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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내면 안 됩니다

김영관 2006. 4. 24. 06:56
 정년 바로 앞둔 내가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인 너희들에게 내 첫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란 말이냐? 너희들의 교장 선생님 첫 사랑 이야기가 그렇게도 듣고 싶다는 말이지? 젊은 시절 고향 읍에 총각 선생으로 부임해서 여러 곳 떠돌아 다니다가 다시 이곳 와서 내 정년을 맞게 되니 감회가 무량하기 그지없구나. 그래서 내가 너희들에게만 내 첫 사랑 이야기를 해줄테니 행여 어디 다른 데 가서는 절대로 입도 벙끗해서는 안 된다, 모두 알겠지?
 내가 교육 대학 다닐 무렵... 여름 방학 때 고향에서의 일인데... 하교 후 초. 중등 아이들이, 조금 어두워 질 무렵이면 동네 어른들이, 그리고 아주 어두운 밤이면 동네 아낙네들이 영수천에서 미역을 감곤 했더란다. 지금처럼 까맣게 죽어버린 오염된 물이 아니라 맑고 투명한 그야말로 천 바닥까지 보이는 그런 맑은 물이었단다. 영수천 가운데는 수 백년된 느티나무가 운치 있게 서 있고... 
 그런데 여름 어느 날 밤 장난이 좀 심한 친구들과 나는 여인네들이 영수천 하류 미역 감는 곳으로 갔는데... 그곳에는 후배 중에 내가 마음에 두고 있던 곱고 예쁜 여학생도 있었더란다. 우리들은 여인네들이 목욕하기 위해 벗어 놓은 옷을 집어들고 공원으로 도망쳐서는... 아주 늦은 밤까지 그 옷을 돌려주지 않았는데... 하필이면 내가 마음에 두고 있던 그 후배 여자 아이 옷을 내가 집어들고  왔었던 거지... 그렇게 해서 내게 알몸을 보인 인연으로 그 여학생은 결혼 적령기가 되어서도 나 이외의 남성을 사귄다는 생각은 아예 갖지도 못하고 살았더란다. 나 역시 그녀 알몸을 본 죄로 다른 어떤 여인을 사랑하면 큰 일 나는 줄 알았지. 그 여인이 지금은 비록 쭈그렁 망태 할멈이 되었지만 그 당시 그 앳되고 피부 고운 여인이고 현재의 내 아내란다. 내 첫사랑 이야기 재미 있었는지 모르겠구나. 
 뭐라고?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있느냐고? 그래도 그게 사실인 걸 어쩌겠니? 하기사 누가 알면 어린아이들 데리고 별 수다 다 떨었다고 할지 모르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니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