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카네이션 두 송이만 배달해 주실래요?

김영관 2006. 5. 8. 06:03


   거기 꽃가게인가요? 지금 곧 내 집으로 카네이션 두 송이만 배달해 주실래요? 부모님 채워 드릴 꽃 주문이냐구요? 내 부모님 두분께서는 오래 전에 돌아가셨구요.. 실은 나와 내 아내 가슴에 그 꽃을 차려고 그러는 거랍니다. 어버이날 자식들이 부모님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꽃을 달아 드리는 건데 내가 내 가슴에 꽃을 찬다는 게 이상하다는 말씀이로군요?
   아이들이 모두 타지역에서 살고 있거든요. 그 아이들이 어제 꽃을 달아 드려야 하는 건데 미안하다며 그 대신 꽃값을 후하게 보내겠다고 하더라구요. 자기네들 대신 우리 부부가 꽃가게로 전화 주문해서 카네이션을 가슴에 차래요. 
  부모 품 안에 있을 때가 자식이지, 장성해서 부모 곁을 떠나면 소용 없더라구요. 내가 아는 어르신네 한 분이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며느리 손자 모두 외국에 나가 있고, 유명인 아들은 바빠서, 아버님 병 간호를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 분께서 입원해 있는 동안 간병인이 병실을 지키고 있었는데 건강이 호전되어 퇴원하게 된 겁니다. 그렇지만 그 분께서는 계속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데 곁에 있어 줄 마땅한 사람을 구할 수가 없는 거예요...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매달 상당한 금액을 아들이 간병인에게 지불키로 하고 그 분께서 그녀 집으로 가서 지내고 있대요.
 그 분에 비하면 나는 훨씬 행복한 편 아닌가요? 그 분보다 나이도 더 젊은데 다가 아직은 두 다리 멀쩡한 편이니...그래서 하는 말인데요. 크고 싱싱한 카네이션 두 송이만 지금 곧 내 집으로 배달해 주세요, 아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