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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의 삶(3)/번역극

김영관 2009. 5. 7. 16:17

        빵의 삶(3) /번역극

 

                유진 오니일 극/ 실개천 (김영관) 번역 

 

 

스티브: (칸막이 너머 간이 부엌에다 팬츠를 던진다.) 나는 이 펜츠들이 세상의 더러움으로 취급당하는 게 싫다네. 자넨 노인들에 대한 존경심도 없나. (그는 나무라는 투로 베이브를 위아래로 쳐다본다.) 베이브, 놀라운데! 자네가 이 옷을 입고 어른을 맞을 텐가? (베이브의 바지를 가리킨다.) 브리즈 타운의 감옥에 처넣어야할 복장이로군.


베이브: (체념하듯) 갈아입어야겠는 걸. (그는 간이 부엌으로 가서 옷장 서랍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시골 영감님에 대한 존경심 때문에 반바지를 갈아입어야 되다니. 그러나 내 이 부드러운 셔츠는 그냥 입고 싶은데, 윗옷을 입으면 칼라가 너무 작아 입을 때마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단 말이야. 이것 좀 보게나! (그가 목을 꽉 죄는 칼라가 달린 옷을 입고 나타난다. 그의 살이 볼록 튀어나와 있다. 스티브가 웃는다. 그리고 테이블 가까이에 있는  의자에 앉는다.)


스티브: 브라운 영감님 가족의 이번 방문은 존에게 보낸 편지대로라면 폭풍우를 예감케 하는데 말이야.


베이브: (칸막이 안쪽으로부터) 내 가족들은 저 멀리 거친 땅에 살고 계셔서 이곳을 방문할 수 없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네. 실망 이상의 어떤 충격을 받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말이야. 내 동생 편지에 의하면 수제트나, 미미 같은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여자 모델들로 가득한 커다란 화랑을 우리가 운영하는 것으로 믿고 있는 것 같아. 미술 공부가 동생에겐 얼마나 매력을 갖게 했는지 자네도 알 걸세. 그는 파리 라틴 구역 생활에 대한 몇몇 아이오와 학교 선생님들의 로망스를 읽고 있는 모양이거든. 나는 그의 환상을 깨어주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중인데... 그에게 멍청한 여자들만이 요 근래 패션모델을 한다고 말해줬지만 말이야. - 헌데 그게 무슨 소용이 있담? 내가 그를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 - 내가 우리 가족의 모든 예술적 재능을 특히 자기 재능을 시기해서 노력해주지 않는다고 말한다니깐. (스티브가 웃는다.) 그러나 아버지가 그에게 목작 일을 시킬 것으로 난 생각한다네. 동생 재능은 그림 그리는 일보다 가축을 사육하는 재능을 더 가지고 있거든. 그래서 아버지는 가족 중에서 예술가는 한명이면 족하다고 생각하고 계신단 말씀이야. (그는 간이 부엌에서 나와 스티브 가까이에 앉는다.) 우리 가족들은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화가가 될 거라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그들은 기꺼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으로 내 뒷바라지를 해주고 있지. 내가 만약 어딘가에서 얻을 수 있다는 신념이 없었더라면, 오래 전에 이 짓을 중단해버렸을 거야. 그러나 내 꼴이 어떻게 보이지? (그는 일어서서 자신을 살펴보기 위해 몸을 돌린다. 그는 주름이 없는 헐렁하고 어두운 색깔의 반바지로 바꿔 입었다.  그리고 그것에 어울리는 주름진 코트를 입고 있다.)


스티브: (그에게 엄숙한 눈짓을 하며) 오, 가장 연약한 말을 하다니!


베이브: 진정한 예술가는 가장 평범한 것에서 조차도 아름다움을 본다는 걸 명심하게나. (잠시 말이 없다.) 감상이 자네의 특질이 아니라는 걸 나는 안다네. (그는 다시 앉는다.)


스티브: 인내를 갖게. 자네가 보브루멜의 확대판이라고 말하려는 참이었다네.


베이브: 확대판이라구? 자네 왜곡할 뜻은 아니겠지?


스티브: 무슨 말씀을! 솔직히 자네는 매우 훌륭하다네.


베이브: 테드가 말하는 것처럼 혐오스러운 존경 말이지. 그런데 테드는 어디 갔지?


스티브: (놀라서) 몰랐어? 그렇다면 내가 자네한테 놀라운 소식을 말해주지. 뭔가 곧 어떤 일이 생기지 않으면 그가 기자 직업을 찾는 일에 얼마나 낙담하여 슬퍼했을지 자네도 알 걸세. 그런데 그가 오늘 수표 한 장을 받았다네. - 자신이 쓴 소설 중의 한 편을 팔았거든.


베이브: 뭐라고?


스티브: 정말이네. 믿을 수 없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이라네. 자넨 피가 곤두서는 그의 탐정 소설 이야기  기억하겠지 - 어떤 여자 남편이 가시 달린 철사 줄로 아내를 목 졸라 죽여 피아노에다 머리통을 숨겨둔 이야기 말일세. (베이브는 신음소리를 낸다.) 그가 말이야. 뉴 매거진에서 그 작품을 가져가고 테드에게 50달러를 수표로 보냈다네.


베이브: 축하할 일이군! 그가 지금쯤 신나서 시내를 돌아다닐 걸세. 우리가 그를 올가미에 걸어 혼 줄을 내줘야겠는 걸.      


스티브: 그가 언제 올지 모르지 - 아마 영영 안돌아 올지도 모르지. (문의 노크소리가 들린다.)


베이브: 이렇게 빨리 오실 리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간이 부엌으로 숨는다.)


스티브: 들어오세요. (미술학원 원장인 유진 그래먼트 씨가 방으로 천천히 들어온다. 그는 약간 허리가 굽은 60세가 넘은 노인이다. 흰 머리칼과 콧수염을 하고 입술 아래 황제 수염을 기르고 있다. 그의 예리한 검은 눈과 그의 갸름한 금욕주의자 얼굴에서 친절한 빛을 발한다. 그는 칼라 달린 하얀 셔츠와 완전히 검은 옷을 입고 있다. 그리고 검은 윈저 타이를 매고 있다. 그에겐 눈에 띌 정도의 이국적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그러나 사투리라곤 전혀 없는 영어를 구사하고 있다.)


그래먼트: (머리를 약간 숙여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한다.) 안녕, 여러분!


스티브: 안녕하세요.


베이브: (다시 나오며) 앉으세요.


그래먼트: (의자에 앉으며) 고맙네. (약간 미소를 띠우며) 이 화랑이 보통 때와는 다르게 정돈이 잘 되어 있다고 말해도 실례가 안 되겠지?


베이브: 그리고 화랑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그렇다는 말씀이시죠?


그래먼트: 그 말은 아니네만, 자네가 꼭 그리 말한다면.


베이브: 우린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방문객, 즉 교수님이 아끼는 제자 존의 아버님 말씀이에요.


그래먼트: 정말인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그 분은 어떤 유형의 사람이신가?


스티브: 그분을 만나 뵌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베이브는 그 분을 잘 안답니다.


베이브: 우리가 대학에 함께 다닐 때 그들의 집에서 몇 차례 방학을 함께 보냈습니다. 교수님께서 아시다시피 제가 서부 멀리 살고 있기 때문에 집까지 갈 수가 없었거든요. 브라운 영감님은 평범한 분이십니다만 원장님께서 그렇게 공감할 분은 아니실 겁니다. 그분은 대가족을 거느린 철물상인이시며, 부유한 편이며, 자수성가한 분이지만, 앞뒤가 꽉 막힌 분이시거든요. 그리고 어떤 종류의 예술에 대해서도 감상력이 전혀 없는 분이시랍니다.


그래먼트: 그러실 거라고 나도 생각했다네.


스티브: 그 분이 존에게 보낸 수십 통의 편지를 읽었는데요. 구제불능입니다. 그분은 아들이 법률 공부하기를 원하시거든요. 아들에게 그걸 강요하지 못한 걸 후회하고 계시거든요. 존이 시간만 낭비할 뿐이며 여기에서 돈을 허비하고 있다고 하시면서요. 그의 가족에 관해서 말하자면 그들이 존에게 바라는 수준이 유행에 민감한 그림을 그리기를 원하는 것이고 예쁜 여자를 여러 잡지 따위에 그리기는 것이거든요. 존이 그런 방향의 그림을 그리자 않으니까 그의 가족들이 대단히 실망하고 있는 거랍니다.


베이브: (재빨리) 베씨를 제외하고 전부가 그래요. 그녀는 동생이 자신의 의지대로 계속 공부하도록 용기를 주고 있어요.


그래먼트: 아, 가련한 존. 그래도 그에겐 그런 사람이라도 있었구먼. 그녀가 누구지? 그의 약혼녀인가?


스티브: (미소를 띠우며) 아네요. 그의 누나예요. 그러나 다른 화가의 약혼녀가 될 것 같아요. (그가 얼굴이 붉어지는 베이브를 가리키듯이 바라본다.)


그래먼트: (몸을 숙여 그의 길고 하얀 손으로 베이브의 무릎을 토닥거리며) 그 말을 들으니

참으로 기쁘네.


베이브: 소망 사항일 뿐입니다.


그래먼트: 자넨 소망 이상의 것을 지니고 있구먼. 그렇지 않으면 희망이라 할 수 없지. 그러나 존이 약혼을 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베이브: 에, 약혼을 했답니다.


그래먼트: 그렇다면 그 여자는?


스티브: 원장님도 그녀를 만난 적이 있어요. 우리가 여기에서 차를 마시던 작년 겨울 어느 일요일 기억나세요? - 존이 원장님께 어떤 여자를 소개 했었는데요- 금발 머리칼의 매우 예쁜 여자 말이에요. 그때 우리가 마신 차는 그녀를 위해서였지요. 원장님은 그때 잠시 들리기만 하셨잖아요.


그래먼트: 잠시 들렸었지. 난 차를 싫어하지. 그래서 차를 마시러 다니진 않아. 자네가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이것 때문일 거야. 자네들 모두가 어색하게 보였어. 자네들이 그린 누드 그림에 매우 충격을 받은 그 여자를 말하는 게 분명 아닐 테지? - 혹시 그녀인가?


스티브: (무뚝뚝하게) 맞는데요.


그래먼트: (우스꽝스러운 신음소리로) 그 인형 같은 얼굴의 여자 말인가? 어떻게 그녀가 이핼 할 수 있겠어? 오, 사랑이란 얼마나 눈이 먼 것인지!


스티브: 그녀는 존을 매우 사랑하고 있다고 분명히 말하더군요. 적어도 그녀는 이해하려고 애를 쓰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설령 그녀가 이해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녀 잘못은 아닐 겁니다. 그녀의 환경과 자라온 교육 방식과 싸워 이기기엔 말입니다.


베이브: 그의 가족들이 노력은 하지만, 결코 이해는 못 할 겁니다.


그래먼트: 오, 하느님. 그러나 우리 친구 존이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는 모양이네. 너무 안 됐는걸.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오랜 경험을 통해 보건대 존보다도 더 훌륭한 화가가 될 가능성을 가진 사람은 아마 없을 걸세. - 그리고 나는 오늘날 정상급의 많은 화가들을 가르쳐 봤지만 말이야. 그의 그림엔 혼이 들어있어. 그는 정말 훌륭하단 말일세. (열정적으로) 그런데 그들이 자신들 수준으로 그를 끌어내려는데 온 힘을 쏟고 있는 물질숭배자들의 진흙 같은 영혼들을 보게나. (슬프게 고개를 흔들어 댄다.) 자네들 말처럼 그가 그들 중의 한 사람을 사랑해서 그들이 그를 끌어내리는데 성공이라도 할까 걱정이구먼. 그는 좌절에 대항해서 싸울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이 못되거든. 그리고 오랜 세월의 투쟁을 통해서 이겨낼 의지도 부족한 사람이란 말일세. 그는 너무 감수성이 예민하고 조종받기 쉬운 성품이거든.  나는 요 근래 얼마나 그의 작품의 질이 떨어지고 있는가를 감지 할 수 있거든. 그의 삶과 활력이 작품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것 같단 말일세. 그의 마음이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그림에 즐거운 마음으로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일세.


스티브: 틀림없이 그 여자 편지 때문일 겁니다. 그녀가 그에게 집으로 돌아가 거기에서 그림을 그리도록 강요 하고 있거든요.


그래먼트: 존이 아직도 배워야할 게 얼마나 많은가를 모르고 하는 말일세.


베비브: 가족들은 그가 고향에 돌아가는 즉시 그림을 그리지 못하도록 귀찮게 졸라댈 거예요. 그러나 원장님이 생각하는 것만큼 존이 허약하다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그는 용기가 있거든요. 만약 그의 아버지가 돈을 보내주는 것을 중단하면, 그는 여기에서 뭔가 일자리를 구할 거예요. - 그가 그림을 계속하는 동안 어떻게 해서든지 살아갈 무슨 일을 할 겁니다.


스티브: 꾸려갈 돈을 버는데 그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베이브: (잠시 말이 없다가) 뭐라고 말 할 수는 없지. 그는 항상 매우 비현실적인 사람이었으니까. - 우리들 누구보다도 말이야.


스티브: 그렇지!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힘든 일일 거라는 거지. 그가 살아 갈수는 있겠지. 그러나 그는 그림을 그리지는 못 할 걸세. 내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나도 해보려고 노력했었네. 그래서 내가 알지. 나는 존보다는 감수성이 덜 예민하고 사업이나 그 외의 힘든 일에도 제법 잘 적응하는 편이라네. 내 젊은 시절에 그런 일들이 나에게 강요되었네. 그런 일들을 통해서 난 뭔가를 배웠다네. 그래먼트 원장님 말씀이 맞네. 존의 경우에 그런 일은 비극이 될 걸세. 그에겐 그림이 삶의 진정한 가치인데 말이야!


베이브: 우리가 그를 도울 방법은 없을까요? 물론 돈 문제라면 도리가 없습니다만, 만약 그 문제만 아니라면 그가 수용치 않을 텐데. 그러나...


스티브: 두고 보세. 내가 존의 아버지한테 뭔가 이야기해보는 것도 약간의 도움이 될 수 있겠지. 그러나 원장님께서 (그래먼트 원장을 향해) 존의 미래에 대해서 그 분에게 확신을 드리고 얼마 동안 그가 하는 일에 간섭을 하지 못하도록 존의 아버님께 설득을 해볼 수도 있으실 텐데요.


그래먼트: 그렇게 하는 것이 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내 기꺼이 노력을 해보겠네. 그러나 중재인으로서 내 능력을 자네가 과대평가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군.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스티브: 해가 될 것도 없지요.


그래먼트: (단안을 내린 듯) 최선을 다 해보겠네.


베이브: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우리가 함정에서 그를 끌어 내줘야 합니다.


그래먼트: 언제 그분들이 오시지?


베이브: 5분이나 10분쯤 지나면 여기 오실 겁니다.


그래먼트: 그렇다면 난 가봐야겠네. (그는 문 쪽을 향해 간다.) 적당한 시간이 되거든 알려주게나.


스티브: 그분들이 도착하는 즉시 원장님 화랑으로 제가 가겠습니다. 그 모든 문제를 자기네들끼리 논의할 기회를 드리고 싶습니다. 잠시 후에 우리가 돌아와서 존을 데리고 나가고 그 무시무시한 아버지와 원장님만이 남을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래먼트: 알겠네. (그가 나간다.)


스티브: 불쌍한 대가 영감님! 존을 친자식처럼 염려를 하는 분인데.


베이브: 대가 영감님이 존의 현재의 아버지 대신에 존의 아버지라면 그 에게 하느님의 축복일텐데. 왜 그와 같은 좋은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 걸까? (그가 간이 부엌으로 들어가 어두운 색의 오버코트를 입고 중절모를 쓴다. 그리고 옷 가방을 가지고 나온다.) 그의 이름까지도 존 브라운이라니! 화가로서 그런 이름이라니? 그림의 밑바닥에서보다는 차라리 식료품 가게의 정상에 더 어울리는 이름이라니까. 존 브라운에 관한 명예의 책에 기록된 유일한 것은 그의 육체가 무덤 속에서 누워 썩어 가는 것이니 말이야. - 그런 이름이라니 어리석기도 하지!


스티브: (웃으며) 그 유명한 카터라는 이름이 안고 있는 약점도 알아야지. 모든 사람들이 자네 이름 닉에 대해 알고 있다네.


베이브: 맞는 말이네. 대학 재학 시절 내내 나는 그 별명이 싫어 피해왔다네.


스티브: 그게 그거 아닌가! (베이브 머리에 던질 것처럼 책 한권을 집어 든다.) 그 말장난은 의도적으로 한 거지?


베이브: 무슨 말 장난? (그는 깨닫고 웃음을 터뜨린다.) 몰랐는걸. 난 전혀 그 생각을 못했는데. 정중히 용서를 빌어야겠네. 마찬가지로 그것도 일종의 말장난이로군. 잊지 않겠네.


스티브: 자네는 그걸 결코 잊지 않을 걸세. 그리고 그것은 어떤 다른 사람에게도 잊지 않게 할 걸세.


베이브: 닉이라는 이름이 나의 소망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네. 그리고 나는 매우 몸집이 크고 뚱뚱하고 못 생겼네.  그래서 초등학교 다닐 때 나에게 붙여진 훈장이어서  사람들이 베이브라고 부를 유혹을 가졌던 모양일세. 그때 이후 줄곧 나는 베이브였다네. (잠시 말이 없다. 그 동안 그는 혼자서 킥킥대고 웃는다. 스티브가 그를 보며 씩 웃는다.) 자 이제, 난 가봐야겠네. (그가 문 쪽을 향해 간다.) 별명이라구? 그건 시시콜콜한 이야기라는 생각드네. (그는 웃으며 고개를 살래살래 흔든다.)


스티브: 입 닥치게! 오, 그러나 자네는 난해한 유머리스트라네. 자네가 그 방면으로 뛰어들지 않도록 조심하게.


베이브: 내가 브라운 영감님을 보게 되면 나를 숨겨 주리라 믿네. 잘 있게!


스티브: 행운을 비네! (베이브가 나간다. 스티브는 잠시 앉아서 책을 읽는다. 곧장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스티브가 일어서서 문 쪽으로 걸어간다. 브라운과 존이 들어선다. 브라운은 약간 몸이 굽어 있고 입술은 엄하고 미소가 없다. 그는 검은 중절모를 쓰고 두텁고 검은 오버코트를 입고 있다.)


존: 아버지께서 만나 보신 적이 없는 제 유일한 친구입니다. (스티브와 브라운 씨는 악수를 하며 관습적인 몇 마디를 나눈다.)


스티브: 용서해주시겠지요? 저는 금방 그래먼트 교수님 화실에 가봐야 하거든요. 금방 돌아 오겠습니다.


브라운: (기계적으로) 내가 자네를 억지로 몰아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


스티브: 오 전혀 아닙니다. (그가 나간다. 존은 코트와 모자를 벗는다. 그리고 아버지의 옷과 모자 벗는 것을 돕는다. 그리고 그것들을 창문 의자에 놓는다. 그와 아버지가 테이블 가까이에 있는 의자에  앉는다.)


브라운: 다른 친구가 여기에 없는 게 다행이구나.


존: 카터 말씀인가요?


브라운: 그래, 아무 쓸모도 없는 놈!


존: (조용히) 베이브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브라운: 카터라는 네 친구에 대해서 내가 이야기 하는 것을 들으면, 내 말에 동의를 할 거다. 그와 관계를 갖지 않으면 않을수록 네 장래가 나아질테니 말이다.


존: 베이브는 체신에 손상될 일을 하는 친구가 아닌데요.


브라운: 그건 너희 화가들이 명예로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소위 너의 친구가 하고 있는 일을 너는 알기나 하느냐? 그는 브리즈 타운에 와서 몰래 베씨를 만난단 말이다. 내가 그걸 알고 간밤에 그녀에게 말했다. 자신의 일에 상관 말라고 이야기하며 카터와 결혼하겠다고 베씨가 말하더라.  나는 만약 그 놈팡이하고  결혼하면 더 이상 내 딸이 아니라고 말해줬다. 네 누나가 하는 짓을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 짐을 싸서 집을 떠나버렸다. 네 엄마의 말에도 불구하고 호텔로 가서 방을 하나 구했다고 하더구나.


존: (본능적으로) 베씨 누나에게 잘 된 일로군요.


브라운: 그 말을 들으니 너도 그녀 행동에 찬성하는 모양이로구나.


존: 물론이죠. 전 동감입니다. 저는 모든 것을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베이브가 여기 올 때마다 제게 모든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난 그의 행운을 빌어요. 그들이 비밀로 만나는 건 아버지 잘못 때문입니다. 어머님이 그를 집에 오지 못하게 베씨에게 말씀하셨지요. 누나는 그를 사랑하고 있어요. 그녀가 어떻게 하겠어요?.


브라운: (화가 나서) 그 부질없는 낭만적인 이야기는 하지도 말아라. 베씨한테 들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존: 누나는 자신에게 충실하고 있음에 틀림없어요. 자신에 대한 의무가 아버님에 대한 의무보다 앞선 거예요.


브라운: (통제력을 잃고 주먹으로 의자 팔걸이를 내려치면서)  빌어먹을 것! 빌어먹을 것! 그 많은 미친 사회주의자들과 무정부주의자들로만 여겨지는데 그런 놈들의 아버지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싶단 말이다.


존: (어깨를 움츠리며) 사람이 자식들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쾌락의ㅣ 즐거움을 가졌을 땐 자식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책임도 자신이 기꺼이 떠맡아야 해요.


브라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그것 아니냐?


존: 전혀 아니지요! 아버진 자식들을 소유물, 자신이 소유하는 재산으로 생각을 한단 말입니다.  아버님은 자식들을 생각을 지닌 개체로, 그리고 그들의 소망대로 살아갈 사람들로 생각하지 않으세요. 아버님은 자식들 각자의 최고의 소망을 발견하시어 그들을 돕고 이해하셔야 한다는 겁니다. 베씨 누나의 경우에 과연 그렇게 하고 계신다고 아버님은 생각하세요? 아네요, 세속적인 면에서 그녀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아버지 자신의 소망으로 대체하려고 노력하고 계시는 거예요.


브라운: 바보 같은 소리! 베씨는 세상 경험이 없단 말이다. 곁에서 딸의 인생이 파멸하는 것을 보면서, 딸을 보호하는 일에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기를 너는 바라는 것이냐?


존: 왜 아버님이 그녀의 삶을 파멸시키려 하세요? 만약 그녀가 베이브와 결혼하면, 그들 둘다 축복을 받을 겁니다. 베씨는 훌륭한 여자이고 베이브는 지금까지 살아온 그 누구보다도 훌륭하고 순수한 젊은이입니다. 아버님이 누군가와 그녀를 결혼시키려 계획을 세우고 계시기 때문에 아버님이 화가 나신 겁니다. 왜 그 점에 대해서 솔직하지 못하세요?


브라운: (분통이 터져) 내 딸이 일전 한 푼 없는 모험가에게 얽매어 살게 하고 싶지는 않다. 아놀드가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한다고 한 적이 있는 건 사실이다. 나는 전적으로 동의를 했다. 난 아직도 그녀가 그와 결혼하기를 바란다. 그는 상당한 돈과 지위를 가진 성공한 사람이다.


존: (벌떡 일어서며) 40살이나 된 사람하구요? 아버지도 아시다시피 그는 형편없는 과거를 지닌 멍텅구리란 말이에요.


브라운: 그건 소문일 뿐이다. 그는 약간 거칠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다. 그리고 그런 저런 이야기도 이미 오래 전 일이잖니.


존: 그녀가 그 사람과 결혼해서는 절대 안돼요.


브라운: 좋다. 만약 베씨가 그 건달 카터와 결혼하면 영원히 집과는 결별이다.

존: 아버님이 그런 식으로 딸을 취급하시면 그녀는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나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해요. 베씨 문제 때문에 여기 오신 게 아니잖아요, 그렇지요?


브라운: 그만두자. 너의 입장이 어떤 js지를 충분히 알았다. 네가 이 어리석은 미술을 중단하고 집으로 가 정착해서 일을 시작할 때이니 네가 결심해 달라는 말을 하고자 내가 여기 왔다. 네 문제에 대해 스틸 영감님과도 이야기를 했다. 그가 자기 가게에 네가 일할 좋은 자리를 마련해 놨다고 말씀하시더라. 모오드를 제외하고는 자식이 없는  영감님 아니냐. 당연히 네가 그분 돌아가시면 사업을 이어갈 사람이다. 결혼 선물로 그분은 기꺼이 좋은 집을 주실 거다. 그러면 즉시 너희들은 결혼을 하게 될 것 아니냐. (브라운 씨의 태도가 더욱 더 친절해지며 설득조이다.) 가자, 그것이 집에 갈 좋은 구실도 되지 않느냐. 그리고 나도 네 결혼식 날 네게 최선의 것을 해주마. 모오드 양 생각도 좀 해라. 네가 취미삼아 빈둥거리는 동안 고향에서 기다리는 그녀 생각 좀 해보렴.


존: 취미라니요! 제발, 그 이상으로 저를 이해해 주실 순 없나요?


브라운: 네가 결혼해서 애를 갖게 될 의향이라면 그림으로 돈을 벌 전망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애야, 네 장래를 생각해봐라! 이런 식으로 계속 살아갈 순 없다. 스틸 씨와 나는 오랜 전에 이 따위 것을 팔아 치워 너를 집에 오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에게 적합지도 않는 일에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네가 여기 온지 1년 반이 지났고 네가 일을 시작할 때는 네 말이 옳았다. (존은 대답을 하지 않고 창의 의자에 앉아 있다. 그리고 시가지를 내려다본다. 브라운 씨는 일어서서 안경을 낀다. 그리고 그림을 보기 위하여 벽으로 걸어간다. 그는 혐오감으로 놀라는 어투로 말을 한다.) 이 그림을 누가 그렸지? (누드 댄서의 인상주의적 그림을 가리키며)


존: (지쳐서) 제가 그렸어요.


브라운: 네 그림이라고 인정하기 부끄러운 모양이로구나. aid망 있는 가문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집에 저런 그림을 어떻게 걸어 놓겠니?  네 상상력의 그런 쪽으로만 내달으니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