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의 삶(7) /번역극
빵의 삶(7) / 번역극
유진 오니일 극/ 실개천(김영관) 번역
존: 의원 나리를 좋아 하는지 에드워드를 좋아 하는지 모르겠군.
모오드: (화가 나서) 냉소, 바로 그거라구요! 모든 것, 모든 사람을 비웃다니, 실패한 사람들은 모두 그렇지요. 그래요. 실패자! 바로 그 말이 맞군요. 내 아버님이 안 계셨더라면 우린 이 집조차도 갖지 못했을 거예요. 결코 당신이 내 남편이 아니라면 당신은 하루도 가게의 당신 자리도 지키지 못할 거라구요. 아버지 자신이 내게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당신이 이곳에 오기 전보다 지금이 더욱 쓸모가 없어졌다고 말씀하셨다구요. 당신이 전혀 사업에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존: 옳으신 말씀이로군.
모오드: 그렇다면 왜 가게에 근무하는 거죠? (존은 어깨를 움츠린다. 그러나 대답이 없다. 그는 매우 창백하다.) 어디 다른데서 직장을 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겠죠. 우리 아버지가 당신에게 베풀고 있는 은혜에 적어도 고마워해야죠. 그런데 고마워 하기는 커녕 당신이 하는 일이란 아버지와 아버지 사업을 비웃기나 하고 당신은 너무 예술적이어서 돈에 자신을 굽힐 수가 없는 거지요. 그러나 난 당신의 그 알량한 예술 태도를 꿰뚫어 보고 있지요. 당신은 결코 그 분야의 성공자가 아니죠. 오, 내가 어떻게 참고 사는지 모르겠어요.
존: (재빨리 그녀 쪽을 향하며) 아하, 본론이 나왔군. 어떻게 참고 살고 있소?
모오드: 무슨 뜻이에요?
존: 간단히 말해서 당신이 사실을 말했소. 우리 둘의 삶은 불가능하오. 그래서 우리가 이 사실을 인식하고 그런 방향으로 나가려는 노력이 빠를수록 우리 둘을 위해서 좋을 것 같소. 우리는 젊고 그래서 우리의 쇠사슬을 부셔 버릴 수가 있는 용기를 갖는다면 우리가 이런 우스꽝스러운 삶을 그만 두는 게 좋을 것 같소.
모오드: 이혼을 하자는 거요?
존: 그렇소. 우리 서로 솔직해집시다. 당신은 날 증오하고 있소. 그리고 나도... 그러나 그건 상관없소. 그런 것을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인데도 하나의 가방 속에서 두 마리의 고양이처럼 갇혀 살아야 할 이유가 도대체 어디 있겠소? 이혼합시다! 나는 기꺼이 당신에게 필요한 모든 증거를 주겠소.
모오드: 그건 사실이에요.
존: 당신이 젊다는 걸 명심하시오. 그리고 에드워드 형은 아직도 총각이요. 그의ㅣ 정치 행로에 이혼녀와 결혼하는 것에 고통이 따르긴 하겠지만 분명히 그는 당신 구애의 대상이 될 거요. 적어도 그 점에 있어서는 용감하게 보증할 수 있소. (잠시 말이 없다. 그 동안에 모오드는 신경질적으로 화를 내며 입술을 깨문다.) 당신 둘이서 이야기할 때 이혼에 관해 그가 말하지 않던가요?
모오드: 아뇨, 맞아요. 내가 부인할 필요가 있겠어요? 그가 이혼에 관한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난 그걸 생각해보기를 거절했어요.
존: 왜 그랬소?
모오드: (도전적으로) 난 절대로 이혼하지 않겠어요.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걸 당신도 알고 계시라구요!
존: 왜 나와 같이 살려고 하는지 모르겠군.
모오드: 모르겟다구요? 좋아요. 난 당신 같은 허술한 도덕관을 가지고 있지 못해요. 난 결혼이란 신성한 것으로 교육받고 자랐어요. 싫증나면 곧장 버리는 것이 아닌 것으로 말이에요. 내가 이혼을 하면 스캔들을 생각해봐요. 남들이 뭐라고 할지 생각해보란 말이요.
존: 난 관심 없소!
모오드: 그래요. 생각은 해보겠지만, 결코 이혼은 않겠어요. 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속셈을 내가 모를 줄 아세요? 당신이 날 내쫒고 하퍼 부인, 그 알량한 당신 모델들, 그 따위 사람들의 꽁무니를 따라 다닐 셈이죠? 이 자리에서 말하건대 난 당신에게 그럴 기회를 전혀 주지 않겠어요. 이혼하겠다니, 부끄러운 줄 아세요. 결코 당신이 인생을 쉽게 살도록 가만 놔두지 않겠어요.
존: (조용히) 그렇다면 그 이야기는 그만 둡시다. (그는 신문을 집어 든다. 모오드는 화가 나서 입술을 깨문다. 갑자기 존의 눈이 신문의 한 기사를 보더니 함성을 지른다.) 여길 봐요. 이걸 들어봐요. 당신은 옛날 베이브 카터를 잘 알지 않았소? 이것이 독립 전시회 그림에 대한 비평이요. 이렇게 쓰여 있군. (그가 읽는다.) “카터 씨는 젊은 그룹 중에서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사람이 분명하다. 그의 그림은 점점 더 훌륭해가고 있다.” (신문을 내려놓으며 그의 얼굴은 열정으로 들떠 있다.) 훌륭한 작품! 멋진 나의 옛 친구 베이브! 모오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오? 베씨가 이걸 읽으면 얼마나 좋아할까?
모오드: 그러니까 함께 살고 있는 것 아네요?
존: 물론 그렇지. 그들은 결혼하던 때처럼 지금도 서로를 매우 사랑하고 있지.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소?
모오드: 그런 건 일반적으로 오래 가지 못해요.
존: 그런 것이라니?
모오드: 그런 종류의 결혼 말이에요.
존: 어떤 종류인데?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 두 사람이 서로에게 적합한 사람을 꼽으라면 베이브와 베씨 누나지.
모오드: 그런 뜻이 아네요.
존: 그럼 뭔데?
모오드: (악의에 차서) 혼전관계 때문에 그가 베씨에게 억지로 결혼했다고 하던데요.
존: (잠시 이해를 못한다. 그리고 나서 분노로 벌떡 일어서서, 그는 주먹을 불끈 쥔다.) 어떻게 감히 그런 형편없는 거짓말을 지껄일 수가 있어! 어떻게 감히 당신이 -
모오드: (매우 놀라서 몸을 피하며) 그게 사실이래요. 나를 때려 보세요! 당신이 할 일은 그것 밖에 더 있나요.
존: (자제력을 되찾으며) 당신을 때리라구? 미쳤소? 흥! 그런 비열한 중상이 안중에도 없다는 말이로군. 그녀의 친구인 체 하는 당신이 그런 중상을 뇌까리다니 놀랍군. 당신의 성격은 굴레 벗은 망아지가 되어 버렸단 말이요.
모오드: 은밀하게 그녀가 카터를 만났다는 걸 저도 인정하지 않았어요.
존: 그러나 당신의 말 속에는 진정성이 없다는 말이요. (그는 문의 초인종 소리에 말을 중단한다.)
모오드: 거봐요! 누군가가 올 줄 알았다니까요. 그런데도 당신은 그 더러운 잠 옷 바람에 면도도 하지 않다니. (그녀 조심스럽게 창문으로 가서 내다본다.) 내 생각엔 (매우 놀란 어조로) 그래, 배씨예요. 여긴 어쩐 일이지?
존: (화가 나서) 음, 왜 나가보지 않으시지?
모오드: 애니가 외출했다고 말했잖아요. (초인종이 다시 울린다.)
존: 그렇다면 내가 나가 보지. 그리고 당신이나 그 누구에게도 누나가 모욕당하지 못하도록 할 테니 명심해둬.
모오드: 난 만나보고 싶지 않아요. (그녀가 식당 방을 향해 나간다. 존은 홀 통로로 걸어가서 앞문을 연다. “어서 와요, 베씨.” 인사를 주고받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후에 베씨가 함께 들어온다. 그녀가 변한 것이란 눈에 띨 정도로 더 좋아졌다는 것이다. 희망이 가득하고 행복을 성취한 태도이다. 이런 것들이 신경과민의 우울상태에 빠진 존에게 일종의 수치심 같은 것을 불러일으킨다. 존은 그런 감정을 의식하고 갑작스런 모멸감의 엄습으로 테이블 위의 술병을 흘낏 쳐다본다.)
베씨: (앉으며) 모오드는 어디 갔니?
존: (거짓말 하는 것에 화가 나서) 오, 어디 나갔어, 교회 아니면 다른 어떤 곳에 갔겠지요. (그는 비참해져서 의자에 몸을 파묻는다.)
베씨: 그녀가 없다니 안 됐구나. 그녀는 잘 지내니?
존: 마찬가지이지 뭐.
베씨: (뭔가 알고 싶어 하는 눈빛으로 조용히) 넌 어떠니?
존: 오, 난 괜찮아요. (잠시 말이 없다. - 갑자기 그가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소리를 친다.) 빌어먹을! 내가 왜 누나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고 잘 잇는 체 해야 한단 말인가? 누나에게 만은 진실하고 싶어요. 전혀 상황이 좋지 못해요. 지난 번 누날 본 이래로 내 모든 것은 더욱 더 형편없어요. 내 가정생활은 견딜 수가 없답니다. 모오드가 날 증오하고 나도 - 우리 가정을 침울하게 하는 경우가 너무 잦아요.
베씨: 안식일 우울증 때문이 아닐까?
존: 나도 그러길 바래요 사실상 모오드와 나는 환멸스러워 하고 있어요. 일상생활의 사소한 일에서부터 란 걸 알고 있습니다만, 물론 대부분 기혼자 부부들이 마찬가지일 것이요. 우리의 문제는 갈 데까지 다 갔다는 것이에요. 서로에게 남겨진 신비란 이제 전혀 남아 있지 않다는 말입니다. 함께 쇠사슬에 묶여 있는 두 개의 시체라고나 할까요?
베씨: 참으로 안 됐군. 두 사람 결혼이 실망스럽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불행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어. (잠시 말이 없다가) 두 사람 중 누구도 나무랄 수 없다는 점이구나. 단지 성격 문제일 거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둘이서 부딪치게 될 거다.
존: 누나 말이 맞아요. 이 결론의 유일한 해결책은 죽음뿐이랍니다.
베씨: (미소를 지으며) 아니면, 이혼하든가.
존: 아내가 교회 독실한 신자라는 걸 잊으신 건가요? 그녀는 도의를 지니고 있단 말입니다. 그녀는 남편에 대해 신을 두려워하는 아내의 신성한 의무를 기억하고 있단 말이요. - 가능한 한 남편을 비참하게 만드는 의무 말이요. 그녀는 나를 증오하지만 그녀의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단순히 다른 어떤 여자가 나를 탐낼까 두려워 그녀의 힘은 내게 남은 작은 열망까지 목을 조이고 있단 말이요.
베씨: 네가 말하는 것만큼 그렇게 지독한 여자일 리가 없지. 아이도 없으면서.
존: 그건 하느님께 감사해야 할 일이에요!
베씨: 그런데도 그녀가 이혼하기를 거부하던 란 말이냐?
존: 그렇소. 누나가 오기 바론 전에 우린 이야기를 나누었다오. 그녀는 이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거요. 그런 이유 때문에 내가 누나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라우. 왜냐하면, 그녀가 나를 원치 않으면서도 다른 어떤 여자가 나를 소유하지 못하게 할 작정 때문이라는 것 말이요. 내가 결코 과장하여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누나도 알 거요. 나는 이일을 점잖게 해결하려 했소. 방법이 없어요. (통렬한 아이러니로) 이혼할 수 없을 만큼 그녀는 훌륭한 여자랍니다.
베씨: 도망가 버리지 그래? 네가 떠나 버렸다고 느끼면 좀더 잘 사리를 판단할 것 같은데.
존: 누난 잘못생각하고 있군요. 그녀가 바라는 게 바로 그거랍니다. 버림 받은 아내, 순교자로서. 그녀는 모든 읍내의 동정을 독차지하게 될 것이요. 너무 훌륭하게 순교자의 자세를 취하게 되어 일생을 그런 태도로 살게 될 것이요. (그는 우울하게 앞을 바라본다.) 그 외에도 또 다른 이유들이 있지. 난 돈이 없어요. 하늘의 양식이 더 이상 천국에서 내려오지 않는단 말이요. 내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소? 모오드가 끊임없이 내게 상기시키고 있는 것처럼 스틸 씨의 사위이기 때문에 지키고 있는 내 현재의 위치만을 겨우 지탱하고 있을 뿐이요. 임금 노동자로서 나는 형편없는 실패자랍니다. 내게 지원금이 중단된 다음에 내가 생존을 위한 투쟁이 어떨지 누나는 알 거요. 지금의 상황은 전보다 훨씬 더 악화 되어 있어요. (기가 죽어) 내가 전에 말했던 것처럼 방법이 없소. - 끝장을 내는 것 외에는.
베씨: 당치도 않는 소리! 요즘 그림 그리니/
존: 전혀. 처음 여기 왔을 때 일요일이면 교외로 나가서 조금씩 그렸는데.
베씨: 그림만은 그렸어야지. 특히나 콜퍼 주간지에서 너의 그림들을 사간 이후에 말이다.
존: 내가 결혼 전날 그들로부터 수표를 받았다는 이야기 기억나? 오, 그랑시로 되돌아갈 용기가 있다면! 삽화를 그려달라고 그들이 부탁했었는데. 그런데도 난 그들에게 답장을 하지 않았으니. 모오드를 위해 지난 생활을 잊어버리기로 작정했었다는 걸 누나는 알 거요.
베씨: 그러나 너의 편지는 항상 열정적이었는데.
존: 오, 내가 기혼자로서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아무도 의심치 못하도록 누나와 이 세상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했답니다. 그래서 난 내 자신에게 까지 거짓말을 하고 진실에 대해선 눈을 감아 버린 겁니다. 행복하게 보이려는 것이 날 지치게 만들었어요. 난 그림을 조금씩 그렸소. 그러나 모오드는 싫증이 날 때까지 나를 혼자 있게 놔두지 않는다오. 나는 더욱 더 판에 박힌 삶에 빠져 들어 이제 완전히 포기를 해버린 거요. (그는 한숨을 쉰다.) 누나가 보다시피 이렇게 확실한 타락에 빠지게 된 거란 말이요.
베씨: (솔직한 혐오감으로 테이블 위의 술병을 가리키며) 이것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지는 않는 거니?
존: (무관심하게) 오, 그렇기도 하겠지요.
베씨: 네가 그러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존: 최근까지 별로 마시지 않았어요. 그러니 그게 타락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란 걸 누나도 알 거요. 술이 내 허송세월에 대해 무감각하게 해주고 웃음만 나오게 한답니다. 그게 내가 바라는 최선의 생활이랍니다.
베씨: (좀더 기쁜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갈 결심으로) 그림에 관한 이야기인데, 해링턴에 관해 들었니?
존: 아니, 스티브 소식은 못들은 지 오래 됐어요.
베씨: 그는 파리에 갔었단다. 거기에 가서 그는 대단히 성공을 했어. - 살롱 그림으로 말이다. 그 밖에 대해선 모르겠지만, 2주 전에 베이브가 그한테서 편지를 받았다. 그가 베이브 더러 그곳으로 오라고 했어. 가장 기쁜 소식은 우리 부부가 거기에 가기로 한 거란다. 베이브는 지난 달 운이 대단히 좋아서 자기 그림 세 점을 팔았단다. 그 돈과 지금까지 저축한 돈을 합하면 1년은 파리에 가 있을 수 있거든. 생각해봐라. 파리에서 1년을 보낸다는 거 말이야! 물론 우리는 지독한 절약을 해야겠지. 그러나 곧 익숙해지겠지. 어림잡아 2주 이내에 우린 떠날 거다. 그래서 내가 여기 온 거란다. 떠나기 전에 식구들을 만나서 작별 인사를 하려구 말이다. 근사하지 않니?
존: (누나 부부의 행운과 자신의 비참한 대조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열성을 함께 하는데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을 하면서) 그 말 들으니 정말 기쁘군요. 베씨 누나, 누나와 베이브 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이 세상 어디에 또 있겠소? (그는 감정을 감추려 몸을 돌린다.)
베씨: (뭔가 잘못된 걸 감지하면서 - 갑작스러운 직감으로 동생에게 달려가 팔로 껴안는다.) 내가 못 돼먹었어! 네게 고통이나 주려는 것처럼 네 면전에서 우리의 보잘 것 없는 성공이나 떠들어 대다니 말이야!
존: 됐어요! 내 못돼먹은 토라지는 성격 탓이라오. 결국 난 누나가 말한 일요일 우울증에 빠진 모양이에요.
베씨: 내 말 들어 봐라. 우리와 함께 가자. 그림으로 충분히 돈을 벌수가 있다. 네게 새출발이 될 거다. 다른 사람이 뭐라 생각하든 상관 말아라. 훗날 돌아와서 그 모든 것을 보상할 수 있다. 네가 이런 형편없는 구식 읍내에서 뿌리를 내리려는 걸 본다는 게 수치스럽구나.
존: (잠시 말이 없는 후- 확고하게) 안 갈 거예요. 내 삶의 이력에 또 한번의 실패만을 첨가 시킬 뿐이에요. 이제 난 내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하답니다. 그런 자극은 사라져 버렸어요. 게다가 누나와 베이브는 이제 막 가족과 화해를 했잖소. 내가 누나 부부와 함께 떠나면 우리 가족은 누나 부부를 결코 용서하지 않으려 할 겁니다.
베씨: 그건 문제가 안 된다.
존: 오, 아니오. 그게 문제가 된답니다. 아니면 훗날에라도 문제가 되든지 할 겁니다. 난 갈수가 없습니다. 그 이야기는 그만 합시다. (베씨가 천천히 걸어가서 다시 앉는다.) 테드한테는 소식 있나요?
베씨: 그는 시카고의 극비평가가 되었단다. 또한 여러 잡지에도 글을 쓰곤 하지만 그는 옛날과 다름없단다. 그의 명성은 하늘 높은지 모를 만큼 치솟고 있단다. 그의 글을 읽어 본 적이 있니?
존: 난 더 이상 잡지나 그 밖의 어떤 것도 거의 읽지 않아요.
베씨: 옛 친구 누구의 소식도 전혀 듣지 못한단 말이냐?
존: 그들이 편지를 하곤 했어요. 그러나 내가 실패했다는 것 이외에 그들에게 쓸 이야기가 없었어요. 너무 부끄러우니 답장을 쓸 수가 없었답니다. (베씨는 할 말을 잃는다. 잠시 말이 없다.) 요근래 타임지에 난 베이브에 관한 기사는 읽어 봤어요.
베씨: 무슨 기사 말이냐?
존: 누난 안 읽었소? (그는 그 부분을 찾아서 누나에게 건네준다.) 여기 있어요. 그 어느 누구에게도 한 적이 없는 찬사를 썼더라구요.
베씨: (그녀는 기쁨을 감추려고 애를 쓰며 기사를 읽는다. 그리고 신문을 내려놓을 때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만족해한다.) 대단한 칭찬이로구나.
존: (우울해 하며) 나만 제외하고 모두가 정상에 도달 했어요. 그래먼트 원장님이 지금까지 살아계신다면 뭐라고 말 하실까?
베씨: 넌 영감처럼 말하는구나. - 마치 삶이 다 끝나버린 사람처럼 말이다.
존: 그래요.
베씨: (그의 우울함에 싫증난 듯) 오, 힘내 거라! 밖에 나가서 공기를 마셔봐라. 나와 함께 산책을 하자. 그런데 가족 모두가 잘 있는 거니?
존: 불행하게도 그들은 하나도 변한 데가 없어요. 해리 형은 전보다 더 인간적이 되었답니다. 그리고 에드워드 형은 덜 인간적이 되어 버렸구요. 메어리 누나는 더욱 점잖 뺀답니다. 그러나 변한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어요.
베씨: 어머님 편지에서 에드워드 오빠가 이젠 이 읍내의 희망이라고 하던데.
존: 시장님이시지. - 누나도 알고 있겠지만. - 의원에 출마할 예정이랍니다.
베씨: 오, 잘 됐다. 그에게 키스를 해줘야겠구나.
존: (힘 없는 미소로) 그는 그것을 누나의 애국자적 의무로 생각하겠군요.
베씨: 그럼 난 가보겠다.
존: 내일 저녁에 들리세요. 여기 오지 않으실 건가요?
베씨: 사정이 허락하면 이틀 쯤 머무를 생각이다. 같이 가지 않겠니? 오늘 넌 기분이 좋지 않게 보이는구나.
존: 아네요. 난 면도도 외출 준비도 전혀 안 됐어요. 오늘 저녁에 들릴게요. 오늘 오후엔 에드워드 형의 상투어를 듣고 싶지 않아요. (베씨가 존을 따라 홀로 걸어 들어간다. 그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 곧 만나요.” 등을 말하는 그는 테이블로 가서 한잔 부을 것처럼 술병을 든다. 그리고 나서 혐오감을 보이면서 다시 술병을 내려놓는다. 손에다 얼굴을 파묻고 힘 없는 모습으로 그는 의장에 주저앉는다. 모오드가 식당 방에서 들어온다. 그녀는 애써 억제하는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
모오드: 점심 준비 되어 있어요. 베씨가 왜 그렇게 빨리 갔나요?
존: 아직 가족들도 안 만났데. 집에 가봐야 한다는 군.
모오드: 잘 차려 입었던데요. 카터가 돈을 잘 버는 모양이죠. (존은 말이 없다.) 모오드는 화를 감추려고 애를 쓰고 있다.) 파리에 간다고 하던가요?
존: 아 내가 알고 있었어야 하는 건데.
모오드: 무얼요?
존: 당신이 엿듣고 있다는 걸 말이요. 들은 것에 만족했기를 바라오. 엿듣는 자들은 자신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를 못 듣는다는 걸 당신도 알고 있을 텐데.
모오드: (자신의 통제력을 잃고) 그래요. 엿들었어요. 당신은 ... 당신... 당신은 야만인! - 나에 대해서 그런 말을 다 하다니. - 자기 아내에 대해서 - 난 들었어요. - 내가 당신을 증오하고 있다고 말했지요. - 그래요, 난 당신을 증오해요! - 내 아버지에게 기생하고 살면서 -아무 쓸모도 없는 주정뱅이 같으니라구. - 누나에게 나와 헤어지고 싶다는 말을 하다니. - 외부인에게 나를 조롱하다니. - 그녀가 어떠 s여자인지 알고 싶군. - 그녀에 대해서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 쓸모없는 가난뱅이 화가와 결혼한 주제에 - “우리와 함께 파리에 가자”라구. - 기혼자에게 멋진 충고로군요. 그리고 당신 - 그렇게 존경심도 없어요?
존: (매우 창백해지며, 그의 눈에는 절망감이 감돈다.) 모오드! 그만 두지 못해! 제발 나를 혼자 있게 해줄 수 없어?
모오드: (그녀는 분노로 숨을 못 쉬고, 말은 헐떡이며 뒤범벅이 된다.) 놈팽이! - 내 귀를 믿을 수가 없어, 당신. 그런 짓을 다 하다니 - 그녀는 모든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닐 건데 그녀가 우리를 비웃ㅇ를 거야. - 난 비난 받을 걸. - 그녀가 당신을 욕하진 않겠지. - 그러나 내가 그녀를 놀라 게 해주어야지. - 그녀에 대해서 당신 가족들에게 말 하겠어. - “우리와 함께 파리에 가자.”라고 했던 말을. - 우리 아버지에게도 이야기하겠어. 그녀에 대해 나도 아는 게 있다구. - 그리고 난 당신과 이혼하지 않을 거라구. - 내가 살아 있는 한. - 낡아 빠진 넝마처럼 나를 내팽개치려고 이 술주정뱅이야! - 가서 비천한 거리의 여자와 살려구. - 그래 그거야 난 - 당신에 비해 그렇게 비천한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 훌륭한 여자가 무언지도 당신은 몰라. - 그리고 - 그녀는 - 난 바보였어. - 난 항상 그녀를 옹호했었는데 . - 남들이 말하는 걸 믿지 않으려 하지도 않았는데 - 그런데 이것이 내가 받는 고마움이란 말인가. - 아내를 버리라고 충고 따위나 하다니! 그러나 난 이제 그 말을 믿게 되었어. -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단 말이야. - 나쁜 여자. - 그녀는 혼전에 카터와 살았어. - 우 후 후 !
존: (그의 얼굴은 분노로 파랗게 질려 있다. 벌떡 일어서 그녀를 향해 다가가 목을 움켜 쥔다.) 막마 같은 년! (모오드가 손으로 그의 팔을 잡아 다닌다. 그녀의 울부짖음이 막혀 날카로운 소리로 변한다. 존은 자기가 하고 있는 행동을 깨닫고 그녀를 밀어 낸다. 그녀가 마룻바닥에 쓰러져 발작적으로 흐느껴 울고 있다. 존은 탈출할 어딘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두리번거린다.) 모든 게 끝장이로군! (그는 홀을 향해 문밖으로 뛰어 나간다. 그리고 그가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나서 잠시 집안에 적막이 흐른다. 위층에서 들려오는 방음 권총 소리가 침묵을 깨뜨린다. 뭔가가 육중하게 쓰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듣자 모오드는 벌떡 일어나 긴장한 자세로 서 있다. 그리고 나서 질겁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이 그녀의 얼굴에 스친다. 그리고 공포로 떨면서 그녀는 홀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잠시 후에 앞 창문을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손을 귀를 틀어막고 있다. 그녀의 울부짖음이 점차 희미해져 간다.)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