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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에서 앤티 클라이맥스(Anti-Climax)의 기능에 관하여

김영관 2007. 1. 12. 07:54

 

 

 

 

  관객들의 흥분을 고조시키는 클라이맥스의 순간에 갑작스럽게 작가가 의도적으로 김빼기 장치를 하는 경우가 있다.
  서사극에서 브레히트는 <소외 효과>를 통해 김빼기를 했지만 그 의도는 관객들에게 극 세계와 현실 세계가 다름을 보여 주어 그들로 하여금 수동적인 극 감상으로 끝낼 게 아니라 그 극을 통해 "나 같으면 그런 삶을 살지 않겠노라"는 비판 정신을 갖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지만 버나드 쇼오의 김빼기 방법, 다시 말해 <엔티 클라이맥스>는 가장 극이 고조된 순간 웃음을 자아내게 하여 감성적 후퇴의 순간에 또 다른 깨달음을 위한 고도의 고안 장치라는 점에서 브레히트의 <소외 효과>와는 큰 차이가 있다.
 버나드 쇼오의 <범인과 초인>에서 태너가 꿈에서 깨어나 앤에게 붙잡혔을 때 관객들은 서커스에서 곡예사가 의기양양하게 외줄을 타다가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을 때처럼 웃음과 더불어 감정의 이완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3막의 철학적 분위기에서 4막의 현실적 희극의 세계로 전환할 때 극의 이완과 더불어 관객들이 기대하는 것들과 다른 결과에 의해 실패를 맛보는 관객의 감정 이완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앤티 클라이맥스의 극적 효과로는 관객에게 웃음을 주려는 것과 주제면에서 작가의 사상이 의도하는 것보다 강조하며 드러내는 것, 두 가지 효과를 들 수가 있다.
 <앤티 클라이맥스>가 관객에게 주는 효과로서의 웃음은 감성적인 것에 호소함으로써 생기는 것인데 그것은 단순히 감성적인 1차원적인 기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즉 관객들이 감성적인 후퇴가 있는 곳에서 동시에 이성적인 깨달음으로 무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보다 고차원적인 기능이 바로 <앤티 클라이맥스>가 갖는 중요한 의미라고 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