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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다 보면

김영관 2006. 6. 14. 05:40

  곰탕에 곰이 들어 있지 않듯이 붕어빵에도 붕어는 들어 있지 않다. 어린 시절 그런 말을 많이 들어 본 적이 있는 나인지라 사람들이 내게 간혹 간도 쓸개도 없는 사람이라든가, 속이 없는 친구라 하는 말에 별로 놀라지 않는다.
  아무리 내가 바보스럽다 할지라도, 차마 내가 간도 쓸개도, 내장도 없이 이 세상에 태어났겠는가 말이다. 그러니 그런 말을 듣고서도 나는 별로 놀라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에 나를 아끼는 몇몇 사람들이 나를 가리켜 마음을 비운 사람이라 하는데 그 말은 별로 듣기 거북한 말은 아닌 듯 싶어서 흐뭇한 표정 지어 보이며 앉아 있었는데...

  그 자리에 동석한 또 한 친구가 나를 지칭해서 마음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비운 사람이라고 과분한 칭찬을 하더니 의미 있는 웃음을 내게 흘려 보낸다. 나도 따라 웃긴 했지만 사람이 머리를 비우면 얼마나 생각이 맑고 깨끗한지를, 그리고 걸어 다니기에 또 얼마나 가볍고 홀가분한지... 머리 비워 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 턱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