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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와 코스모스 꽃길

김영관 2005. 7. 31. 03:22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나 어휘들 중에는 그것이 만들어져 사용되는
과정에서 특별한 역사성과 사회, 문화적 배경을 지니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어휘가 다른 문화권으로 유입되어 사용될 때는 원래의 의미와는
전혀 다른 뜻을 갖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한 예로 '포장마차'는 미국인들에게는 개척시대의 선조들을 연상
시킨다. 개척시대 뒤늦게 유럽에서 미 동부로 몰려든 사람들은 이미
이 지역에서 터전 잡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애펄래치 산맥을 넘어
서부로 가야만 했다. 그들은 아직 한 사람도 밟지 않은 미지의 땅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를 안고, 함께 갈 다른 가족들을 기다렸다가 무리

지어 포장마차를 타고 끝없이 이어지는 험준한 산과 황량한 들판을

달렸던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활량하기 그지 없는 길을 달리면서
그들은 길가에 코스모스 꽃씨를 뿌렸다고 한다. 다음 해, 행여 이 길로
올 사람들이 있다면 자기들의 족적을 따라 오라는 의미가 포함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미국인들에게 "포장마차" 는, 개척시대의 선조들과
코스모스 꽃길을 연상 시킨다.

  그런가하면 우리나라에서 '포장마차' 는, 추운 겨울, 언 몸을 녹이며 따뜻한
안주에 소주 잔을 기울이는 곳이며 가까운 친구나 연인들의 낭만, 그야말로
서민들의 애환에 대한 추억을 연상시키는 곳이다.

  '포장 마차'라는 단어가 문화에 따라 이렇게 전혀 다른 것들을 연상 시킨다는 점에서 
어느 나라의 언어를 배우려면 그 나라의 문화도 함께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필자의 소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