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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며
김영관
2006. 4. 7. 05:42
된장국, 고사리 넣은 갈치조림, 미나리 무침 등, 맛 있는 반찬 해 놨으니 당신은 그냥 밥만 퍼서 먹으면 될테니 저녁밥 꼭 챙겨 드시도록 하세요. 당신이 내게 던져 주고 간 당신 나들이 옷들 세탁소에 맡겨 놓았으니 안심하시오. 귀한 옷들이니 세탁할 때 특별히 신경 쓰라는 말도 내가 해두었다오.
평소 당신이 반찬 사라고 내게 준 돈 모아서 오늘 잠시 어딘가로 훌쩍 떠나니 나 없더라도 걱정 말아요. 나도 사람인지라 때론 뻥 뚫린 가슴이 되어 찬바람 일 때가 있다오. 어딘가 돌아다니다 보면 당신 은덕이 얼마나 큰가를 깨닫게 될 것이며 그러다 보면 당신과 집 생각 그리워 질 것 아니오? 그러니 나 없더라도 조금도 걱정하지 말아요.
-잠시 집을 비우는 당신의 충실한 가정부 겸 남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