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삶, 이젠 달라져야 한다
우리네 삶, 이제 달라져야 한다
김영관
비상하는 순간부터가 곧 독립인 조류들과는 달리,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늦게까지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 신세지고 사는 게 인간이란 생각이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18세가 되어 성인식을 치루는 젊은이는 명실상부하게 부모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의 동의 없이 결혼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됨과 동시에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도 자립을 해야 하는 의무가 따른다.
뉴질랜드에서도 18세 이상 된 교포 2세들이 여러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신의 용돈을 벌어 쓰고 학비도 융자를 받아 내고 졸업 후에 자신이 갚아야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을 한다.
방학 동안에 해외여행을 가게 되는 경우, 예를 들어 “총 경비가 1000불인데 자신이 모아둔 돈이 지금 600불이어서 400불이 부족한데 부모님께서 빌려주면 100불씩 4개월을 나누어서 갚겠다”는 서약을 하고 부모로부터 돈을 빌려 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해외교포들은 자신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한국 유학생들이나 어학 연수생들이 18세 이후인데도 불구하고 부모로부터 아무런 미안함도 없이 많은 돈을 받아와 외국에 와 펑펑 쓰는 걸 보며 눈살을 찌푸린다.
외국에서는 카드 외에는 고액권 거의 소지하고 다니지 않으며 내 경우에도 100불짜리 고액권을 소지하고 다닌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온 학생들은 부모로부터 받은 100불짜리 고액권을 여러 장을 지갑에 넣고 다니며 흥청망청 쓰는 걸 보며 자신들의 아이들이 물들어 부모에게 의타심을 보일까 두렵다고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담임선생이 학생에게 해주는 진로 상담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겠다. 학문으로의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학생에게 담임선생은 직업학교로 진학할 것을 권유했고 학생은 이의 없이 이 과정을 마친 후 자신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카센터에서 근무를 하다가 나중에는 동업자의 지위를 얻어 매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한 분야엔 더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음악을 못하지만 그림 그리기에 또는 운동에 재능을 보일 수도 있다. 아이의 가능성 부분을 일찍부터 파악하여 이에 정진케 하는 게 우리 어른들의 몫이라 생각된다.
능력과는 상관없이 내 자식만은 4년제 대학에 입학 졸업해야 하고 그 이상의 학벌을 소지케 하여야하고, 결혼할 경우엔 아들딸에게 집 장만을 해주어야 하는 우리네 삶의 형태는 바뀌어야 한다.
자식들 뒷바라지에 등허리 휘는 노년을 맞이하는 우리네 부모들도 불쌍하지만 우리네 젊은 후손들이 자립심을 잃은 채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은 그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한 일일 것이다.
자식들에게 될 수 있으면 많은 유산 남기고 63세에 죽어주는 부모가 제일 좋은 부모라는 말이 요즘 우리사회에 떠돌고 있더라는 말을 전하는 동료 친구의 서글픈 농담에 난 쓴 웃음을 웃는다.
언젠가는 자신에게 물려줄 유산을 지금 당장 물려주지 않는다며 불평하는 며눌 아이 말에 혹하여 큰 아들이 부모에게 알리지도 않고 멀리 타 지역으로 이사가 버렸더라는 먼 친척의 넋두리도 또한 나를 슬프게 한다. 우리네 삶, 이제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