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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먼 곳에

김영관 2006. 9. 30. 06:24

 

 

사랑과 미움의 감정이란 게  
사소한, 지극히 사소한 것에서 부터라는 것을
내가 이승을 떠나기 전 
네게 여러 차례 이야기 하지 않았더냐

올 추석 
네게 차마 미움까지는 아니지만
너에 대한 내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자면
"섭섭하다"는 것이란다

내가 이승을 하직한 지가 벌써 몇 년째더냐
그때에 비해 추석 명절 차례상에 
네가 올린 음식들이 갈수록 부실한 것을 보면서
효심도 세월 지나니
그 농도가 엷어만 가는 것 같아 
"섭섭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더, 
성묘 차 너희 형제들이 
문밖을 나서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오다 말고 차로 변에서  
두 차례씩 인사만 하고 
돌아가는 법도가 어디 있다는 말이냐

방금 뭐라고 했더냐
차례상이 부실해진 것은 
효심이 덜해서가 아니라
시장 바구니 물가가 턱없이 올라 
그리 되었다고 했더냐

그리고 기름 값이 천장부지로 올라
예전 기름 값으로는 
내게 오던 길 반쯤밖에 올 수가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도중에서 
인사 드리고 돌아 가야 하는 
네 아픈 마음을 이해해 달라는 말이냐

효심도 가정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내 오늘에야 비로소 알았으니 
이제 섭섭한 마음일랑은 거두어야 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