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즈(1914-1983)의 극작품 여러 편이 영화화되었다. <장미 문신><유리 동물원><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지난 여름 갑자기> <청춘의 아름다운 새><이구아나의 밤> 등을 꼽을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1947)에 작가 윌리엄즈는 가장 애착을 보였고, "내 생애 속에서 가장 위대한 여성"이라고 이 작품에 등장하는 브랑쉬에 연민과 사랑을 보였다.
이 극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저녁 무렵 남부에서 선생을 하던 언니 브랑쉬가 지칠 대로 지친 가운데 동부에 살고 있는 동생 스텔라를 찾아오는 데서부터 극은 시작된다. 그녀는 커다란 여행 가방 하나를 들고 원래는 "욕망" "묘지"라는 두 전차가 다녔던 전철이 폐선 되고 그 대신에 같은 이름으로 운행되고 있는 버스 중 "욕망"이라는 이름의 버스를 타고 "극락"이라는 곳에 살고 있는 동생 스텔라를 찾아 온 것이다.
동생 스텔라는 전형적인 동부인이며 매우 현실적인 사람인 남편 스탠리와 살고 있다. 그녀는 이미 가식과 위선 그리고 약간은 낭만적이라 할 수 있는 남부 인들의 기질을 잊고 남편과 싸우다가도 하룻밤 동물적인 사랑으로 금방 화해하며 큰 꿈 없는 평범한 동부인으로 동화되어 그런 대로 만족하게 살고 있다.
쾌락적이고 물질 만능 적인 동부인의 가치관에 젖어 있는 동생 부부에게는 다소 현실적이지 못한 남부 기질의 언니인 브랑쉬가 그들 부부에게는 침입자로 보인 것이다. 소가족제도에 익숙한 스탠리는 처형의 출현이 곧 자기 가정의 파멸임을 감지하고 처형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처형 브랑쉬가 연하의 남자와 결혼했으나 그 남자가 동성연애자임을 발견하고 용서해주지 않음으로 인해 그가 자살해버리고, 그로 인한 충격으로 브랑쉬가 교사를 그만 두고 방황하는 과정에서 여러 남자와 방탕 적인 삶을 살아 왔음을 탐지하고, 어쩌면 자신들의 몫일 수도 있는 남부의 집을 포함한 재산을 탕진하고 이제는 브랑쉬가 무일푼이 되었음도 알아 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집에 찾아와서 공주처럼 행세하고 가식적인 행동을 하는 처형 브랑쉬가 아내 스텔라를 선동하는 것에 못마땅해하는 스탠리는 결국 브랑쉬를 자신의 집에서 몰아내야만 한다는 판단을 굳힌다.
스탠리의 친구 마취는 연로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노총각인데 첫눈에 브랑쉬에 반한다. 브랑쉬 역시 마치를 최후의 안식처로 생각하고 그를 가까이 하려하나 접근 방식은 남성이 먼저 프로포즈하고 여성은 못이기는 척하고 승낙하는 남부 방식을 취한다. 그런 남부 방식을 알지 못하는 마치 역시 브랑쉬의 허식적이고 가식적인 사랑 방식에 고통스러워 하다가 스탠리에게서 브랑쉬의 과거를 듣고 그녀 곁을 떠나가 버린다. 마지막 피난처라고 여겼던 마치 마저도 떠난 상태에서 동생 스텔라가 아이 출산을 위해 병원으로 가고 없는 집에서 브랑쉬는 스탠리에게 겁탈을 당한다. 스탠리는 자신의 가정을 지킨다는 미명하에 브랑쉬를 정신병원으로 보내 버리는데,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동생 스텔라는 언니가 병원으로 가는 것을 안타까웁게 지켜보는 것만으로 이 극은 끝이 난다.
미국 남부의 낭만적 기질이 동부의 냉철한 현실주의로 인해 몰락하는 과정을 그린 윌리엄즈는 낭만을 상실해가고 물질만능주의로만 흘러가는 미국 문명에 대한 안타까움을 독자 및 관객들에게 보여 주고자 했던 것이다. 이 영화에서 스탠리 역은 대부에서 열연한 마론 부란도, 브랑쉬 역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비비언 리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