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쟁(6.25) 발발 직전 금방 따라 오시겠다던 부모님 뒤로하고
그는 누나와 단둘이 삼팔선을 넘었다고 한다
그게 부모님과 마지막이 될 줄이야...
독일 광부로 일하면 돈 많이 벌 수 있다 해서
그는 서독 광부 제 일차 모집에 지원하여 뽑혔다고 한다
그곳에서 열심히 일하여 제법 돈도 모으고
금발의 독일인 여성과 결혼도 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었단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부터 아내가 불평을 해대기 시작했는데
그때가 아마 그들의 결혼 권태기이었는지 모르겠단다
아들을 낳자 아내의 태도가 상냥해지더란다
이게 행복이로구나 느끼는 순간 아내는 몸 관리를 위해 운동 열심히 하고 다이어트도 병행하던 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하직해 버리더란다
반은 동양인, 반은 서양인인 아들 하나 남겨 놓은 채...
연락이 두절되었던 한국의 누나를 다시 찾게 되어 말년에 조국에 나가 살고 싶은 마음에 그는 아들 뜻을 물었더니
"왜 나까지 아버지의 삶을 강요하시는 거예요? 한국은 제 나라가 아니라 아버지 나라입니다. 가시려거든 아버지 혼자 가세요,"라고 단호히 거절해 버리는 아들이
한없이 멀게만 느껴 지더란다.
이국 땅에 파아란 눈의 아들 키우며 넓은 집 혼자 지키며 살고 있는 그에겐 이제 밤이 두렵게만 느껴진다고 한다 가슴 깊게 밀려오는 고독 때문에...
나이아가라 폭포는 캐나다 쪽에서 보아야 더 좋다는 말에 캐나다 전망 좋은 어느 카페에 앉은 그와 나
그는 맥주 잔을 앞에 놓은 채 기구한 삶을 풀어 놓으며 몇번이고 한숨을 지어 보인다
되돌아 본 인생살이 자신도 믿기지가 않는듯 연거푸 맥주 잔을 들이킨다
마침내 그는 오래 참았던 피 울음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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