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사람은 남들과 다른 시야로 세상을 봐야 한다고 해서 나는 광주에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왕래하는 금남로 분수대 앞에 나가 물구나무선 채로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내가 왜 이제까지 세상을 거꾸로 볼 생각을 못해봤는지 이제라도 참 다행스런 행동을 하고 있구나 생각하며 계속 거꾸로 선 채 세상 바라보기를 한다 공부 잘한다는 내 아이가 물구나무 선 내게 와서 이번에 치른 시험 90점이라고 자랑을 해대는데 내 눈엔 그게 06으로 보인다. 남편의 괴상스러운 행동이 창피하다며 물구나무 선 내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아내 모습이 우습게만 보인다 발을 지상에 겨우 부치고 서 있는 아내가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 가 버릴 것 같다 분수대는 하늘을 향해 물을 솟아 올리는 게 아니라 하늘을 향해 내려 뿌리고 있는 것이다 평소 우울하게 보이던 사람들의 표정은 괴이한 표정의 미소를 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 내가 진즉 물구나무 선 채로 세상 보기를 생각해보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이제부터라도 내가 참 잘 하고 있다는 기분이다 내일도 모레도 나는 금남로 분수대 앞에서 물구나무 선 채로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을 테니 혹시 광주에 오시는 분이 계시거든 분수대 앞에 거꾸로 서 있는 사나이, 그 사람이 바로 불초소생임을 기억 해주세요.