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이라도 달라야 하는 이유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어서 인지 상식을 지닌 사람들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
처음에는 기가 막히다 싶은 일들이 차츰 만성이 되어서 그럴 수도 있는 일이려니 치부하고 살다
보니 이젠 상식을 벗어난 이가 정상인이고, 정상인이 비 정상인으로 되어 가는 기분이다.
그렇지만 다른 직업의 사람들은 다
부패하더라도 저 자리에 앉은 사람만은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든가, 저 사람마저 흔들리면 우리 사회가 믿고 기댈 마지막 보루가 무너져 버린 것은
아닐까 라는 절망의 순간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이윤 추구가 우선인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야 (물론 그들이라고
해서 비리를 저질러도 된다는 말은 아니지만), 설령 비리에 연관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일어탁수, 다시 말해 강물을 더럽히는 물고기 한 마리
정도라는 생각을 우리는 갖는다.
그렇지만 청렴하고 공명정대해야 할 위치에 있어야 할 직종의 인사들이 비리에 연관 되어 구속
수감 되는 장면을 메스컴을 통해 목격하면서 우리가 느끼는 실망감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언젠가부터 서민들 눈에
비친 사법부의 위상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심심찮게 돌았다. 그렇지만 정작 부장 판사를 비롯하여 중견 검사, 변호사들이 줄줄이 구속될
지경에 처한 현실에 그게 결코 유언비어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다. 가까운 변호사로부터 몇 천 만원 댓가 없이 받은 돈이 과연 비리인가, 그게
문제라면 나 이외에도 여럿 있다는 억하심정을 느끼는 사회라면 쓴 웃음이 나온다는 말 밖에 다른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설령 댓가가 없었다
하더라도 공명정대하고 청렴을 요하는 지위에 있는 자는 구설수가 생길만한 일엔, 그 근처에도 가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국회의원, 장관, 지방자치 단체장, 공정거래위원,감사원 직원 등의 직위에 있는 자는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지금까지 그가 살아오면서 비리에 관련이
없었는지를 여러 방법으로 검증하려는 것이다. 때론 국가가, 국민이, 어려운 시기에 처했을 때 그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가 문제 되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본다. 예를 들면 산불 나던 날 국무총리가, 물 난리로 온 국민들이 수심에 가득찬 순간에 정치인들이, 필드에 나가 골프를
쳐서 국민의 분노에 그 자리를 물러난 일들이 다 그런 경우들이다.
만약 어느 건설업자가 장맛비 몹시 내리던 날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든 말든 그것은 개인적으로 비난을 받을 지언정 큰 문제 거리가 될 수는 없다. 교육 부총리가 되려는 사람이 논문 부풀리기 구설수에
올라서는 결코 안 되고, 검판사나 고위 경찰이 문제의 소지가 있을 자리에 합석해서 술판을 벌리거나 금전 거래가 오가서도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가히 사회의 마지막 양심의 보루라 할 수 있는 지위의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더욱 더 자신의 옷깃이 흙탕물 튀는
곳 가까이에 서 있지는 않는지 자신을 겸허히 살펴 볼 일이다.
설령 아직까지는 아니지만 앞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을 부적절한
관계 맺기의 상태에 놓여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그곳으로부터 벗어나야 할 것이다.
먼 훗날에도 존경 받는 공직자로 당신의 이름이
회자 되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필자의 글, 남도 일보 <화요세평>(2006년 8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