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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든 남자

김영관 2006. 1. 4. 00:27
장모님, 당신의 영원한 사위 자식 개자식이 새해 인사차 들렸으니 새배 받으세요. 그리고 장모님, 세월이 한참 지난 이제 흉허물 없이 드리는 말씀입니다만...장모님의 따님이자 내 아내와의 만남은 장모님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대단한 만남은 아니었답니다.
  당신 따님이 금남의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던 간호대학 교문 앞을 참으로 우연하게 꽃을 들고 지나가다가는...어린 시절 나를 친 오빠처럼 따르던 당신 따님을 우연하게 만나게 되었는데...꽃을 든 나를 보며 인사를 하며 어디 가는 길이냐고 물어서... 그냥 한번 해본 말로 꽃보다 더 예쁜 그대를 만나러 여기 오는 길이라며 꽃가게의 그 어떤 꽃도 그대의 아름다움보다는 못하더라고 했더니.. 순간 당신의 따님이자 지금 내 아내께서는 너무도 감동한 나머지 그걸 프로포즈쯤으로 알았는지 원...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그 날 내가 들고 섰던 그 꽃은 당신 따님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그냥 우울하고 고독한 마음에 아무 여인이나 만나면 건네주며 꽃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이여 어쩌고 하며 치근덕거려 보려고 했던 것인데... 그 평범하고도 치사한 내 수법에 걸려 든 당신 따님께서는 꽃을 사들고 집에 들어서는 나를 보며 지금도 자기가 꽃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이 틀림없는 거냐며 꽃보다 더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 보이려 애를 쓰곤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