그녀는 잭과 같은 수준에서 놀아야 해. 우리들은 모두 공존해야 한다구. 만약 너희 창녀들이 따로 놀면 우리 뚜쟁이들은 어쩌란 말이냐?


로즈: (풀이 죽어서) 나에게 묻지 말아요. 난 몰라요. 그런 건 불한당들이나 하는 짓이지요. (그녀는 심한 기침을 계속한다.)


스티브: (신경이 거슬려서) 빌어먹을! 제발 그만 좀 짖어대지 그래. 전염되겠어. 액좀 먻지 그래.


로즈: (손수건으로 입을 닦으며) 먹었지만 소용이 없어요.


스티브: 그렇다면 다른 약을 먹어보지 그래. 내가 몇 달 전에도 말했잖아. 의사를 찾아가 진찰을 받아 보라구 말이야. 가봤어?


로즈: (잠시 말이 없다가 신경질적으로) 아뇨.


스티브: 그렇다면 내 잘못은 아냐. 네 탓이지.


로즈: (간절히 애원하듯 말한다. 그녀 눈에 눈물이 고여 있다.) 스티브 내 말 좀 들어봐요! 오늘 밤은 집에 있다가 의사에게 진찰 좀 받으러 가게 해주세요. 전 아파요. (가슴을 가리키며) 여기가 아파요. 그리고 전 마치 불 속에 잇는 것 같아요. 가끔씩 현기증이 일어나 세상이빙빙 돌아요. 어쨌든 지금 비가 오고 있는데다가 내 신발은 닳아 헤어져 물이 샌단 말이에요. 이렇게 비 오는 저녁에는  손님이 없을 테고, 설령 있다 할지라도 이런 기침 소리에 놀라서 달아나고 말 거예요. 돈이 있으면 몇 달러만 주세요. 진찰 받고 약 좀 사먹게요. 제발 스티브, 부탁이에요. 경기 좋으면 보상할게요. 그땐 돈 많이 벌어 몽땅 당신 드릴게요. (다시 기침이 격렬해진다.) 전 몹시 아프다구요.


스티브: (매우 화를 내며) 돈을 달라구? 나를 어떻게 보고 하는 소리야-내가 조폐국 직원이라도 되는 줄 알아?


로즈: 오늘 아침엔 돈이 많이 있었지 않아요. 내가 가진 돈 전부를 줬잖아요?


스티브: 내가 지금 돈이 어딨어? 토니 일행들과 노름 한판 벌렸지. 돈을 몽땅 잃고 빈털터리야. 단 한 푼도 없단 말이야. (갑작스럽게 화를 내며) 설령 돈이 있다하더라도 못줘. 집에 쳐박혀서 할 일은 않고 가만히 있는 너 따위를 내가 보호해줄 얼간이 같아? 돈이 필요하면 나가서 벌어와. 내가 할 말은 그것 뿐이라구.


로즈: (걱분해서) 그게 말이라고 하는 거예요? 좋아요. 내가 팁으로 받은 돈 줬잖아요? 당신에게 내가 번 돈 주면서 그 대가로 욕먹는 게 신물이난다구요. 지금 당신은 넋을 반은 잃을만큼 취해 있어요. 그리고 소리까지 꽥꽥 질러대고 있으니, 당신 속셈을 알겠군요. 술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 뒷바라지나  하라는 속셈 말이에요. 그렇게도 세상 물정을 모르다니. 나도 얼마든지 다른 사람들을 사귈 수가 있다구요.


스티브: (눈에 쌍심지를 켜Au 소리가 커지고 위협적이다.) 그런 말을 지껄일 수가 있어? 나를 버린다고, 조심해! 가만 안둘테니깐!




로즈: (감정을 억제치 못하며) 가만 안둔다구요? 내가 놀랄 줄 알아요? 내가 이런 생활하고 싶어서 사는 줄 아세요? 날 죽여요. 겁낼 줄 알아요?


스티브: (테이블에서 벌떡 일어서서 한대 때릴 것처럼 손을 들어 올린다. 그는 소리친다.) 제발, 주둥이 다물어! 어린 아이가 시끄러운 소리에 깨어나 울기 시작한다.)


로즈: (놀라서 화를 가라앉힌다.) 쉿! 저길 좀 봐요. 우리가 아이를 깨웠잖아요? 조용히 좀 해요, 스티브. 내가 나갈 테니 걱정 말아요. 제발 떠들지 말아요. (그녀는 침대로 가서 어린아이를 안아준다. 아이는 다시 곧 잠이 든다. 그녀는 기침이 시작되자 아이의 얼굴을 피해 침대에서 일어나 걸어간다.)


스티브: (증오 섞인 조소로 그녀를 바라보며) 아이를 침대에서 치워 버려.  잠 좀 자야겠어.


로즈: 애를 말이에요?  애가 누워 있을 곳이 없잖아요?


스티브: 마룻바닥 아무데나, 어디다 뉘어 놓던 무슨 상관이야?


로즈: (애원하며) 오, 제발. 스티브! 착한 사람이 좀 되어 보세요. 딸아이가 당신을 귀찮게 한 적이 없잖아요? 애가 곤히 잠들어 있다구요. 침대 3/4은  당신이 차지하고 나머지에서 애가 자면 되잖아요.


스티브: 안돼. 내 말 못 들었어? 빨리 아이를 치워. 침대에서 치우란 말이야.


로즈: (차가운 목소리로) 못 하겠어요.


스티브: 못 한다구?  그렇다면 내가 하지 (그가 침대 쪽으로 간다.)


로즈: (그와 침대 사이에 단호한 자세로 서서 천천히 위협적으로  말한다.) 나를 밀치고 아이에게 손끝 하나 대기만 해봐요.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