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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김영관 2005. 8. 16. 08:55

 

 

 

   워드워즈 시 세계만을 평생 연구하던 일본의 영문학자가 영국에 갔더랍니다. 워드워즈 생가를 돌아보고 그의 시를 잉태시킨 호반 지역을 거닐며, 그 일본 학자는 책으로만 읽어왔던 워드워즈가 마치 다시 살아 나와 이곳을 거닐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황혼 무렵의 호반에 넋을 잃고 있었던 겁니다.


  그는 호반 지역에 피어 있는 꽃을 보며 "오 아름다운 수선화... 만발하였구나!"라는 감탄을 연발하고 있었답니다. 워드워즈가 쓴 유명한 시 "수선화'를 머리에 떠올리면서 말입니다. 그곳을 지나다 이 말을 들은 영국인 노인 한 분이 "저건 수선화가 아니랍니다. 수선화는 저기 모퉁이를 돌아가시면 보실 수가 있을 겁니다." 하더래요. 책으로만 읽는 문학이 현실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를 보여 주는 좋은 예가 될 것 같아 여기에 소개 해 봤는데요, 그게 남의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더라구요

  문학 기행을 가는 차 안에서 나는 문학 지망생과 한 자리에 앉게 된 겁니다.
나는 창 밖 경치에 취해 있다가 옆 좌석 문학 지망생에게 '메밀 꽃 필 무렵"이라는 작품을 읽어 보았는지를 물었답니다. 그녀는 문학하는 사람이면 다 아는 그런 시시한 질문을 한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그 작품의 작가 생애, 작품 줄거리, 작품 경향, 그리고 왼손잡이는 유전과는 상관없다는 것까지 내게 상세하게 설명 해주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창밖에 지금 한창 피어 있는 저 꽃이 이름이 무엇인지"를 물었답니다. 한참 고개를 갸우둥 하며 꽃 이름을 알아 맞춰 보려던 그녀는 결국 " 모르겠는데요..." 이었답니다,. 그런데요. 그 꽃은 바로 메밀꽃이었던 것입니다. "메밀 꽃 필 무렵" 작품에 대해서 그렇게도 많이 알고 있는 우리의 문학 지망생은 정작 메밀꽃을 몰랐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답니다.

  그 외에도 나는 창 밖으로 보이는 여러 식물들에 대해 그녀에 물어 봤는데 너무 모르는 겁니다. 심지어 고구마 잎에 대해서 까지도...
워드워즈를 포함한 영국의 낭만주의자들은 말할 필요도 없으려니와 그 외에도 미국의 초월 주의자 시인인 에머슨, 쏘로, 영국의 소설가인 로랜스, 하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 속에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작품 속에 묘사하고 노래했던 것입니다.
이들 작품 속에 나타나는 수 많은 꽃 이름, 나무 이름을 모르고 작품을 읽었다면 그 사람은 그 작품 감상의 즐거움 반을, 아니 그 이상을 놓쳤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가을엔 책으로만 읽는 문학의 즐거움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보고 느끼는 자연 체험 다음에 다시 책으로 돌아오는 그런 즐거움도 함께 누려 보시면 어떨까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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