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인의 노래
내가 대학 재학 중이던 시절 이야기이지만
지금도 그런 일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말씀드려 보는 겁니다.
1힉년 2학기 그러니까 가을 문턱에 들어선 9월,
교양국어 첫 시간에
교수님께서 갑작스럽게
"다음 시간까지 시 한 편씩을 써 오세요.
가을 문턱에 서서 시 한편 쓸 수 없는 사람은
교양 국어 들을 자격이 없는 학생" 이라시며...
다음 시간 강의실에서 나는
주변 학생들이 써 온 자기 시
정서하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시를 써 보려하니 도대체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그 당시 막 유행하기 시작해서
아직은 몇 사람만이 아는 대중가요
"옛 시인이 노래"가
내 머리에 떠오르는 겁니다
옆에 앉은 학생에게 원고지를 빌려
<옛 시인의 노래>
마른나무 가지에서 떨어지는 작은 잎새 하나
그대가 나무라해도 내가 내가 잎새라 해도
우리들의 사이엔 아무 것도 남은 게 없어요....
...........
정신없이 노랫말을 다 쓰고
내 이름을 적어 제출했더니
다음 교양 국어 시간에 교수님은
나를 불러 일으켜 세워 놓고
정말 시를 잘 쓰는 학생이라고 칭찬해주시는 겁니다.
그리고 옛 시인의 노래 싯귀가 잘된 이유를
조목 조목 설명해 주시는데...
그게 노랫말이라는 걸 아는 학생들 입에서는
작은 웃음 소리가 흘러 나오는 겁니다.
"상아탑 깊은 곳에 들어 앉아 있다 보면
세상 돌아 가는 것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대중 가요 가사가 교수님의 심금까지도
울릴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