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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3)/ 번역극

김영관 2009. 2. 17. 15:45

    갈증(3)/ 번역극

 

               유진 오니일 지음/ 실개천 (김영관) 옮김 

 

 

댄서: 뭔가 방법이  있을 거예요. 인정머리라고는 전혀 없는 이방인이 한번만이라도 물을 나눠 마시자고 하겠어요?  우리가 그로부터 물을 빼앗아야 해요. 물을 가까이에 두고 갈증으로 죽어가다니 말도 안돼요. 생각해 보세요! 생각해 보라구요! 방법이 없을까요?


신사: 당신 목걸이로 저 사람한테서 물을 살 수도 있겠군. 흑인들은 그런 걸 매우 좋아한다고 들었소.


댄서: 이 목걸이로 말이에요? 천 파운드짜리인데. 영국 공작이 나한테 준 거예요. 그걸 줄 수는 없어요. 내가 바보인 줄 아세요?


신사: 물을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해 보시오! (그들 두 사람은 열병에 걸린 듯 마른 입술을 핥는다. ) 우리가 지금 당장 물을 마시지 못하면 죽게 될 거요. (거칠게 웃으며) 목걸이는 당신 몸뚱이와 더불어 상어 밥이 될 텐데.  그만 둡시다. 더 이상 말하지 않으리다. 내 경우라면 물 한 방울에 내 영혼을 팔겠소.


댄서: (두려움으로 떨면서 그녀는 움직이고 있는 상어 지느러미를 본능적으로 바라본다.) 당신은 지독한 사람이로군요. 저 괴물들을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당신은 항상 상어들을 상기시키니 말이에요.


신사: 당신이 저것들을 잊지 않고 있다니 잘 한 일이요. 당신이 저것들을 보고 있을 땐 공작이 준 선물은 덜 소중할 테니깐. (성급히 뼈마디가 드러나 보이는 손으로 갑판을 치며) 이봐요. 당신이 꿈을 꾸고 있는 동안 우리 둘은 갈증으로 죽을 거요. 그걸 저 친구에게 줘요! 그걸 저 친구에게 줘버리란 말이요!


댄서: (그녀는 목걸이를 벗어서 멍하니 바라본다.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태양에 반짝이는 걸 바라본다.) 이거 아름답지 않나요? 이걸 내놓기가 싫어요. 그는 나를 몹시 사랑했어요. - 늙은 공작 말이에요. 그는 나하고 결혼하고 싶어 했어요. 그를 좋아 하지 않았어요. 그는 늙었거든요. 아주 늙은 사람이었다구요. 무슨 일인가가 있었지요. - 그게 뭔가는 잊었지만요. 난 그를 다시는 만나지 않았어요. 이것이 내게 남은 유일한 선물이에요.


신사: (참지 못하여 - 그의 반짝이는 눈앞에 맑은 물이 아른거린다.) 빌어먹을, 왜 당신은 그렇게 떠들어만 대고 있소? 그가 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봐요. 그걸 주어 버리시오! 그에게 그걸 줘 버리라니까!


댄서: 알았어요. 그럴게요. 목이 타는군요. 내 눈은 불타고 있어요. 물을 마셔야 해요. (그녀는 흑인이 앉아 있는 곳으로 구명선을 가로 질러 손과 무릎으로 몸을 질질 끌며 간다. 그녀가 다가오는 것을 흑인은 알지 못한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그에게 내밀며 쉰 목소리로 성급하게 말을 한다. ) 여보세요. 당신이 물을 훔쳤지요? 이 목걸이를 보세요. 영국 귀족인 공작한테서 받은 거예요. 천 파운드, 미국 돈으로 오천 달러짜리예요. 당신 평생 먹고 살만한 돈이 될 거예요. 당신은 더 이상 뱃사람 노릇할 필요가 없을 거예요. 무슨 뜻인지 알겠지요? (흑인은 대답이 없다. 그러나 댄서는 서둘러서 말을 계속한다. 그녀는 노랫가락이 섞인 어투로 계속 말을 한다.)  당신이 훔친 물 말이에요 - 좋아요. 이 목걸이를 당신한테 드리겠어요. - 진짜 다이아몬드란 걸 당신도 알 거예요. 물 한 모금에 오천 달러짜리 다이아몬드를 준다니까요. 가진 물 전부를 달라는 것 아네요. 나도 터무니없는 사람은 아녜요. 당신 .먹을 물은 조금 남겨 두세요. 당신도 죽을 순 없잖아요. 나와 내 친구가 마실 수 있는 정도만큼만 원해요. - 우리가 섬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 목숨을 부지할 만큼의 물만 있으면 족해요. 입술이 더위로 갈라지고 있어요! 머리가 벌어지고 있다니까요! 여기 있어요. 목걸이를 받으세요. 당신께 드리겠어요. (그녀는 그것을 흑인의 손에 억지로 쥐어준다. 그는 그녀의 손을 밀어낸다. 목걸이가 구명선 갑판위로  떨어져 뜨거운 파도 속에서 반짝인다.)


댄서: (언성이 높아져 쇳소리가 된다.) 물을 주세요! 당신에게 목걸이를 줬잖아요. 물을 주라니까요!


신사: (걱정스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울부짖는다.) 그렇게 하지 그래, 그녀에게 물을 주라니까!


신원: (느리고 표정 없는 말투로) 내겐 물이 없소.


댄서: 오, 잔인한 인간! 왜 거짓말을 하는가요? 몹시 고통 받는 걸 보면서도 당신은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군요, 난 당신에게 목걸이를 주었소. 오천 달러짜리 목걸이란 것을 알기나 해요? 오천 달러에 물 한 모금 주는 거라구요!


선원: 물이 없다니까요! (그는 등을 돌려 버린다. 그녀는 신사에게 기어가서 그의 곁에 엎드려 상심하여 흐느낀다.)


신사: 그의 얼굴은 분노로 경련을 일으킨다. 주먹을 하늘에다 흔들며) 돼지! 돼지 같은 놈! 불량한 개자식!


댄서: (일어나 앉아 눈물을 닦으며) 좋아요. 당신은 저 사람 말을 들었을 거예요. 그는 우리들에게 물을 주지 않을 거예요. 아마도 물이 조금 밖에 없어서 우리와 나누어 먹는 게 두려운가 봐요. 이제 우린 어쩜 좋아요? 어떻게 하면 좋아요?


신사: (풀이 죽어) 도리가 없소. 저 친구가 우리보다 힘이 더 세니깐. 바람 한 점 없군. 섬에 도착하긴 틀린 것 같소. 우리는 죽게 될 거요. 끝장이란 말이요. (그는 주저앉아 손으로 머리를 누른다. 매우 건조한 흐느낌이 그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댄서: (갑작스러운 결심으로 그녀 눈빛이 빛을 발한다.) 아, 이제 누가 겁쟁이이죠? 당신은 희망을 포기한 것 같군요. 하지만 난 아녜요. 전 아직도 한 가지 기회를 가지고 있거든요. 아직까지 결코 실패한 적이 없는 것 말이에요.


신사: (머리를 들어 놀라움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에게 더 많은 돈을 제시할 건가요?


댄서: (이상 야릇한 미소를 띠며) 아니요.  그게 아녜요. 난 돈 이상의 것을 제안할 거예요. 우리는 물을 얻게 될 겁니다. (그녀는  앞에 달린 구겨진 레이스 조각을 찢어 마치 그녀가 분첩을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그걸로 얼굴을 닦는다.)


신사: (그녀를 우둔하게 바라보며)  도대체 뭐하려는 건지 모르겠군.


댄서: (스타킹을 끌어 올린다. -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려 애쓴다. - 그 다음 긴 머리칼을 붙잡고 땋아 머리 위로 감아올린다. 햇빛에 그을려 이미 진홍색이 된 볼을 토닥거린다. 그리고나서 신사를 향해 교태를 부리며 그녀가 말한다. ) 여기 좀 보세요! 저 예쁘게 보이지 않나요?  어때 보여요?


신사: (미친 듯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면서) 무시무시하게 보이는데요. 소름이 끼친단 말이요!


댄서: 거짓말 마세요! 난 아름답다구요. 내가 아름답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 소름끼치는 건 바로 당신이에요. 당신에게 물을 주지 않을 거예요.


신사: 당신은 물을 얻지 못할 거요. 꼴불견이로군. 무얼 하려는 거요? - 그를 위해 춤이라도 출 생각이요?  (조롱하는 투로) 춤! 당신 살로메 (註- 헤롯 왕 후처 헤로디 아스의 딸 이름), 난 오케스트라가 되어야겠군. 그는 관객이 될 거고 말이요. 우리 두 사람은 당신에게 미친 듯이 박수를 쳐대겠군. (그는 팔꿈치 하나로 턱을 괴고 바라보며 킥킥대고 웃는다.)


댄서: (격분해서 몸을 돌려 선원을 향해 무릎으로 기어간다. 가장 유혹적인 목소리로 그를 부른다. ) 뱃사람 양반! 뱃사람 나리 ! (그는 듣지 못한 것 같다. -그녀는 그의 팔을 잡아 점잖게 흔들어 댄다. - 그가 돌아서서 놀라워하며 그녀를 쳐다본다.) 내 말을 들어 봐요. 선원 양반. 당신 이름이 뭐라고 하셨나요 - 당신 이름말이에요? (그녀는 유혹적으로 그에게 미소를 띤다.  그는 대답이 없다.)  대답 안 할 건가요? 저한테 화가 난 것은 아니지요? 당신을 나무랄 수가 없어요. 내내 당신한테 욕을 해댔으니까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하게 됐어요. (그들을 쳐다보지 못하는 신사를 가리키다가 부신 눈으로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다.) 내 머리에다 그런 생각을 집어넣은 사람은 바로 저 사람이에요. 저 사람은 당신을 좋아 하지 않거든요. 난 저 사람이  싫어요. 그는 내가 용서할 수가 없는 무서운 말을 했어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그의 무릎 위에 금발 머리카락을 앞으로 기댄 채 미소를 머금고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선원 양반, 난 당신이 좋아요. 당신은 몸집도 크고 건강해요.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거예요. 그렇잖나요? (흑인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는 상어무리를 바라보고 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물 좀 달라는 걸 거절하지는 않으시겠지요? 제가 충분한 대가를 치른다고 했잖아요? (그녀 팔로 그의 목을 껴안고 귀에다 거의 속삭이듯 말한다.) 제 뜻 모르시겠어요? 선원 양반, 난 당신을 사랑한단 말이에요! 귀족, 백만장자, 그리고 여러 신사들이 나를 사랑했고, 나 때문에 싸움도 했어요. 그들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할 게요 내 눈을 봐요. 선원 양반, 나를 보라니까요! (그녀 목소리 뭔가에 끌려 자신도 모르게 흑인은 그녀 눈을 바라본다. 잠시 동안 그의 콧구멍이 벌렁거린다. - 그는 소리 내어 숨을 들이 마신다. - 그리고나서 다시 냉담해진다. 그는 상어 떼를 바라본다.)


댄서: 아니, 내 뜻을 모르겠어요? 내 뜻을 그렇게도 이해 못하겠느냐구요? 여길 좀 보세요! 내 몸을 당신께 드리겠다니깐!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있잖아요? - 남자들을 무릎 꿇게 했던 내가 말이에요! 당신에게 내 몸을 드리겠어요. - 남자들이 그렇게도 아름답다고 말하던 내 몸을 말이에요. 흑인 선원 나리, 당신이 나한테 물 한 모금만 주시면 당신을 사랑할 거라고 했잖아요? 나를 이렇게 기다리게 하는 게 모욕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목소리를 높여) 대답해 봐요! 제발 대답 좀 해봐요! 나에게 물 좀 달라구요.


선원: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물이 없어요.


댄서: (분노로 떨면서) 하느님, 물 때문에 내 자신이 이렇게 비천해야 됩니까? 거리의 매춘부처럼 이런 검둥이에게 자신을 낮추어 사정하다 거절을 당하다니요. 그 정도 모욕이면 충분하잖아요! 야이 사기꾼아, 더러운 노예 같으니라구!  물이 있으면서도 말이지. 네 놈은 내 몫의 물을 훔쳐 갔단 말이야. (광기 어린 그녀는 양손으로 선원의 목을 쥔다.)  물을 주세요. 물을 달라니까!


선원: (목을 쥐고 있는 그녀 손을 잡아 거칠게 밀어 버린다. 그녀는 구명선 중앙에 얼굴을 파묻고 쓰러진다.) 제발 놓으시오.  물이라곤 없다니깐. (기절 상태에서 깨어나 무슨 일이야? 무너지는 얼음장 앞에 내가 안자 있던 꿈을 꾸고 있었는데, 그것들이 바로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구요. 그것들이 바로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구요. 그것들 중 하나를 붙잡으려고 몇 번이나 몸부림을 쳤지만 말이오. 무서운 꿈이었소.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소? 어쩐 일이요? (아무도 대답이 없다. 흑인은 다시 상어 떼를  바라보고 있다. 갑자기 그녀가 벌떡 일어선다. 앞서 보인 모든 나약함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그녀는 구명선의 흔들림 때문에 서  있다. 그녀의 눈은 무서운 광채를 발하고 있다. 그녀 머리에서부터 그 광채가 쏟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종잡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다. 마지막 기력이이 쇠잔하여 버린다. 그녀는 미쳐 버린 것이다.)


댄서: (거울 앞에 서 있는 것처럼 앞을 바라보며) 서둘러, 마리! 오늘 밤 너무 지체하는 군. 늦겠는 걸. 벨소리 안 들려? 다음이 내 차례인데. 오늘 밤 그가 찾아올까, 마리? 틀림없이 그가 무대 박스에 와 있을 거야. 불쌍하고 바보 같은 영감님에게 미소를 지어 줘야지. 언젠가 결혼해서 난 공작부인이 될 거야. 마리, 한번 생각해 봐. 내가 진짜 공작부인이 된다는 걸. 그래, 그래요. 지금 나갑니다! 막을 올려도 돼요. (그녀는 머리를 가슴에 떨구고 혼자서 중얼거린다. 신사가 처음엔 당황해 하나 다음엔 감동되어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가 말을 중단하자 그가 박수를 친다.)


신사: 계속해요! 계속해 봐요! 훌륭한 한편의 극이로군요. (그는 낄낄대며 웃음을 터뜨린다.)


댄서: 사람들이 비웃고 있군. 설마 나를 비웃지는 않겠지. 몹시 더운데! 조명이 너무 밝아! 오늘 밤은 그만 두면 좋겠는 걸. (그녀 손이 눈을 가로지나 스치며) 저기 박스에 와 계시는 군. - 불쌍한 공작 영감님에게 손을 흔들어 줘야지. (그녀는 허공에 손을 흔든다.  - 친절한 분이셔. 너무 나이가 들어 유감이지만 말이야. 무슨 노래를 부를까? 그래 (그녀는 쉬어 갈라진 목소리로 뮤직 홀 발라드 마지막 몇 행을 부른다. 흑인이 돌아서서 의아해 하며 그녀를 바라본다. 신사가 박수를 친다.) 관객들이 환호를 하는 군. 그들을 위해서 춤을 추어야지! (그녀는 흔들리는 구명선 위에서 춤을 추기 시작한다. 거의 쓰러질 뻔 한다. 그녀 머리카락이 흘러내린다. 그녀는 보이지 않는 철선에 움직이고 있는 무시무시한 꼭두각시처럼 보인다. 그녀는 점점 더 빠르게 춤을 춘다. 그녀의 팔고 다리는 통제할 수 없는 것처럼 괴상한 모습으로 움직인다.) 오, 찌는 듯한 날씨로군! 그녀는 양손으로  입고 있는 윗옷의 앞부분을 잡아 어깨 위로 끌어 올린다. 그것을 벗어 던진다. 그녀는 거의 허리 부분까지 알몸이다. 그녀 가슴은 배고픔 때문에 시들어 쭈그러져 있다. 그녀는 먼저 왼쪽 발로 치고 나와 다른 발을 미친 듯이 허공을 향해 들어 올린다. ) 오, 더워라, 숨 막혀라. 물 좀 가져다 줘요! 질식하겠어요. (그녀는 구명선 위로 쓰러진다. 약간의 진홍색 거품이 그녀의 입술 위 나타난다. 그녀의 눈이 빛을 발한다. 거친 눈빛이 사라진다. 그녀가 죽는다.)


신사: (미친 듯이 웃으며 손벽을 친다.) 브라보! 브라보! 조금만  더 추어 보시지! (대답이 없다. 무서운 침묵이 흐른다. 여자의 몸 가까이 구명선으로 부터 솟아오르는 뜨거운 파도가 그녀의 영혼이 빠져 나가는 뭔가 알 수 없는 것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두려운 표정이 신사의 얼굴에 나타난다. 흑인은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뭔가 당혹스런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그는 안심하고 심지어 기뻐하는 것처럼 보인다.)


신사: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군. 아픈가 보지. (그녀에게 기어간다.) 기절했군. (그녀의 완쪽 가슴에 손을 대본다. - 그리고나서 몸을 굽혀 그녀 심장에 귀를 댄다. 그녀 얼굴은 햇빛에 그을렸음에도 불구하고 창백해진다.) 맙소사! 죽었어! 불쌍한 아가씨! 불쌍한 아가씨! (그는 힘 없이 울먹인다. 손가락으로 그녀의 긴 금발 머리칼을 기계적으로 쓸어 넘긴다. 그는 흑인의 목소리를 들을 때 놀란다.)


선원: 그녀가 죽었나요?


신사: 그렇다네. 그녀가 죽었네. 불쌍한 아가씨. 그녀의 심장이 더 이상 박동을 하고 있지 않네.


선원: 차라리 잘 됐소. 이제 그녀는 고통을 받지 않겠군요. 우리들 중 누군가가 죽었어야 했어요. (잠시 말이 없다가) 그녀가 죽은 것은 우리들에게 다행한 일이요.


신사: 그게 무슨 말이지? 그녀 죽음이 우리들에게 무슨 이득이 된다는 거야?


선원: 이제 우리는 살아남게 될 거요. (그는 칼집에서 칼을 빼들어 산발창에 갈아 날을 서게 한다. 이런 동작을 하면서 그는 노래를 부른다. - (침묵을 비웃는 듯한 흑인의 행복한 노래 가락이다.)


신사: (낮고 놀라는 어조로) 알 수가 없는 걸.


선원: (칼로 댄서의 몸뚱이를 가리킬 때 그의 부르튼 입술에 웃음이 드러나 보인다.) 우리는 요기를 하게 될 거요. 마실 수 있을 거요.


신사: (잠시 혐오감으로 말을 못하고 있다. - 그리고나서 고통에 가득한 두려운 어조로) 안돼! 안돼! 안돼! 오 맙소사, 그건 안돼! (재빠른 동작으로 그는 양손으로 댄서의 몸을 붙잡아 온 힘을 다해 물속에 밀어 넣는다. 기다리고 있던 상어 떼들이 재빨리 돌진해 온다. 구명선 가까이 바다가 격렬하게 소용돌이 쳐 거품이 인다. 검은 물체가 물 표면에 나타난다. 여자의 몸둥아리를 붙잡으려고  달려들었던 선원은 실망에 찬 분노의 소리를 터뜨리며, 손에 칼을 쥐고 신사를 향해 벌떡 일어서 달려든다. 그의 가슴을 찌른다. 신사는 비명을 지르며  일어선다. 뒤로 자빠져 바다로 빠지면서 그가 붙들고 있던 양 손 중의 하나가 선원의 상의 부분을 잡아끈다. 선원은 그 손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다가 비틀거린다. 균형을 잃고 그도 따라서  곤두박질을 한다. 물장구가 크게 인다. 기다리고 있던 상어 떼들이 돌진해 온다. 물이 요동을 치며 거품을 일으킨다. 선원의 검은 머리가 잠시 나타난다. 그의ㅣ 표정은 공포로 일그러져 있고 입술은 절망의 울부짖음으로 찢기어져 있다. 그는 다시 물 속으로 끌려들어 간다. 물 위에 검은 물체들이 퍼져 나간다. 더 이상 지느러미들이 원을 그리지 않는다. 구명선은 거대한 침묵의 한 가운데서 표류하고 있다. 태양은 신이 격분한 눈처럼 작렬하다. 무섭도록 뜨거운 파도가 익사자들의 영혼처럼 적막한 대기 속에서 솟아오른다. 구명선 위에는 다이아몬드 목걸이 하나가 작렬하는 태양 속에서 반짝이고 있다.)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