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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봄날은 간다
김영관
2006. 3. 23. 08:56
요즈음 낮이 많이 길어진 탓일까? 집에 돌아와 TV 일일연속극을 보다가 잠이 든다. 꿈속에서 나는 어느새 발길 뜸한 바닷가 모래사장을 걷고 있다.
파도가 밀려와 바위를 때리고 흰 거품의 물보라가 이는 광경을 바라보는 순간, 누군가가 아주 가까이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돌아보니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아가씨가 내게 손짓을 하며 바다 속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나는 평소 갈고 닦아 익힌 개 수영으로 그녀 쪽을 향해 헤엄 쳐 나아간다.
그녀 가까이에 다가가자 그녀는 풍만한 가슴으로 나를 껴안는다. 이 세상 그 어느 여인 보다 더 포근한 미소와 달콤한 입술의 그녀는 나를 한 순간에 매료시켜 버린다. 이 사람이 바로 내가 그토록 그리던 여인이다 싶어 그녀의 두툼한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어 한참 동안 나는 열정적인 키스를 그녀에게 퍼붓는다. 키스의 품사가 "접촉사"라는 누군가의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더 이상 내 욕정을 억누를 없어 나는 그녀의 풍만한 몸을 무겁다는 생각도 잊은 채 덥석 끌어안아 들고 모래사장으로 걸어 나오다가 그녀의 전라를 보는 순간에야, 그녀가 우리와는 다른 하체를 지니고 있음을 나는 깨닫는다. 그녀와 내가 이루워 질 수 없는 사이임을 직감하고 절망감에 사로 잡히다가 잠에서 깨어 일어난다.옆에 앉아 TV를 보고 계시던 어머님께서는 젊은 아이가 초저녁부터 비실비실 잠에 곯아 떨어지더니 침까지 흘린다며 올 봄 별일 있어도 너를 장가 보냈어야 하는데 라고 혼잣
말씀을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