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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와 봉제 아버지

김영관 2005. 8. 14. 06:02
내 초등학교 시절
당산 나뭇 집 봉제 아버지는
절름발이에다 입 삐뚤이,
굳어진 손을 가진 병신이었다.

봉제 아버지가
어쩌다가
함평 네거리를 걸어가면

동네 아이들
병신 걸음 흉내내며
봉제 아버지 놀려댄다.

봉제는 부끄러워
못살겠다며
하루 빨리 고향을
떠나야겠노라 했다

세월이 지나 알고 보니

봉제 할아버지는
전설적인 항일 독립투사

고향집에 그분이 들리는 날 밤엔
어두운 숲 이곳 저곳에서
그분 호위하는 그림자들이
일본 사람들 간담을
서늘케 했더란다.

"네 아버지 있는 곳을 불어라"는
일경의 모진 고문으로
봉제 아버지는 반신 불수가 되었다는 것이다

함평 공원과 광주 어느 광장에 세워진
봉제 할아버지 김 준 죽봉 선생님 동상

그렇지만 동상만
세워 놓으면 뭐하나

그분 후손이 일경에 끌려가
반신불수가 되었어도
살아 있을 땐 그 누구 한사람
거들떠보지 않았는데...
후손들에게 봉제 할아버지, 봉제 아버지
이야기 들려주는 사람 그 누구도 없었는데...

일본 총리 신사 참배
항의하는 것도 좋지만

그동안 우리는
소중한 넋 기리는데
소홀함은 없었었던가 되돌아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