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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 저편

김영관 2006. 2. 19. 10:06

  고향에 오면 내 눈에 스치는 것 모두가 이야기감이라네.
  영수천 건너 저기 풀 무성히 자란 자리에... 바람 몹시 몰아 치는 겨울밤이었는데... 전등 대신 석유등 사용하던 시절, 
 외딴 곳에 기름 집하던 금실 좋기로 이름난 부부가 살았는데... 갑자기 그 집에 불이나 다리 건너편에 사는 우리들이 물동이 들고 뛰어 갔어요... 남편이 불길을 헤치며 간신히 집밖으로 피해 나와서는 자기 아내가 어떻게 됐는지를 묻다가 그녀가 미쳐 집안에서 나오지 못한 것을 알고는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말렸는데도 다시 불속으로 뛰어 들어 갔더라네... 

  부부가 꼭 껴 안은채 그들은 그날 밤으로 이 세상을 하직 했는데...  이곳을 지날 때마다 그 부부 얼굴이 내게 생생하게 떠 오른다는 말일세.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기 목숨 아끼지 않았던 사람... 그게 요즈음 세태로 볼 때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