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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벤치에서

김영관 2005. 9. 14. 10:10
 아이야! 정신이 들어 주변을 돌아보니 ...여기는 제주 공항 아니냐... 쌀쌀한 가을 저녁 내가 왜 여기 벤치에 홀로 앉아 있어야 하는 거냐? 내가 바람에 구르는 낙엽 신세가 된 모양이로구나. 여름 내내 푸르름으로 열매를 키운 후 가을되어 버려지는 낙엽과 내 신세가 다를 바 무엇이란 말이냐? 내가 무슨 귤껍질이란 말이냐? 열매 먹고 나니 이제 그 껍질은 쓸모가 없더란 말이냐? 며칠 전부터 너희 부부가 하는 말로... 내 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다만...내가 너희들께 그토록 부담이 되었더란 말이냐? 가끔씩 내 정신이 아니어 어디가 어딘지 구별 못하는 순간도 간혹 있었다만.. 네 아버지와 내가 살던 곳 물어 물어 찾아 가다보면... 비록 고추에 된장 찍어 먹으면서도 그때가 행복했구나... 나 역시 아파트 생활이 감옥처럼 숨막히기만 했단다... 땅내음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단다. 꿈에 그리던 네 아버지와 내가 살던 그곳으로 갈 테니...부디 행복하거라.



                                                                 - 제주에 버려진 어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