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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지 못한 사랑의 약속

김영관 2005. 7. 25. 09:12

 

 

    <워드워즈가 살았던 집>

 

 영국의 낭만주의 대표 시인인 워드워즈의 사랑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고 싶은데 여러분께서  읽고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되는군요. 그렇지만 작가의 위대성과 그 삶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미리 알고 읽어 주셨으면 한답니다. 작가의 삶과 작품을 별개로 취급해서 감상할 정도로 우리 모두는 성숙해 있을 테니까요.

  불란서 혁명이 발발하기 2년 전, 그러니까 1787년, 워드워즈는 침체된 섬의 나라 영국보다는 커다란 변화와 활력이 태동되고 있는 대륙에서 뭔가를 배워보기 위해 불란서로 건너갔답니다.

  거기에서 그는 자신에게 불어를 가르쳐 준 연상의 불란서 여인과 사랑에 빠진 겁니다. 결혼을 약속하고 그는 양부모의 동의를 받기 위해 영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렇지만 양부모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은데다가 불란서 혁명이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과격한 양상으로 치달아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희생되는 것에 충격을 받은 그는 불란서로 되돌아가지 않기로 작정했답니다. 

  워드워즈와의 사이에서 딸까지 낳은 이 여인은 그가 돌아와 자신과 결혼하겠다던 약속을 이행해주리라 믿으며 그를 손꼽아 기다렸지만 워드워즈는 끝내 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답니다. 훗날 자신의 여동생 도로시의 친구와 결혼을 해버렸는데 그래도 그게 마음의 아픔으로 남았던지 그가 직접 불란서에 가서 이 지키지 못한 약속에 대해 그녀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했답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워드워즈는 젊은 날의 왕성했던 시 창작에 비해 나이 들어 가면서는 활력을 잃었고, 그의 후기 작품들은 별로 내놓을 만한 게 없어 젊은 시절의 명성을 까먹으며 살다 죽어 간 겁니다.
 

  이 사실은 그가 죽은지 반 백년이 지나 그의 전기 작가들에 의해서 워드워즈와 불란서의 여인 사이에 오고간 편지들을 통해 밝혀 진 건데, 그가 생존하던 당시에는 본인들 외에는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답니다. 워드워즈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와 브라우닝 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이 이야기는 영국인들이 사랑의 신의와 배신을 말할 때 자주 비교 인용하는 이야기들 중의 하나랍니다.

  그렇지만 이 글을 읽으신 다음에 지금까지 여러분이 지니고 계셨던 워드워즈의 시 평가에 대한 심경의 변화가 있으셔서는 안된다는 당부의 말씀도 아울러 올리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