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노벨 문학상을 받아야 하는 이유
국제화 시대에 살아 남으려면 영어를 잘해야 한다고 해서 그게 뭐 어려운 일이랴 싶어 아침 저녁으로 영어 사전을 다 외웠더니... 아 글쎄 놀랍게도 영어가 내 입에서 술술 흘러나오는 것 아니겠어요? 집에서도 이제는 아내에게 우리말보다는 영어로 말 하는 게 더 편할 정도랍니다.
제 영어 몇 마디 들어 봐 주실래요?
"여보 문 좀 열어 줄래?"는
"Darling, door a little open?" 하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거고
내가 운전하다 경찰에게 걸려서 딱지 끊으려 할 때
"한번만 봐 주세요"는
"Policeman, me one look at" 하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이렇게 영어를 간단히 해결한 난데 문학이라고 정복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목표를 노벨 문학상에 두고 수상 작가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참조 해보려고 몇 가지 자료를 구해 봤답니다. 그 중에 유진 오니일이라는 극작가 편을 봤더니 대학 일 학년 중퇴한 사람 아니겠어요? 이 정도 학벌에 노벨 문학상을 받을 정도라면 나라고 그 상을 못 받을 이유가 없잖아요? 그 사람이 소장했던 책이 2만 권이라고 했더라구요. 그래서 집에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을 한 권 한 권 꼼꼼히 세어 보기 시작했답니다. 세다가 전화가 걸려 오면 다시 세고, 어떤 때는 거의 다 셀 뻔했는데 주문했던 짜장면 배달이 와서 다시 처음부터 세기 시작하고...그러던 중에 코피까지 흘렸으니 그야말로 노벨 문학상을 받기 위한 코피 터지는 노력을 한 셈인 거죠.
며칠에 걸쳐 소장 책권 수 셈을 끝냈는데 오 천 이 백 이 십 일 권이더군요. <전국 도로 안내 지도서>며 서갑숙의 <나도 포르노...>까지 포함해서...즉시 나머지 부족 분을 제일 큰 서점으로 연락해서 아무 책이라도 좋으니 만 사천 칠백 칠십 구 권을 배달해 달라고 했답니다.
노벨 평화상도 우리 나라에서 받은 터에 내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그까짓 노벨 문학상 하나 못 받겠어요? 그리고 이처럼 내가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데...
내가 이제 글을 쓰기만 하면 대작이 뻔한 것 아니겠어요? 그런 내가 노벨 문학상 받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닌가요? 노벨 문학상 수상 소감문도 준비해야 겠고 정말 내가 바쁘기 그지없답니다.
지금 나 잘하고 있는 것 맞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